▲ ‘당넘어해수욕장’에 물이 빠지면 목섬까지 걸어가는 길이 열린다. | ||
서울-인천을 벗어나 시화방조제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벼운 충격이다. 약 12.4km의 방대한 거리는 대부도가 보일듯 말듯 쉽사리 닿지 않아 운전자의 목줄기를 한껏 늘어지게 만든다. 우측으로는 시원한 서해바다가 펼쳐지고 좌측으로는 시화호의 전경이 펼쳐진다. 시화방조제의 크기에 두 눈이 즐거운 것도 잠시, ‘언제쯤 이 다리는 끝이 나는걸까?’ 덜컥 겁이 나고 조바심이 난다.
하얗고 기인 가로등이 현기증 날 만큼 여러 번 지나가고 나서야 대부도 입구에 이르게 된다. 시화호는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으로 많은 논란을 빚고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그저 바다와 호수를 가르면서 펼쳐지는 평화의 정경뿐.
대부도에 들어와사도 약 5분을 더 달리면 선재도를 가리키는 우회전 입간판이 보이고 연이어 바로 선재대교가 나타난다. 선재도는 작고 고요한 섬일 뿐이다. 한적하던 대부도 바다마을이 어느새 시끌벅적한 상업지구로 바뀌고 있는 것이 가슴 아팠다면 이곳에서 위로를 받을 차례.
60년대 초 영흥도와 함께 부천군에 편입되었다가 1973년 옹진군으로, 또 95년에 인천광역시에 통합되는 등 많은 변천사를 겪은 섬이다. 뭍의 사람들이 선재도로 눈을 돌린 것도 불과 몇 해 전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말에 차가 밀려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곳 토박이의 말처럼 입소문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육지같으면 뛰어서 몇 분 만에 닿을 수 있을 거리의 선재도. 경치에 반한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이 섬은 해안선 길이가 총 12km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다. 인천에서는 남서쪽으로 37km나 떨어져 있지만 대부도와 선재도 사이에 선재대교가 연결되고 영흥도를 연결하는 영흥대교까지 세워지면서 서울에서 불과 2시간 안팎 거리로 가까워졌다. 마음만 먹으면 한나절 관광도 무리가 아니다. 아직까지는 음식점 간판의 난립도 러브호텔의 행렬도 들어서지 않아 이곳은 지금 행복하다.
▲ 낙조를 배경삼아 서있는 사람은 지난해 방송을 타 유명인 사가 된 시각장애인 어부 김선호씨. | ||
선재도 주민의 50% 이상이 밀집되어 있는 뱃말. 한자어로 선촌(船村)이라 불리는 마을로 영흥도와 대부도를 왕래하는 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간조 때면 주민들은 집집마다 경운기를 몰고 개펄로 나가 조개를 캔다. 선착장 부근에서 조개껍질 벗기는 아낙들에게서 신선한 조개를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노을이 지기 전 선재대교 초입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고스란히 관광객의 몫이다. 고깃배들의 자유로운 행렬만큼이나 편안하고 여유 있다.
도로에서 다시 왼쪽, 당넘어해수욕장으로 들어가려면 언덕배기에 위치한 ‘선재우리밀 칼국수’나 ‘바다향기’라는 노란 간판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도 좋겠다. 매우 가파른 내리막이라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바로 보이는 당넘어해수욕장은 자갈보다 모래가 많아 젊은층에게 더욱 인기가 있다.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물이 빠지는 틈을 타 넓은 개펄에서 조개를 잡거나 개펄의 생태를 구경하는 모습이 더 낯익다. 이때는 무인도인 목섬까지 걸어가는 길도 열린다.
다른 곳은 다 개펄로 돼 있지만 이 섬으로 들어가는 길만은 특이하게도 모랫길이다. 왕복 1km 정도의 거리로 오붓한 연인들의 산책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10년 전만 해도 주인이 있던 섬인데 지금은 희귀한 식물이 많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관광객들은 물 빠진 개펄이 마냥 신기한 듯 이쪽 저쪽을 조심스레 디뎌본다. 검은 개펄이 햇볕아래서 비단처럼 빛을 내며 흐르고 부드러운 모래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좀처럼 맨 발로 땅을 밟아볼 수 없는 도시인들에게는 생소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 음식점의 간판도 러브호텔의 행렬도 아직 들어서지 않은 선재도. 아래 사진은 선재대교 넘어 오른쪽으로 보이는 어촌마을 뱃말. 고깃배들의 행렬이 편안하고 여유 있어 보인다. | ||
김선호씨(60) 가족들이 운영하는 하얀 2층집으로 식당과 민박을 겸하고 있다. 빛을 잃고 시름하던 시각장애인 어부 김선호씨의 사연이 지난해부터 전파를 타면서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어둠 속에서 다시 찾은 희망이라는 빛으로 개펄에 자릿그물을 치고는 매일 바다로 나가는 김선호씨.
‘아버지의 바다’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사람들에게 알려져 주말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먼저 알아보고 “티브이에서 봤습니다. 요즘도 바다 나가세요?”라며 말을 걸어온단다.
‘바다향기’에는 아버지를 위해 시를 쓰는 아들이 있는가 하면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선재도를 친절히 안내해주는 가족들의 따스함이 함께 한다. 선재도에서 노을을 보기 가장 좋은 장소로 꼽힌다. 서해바다로 잠겨드는 낙조는 겨울철에 더 뚜렷하다.
이 집의 별미는 싱싱한 산낙지로 요리하는 낙지볶음이다. 매콤한 낙지에 쫄깃한 칼국수 사리를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바다향기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해 단체예약을 받거나,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갖가지 프로그램을 짜주기도 한다. 홈페이지(www.bdhg.co.kr)에서는 바다향기를 다녀간 이들의 모습과 선재도가 잘 소개돼있다.
▶선재도 가는길 : 서울-성산대교-서해안고속도로-월곶IC(군자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지불)-삼거리에서 좌회전(시흥 신도시방면 또는 시화공단)-계속 직진하면 시흥방조제 도로-대부도-선재도. 이외에도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로 나오는 방법도 있지만 주말에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밀린다.
▶대중교통 : 인천에서 영흥도로 가는 시외버스는 용현동 구터미널에서 매일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4시10분 사이 4회 운행되며 주안∼만수동∼서해안고속도로∼매송∼남양∼사강∼매화∼선감∼배부북동∼선재도∼영흥도를 오간다.
[Tip 물때 맞춰 가세요]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때를 맞추어야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수영을 하러 왔는데 물이 멀리 나가 있으면 수영을 할 수 없고 조개를 잡으러 왔는데 물이 들어와 있으면 허탕치기 일쑤다. 알찬 여행을 위해선 조석표를 확인하거나 물때를 맞추어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개펄을 걷더라도 조개껍질에 작은 상처가 나는 일이 잦다.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슬리퍼 등이 필요하다.
www.seonjaedo.com
박수운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