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2회 이혼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4시 서울가정법원 가사12단독(판사 허익수)에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두 번째 이혼 조정기일이 열렸다. 당초 지난 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일주일 연기된 것이다.
이날 관심사는 역시나 이혼 당사자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직접 법원에 출석할지 여부였다. 조정기일에는 소송 대리인이 대신 출석하면, 당사자는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15일 열린 첫 기일때는 최태원 회장만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외도와 혼외 자식을 직접 고백하는 등 유책 사유가 있음에도 도리어 본인이 이혼 조정을 신청한 만큼 최 회장이 이혼을 얼마나 바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최 회장뿐만 아니라 노 관장도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인지 기일이 열릴 서울가정법원의 조정실 앞에는 언론사 기자들을 비롯해 법원 관계자들과 SK그룹 관계자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여느 기일과 다른 묘한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노소영 관장은 예정된 조정기일 시간보다 빠른 오후 3시 30분쯤 도착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은 예정시간 직전인 5시 55분쯤 나타났다.
정해진 조정실은 405호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법률 대리인들과 옆방인 406호와 407호에서 각각 대기하다가 오후 4시에 맞춰 나와 405호실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이혼 조정절차는 12분 만에 끝난 첫 번째 절차와 다르게 1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오후 5시 17분 노소영 관장과 법률 대리인이 조정실에서 나왔다. 노 관장은 “오늘 조정에서 어떤 말이 오갔느냐” “합의점이 도출됐느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그룹 관계자들과 법원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준비된 엘리베이터에 곧장 탑승했다.
노 관장이 떠나고 조정실 문은 다시 닫혔다. 그리곤 한동안 다시 열리지 않았다. 대신 다시 엘리베이터를 잡기 위해 법원 관계자들이 분주해졌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던 그룹 직원들과 조정실 문 주변에 있던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사인을 주고받았다.
드디어 나와도 좋다는 신호가 전달되자 노 관장이 떠난 지 8분 만인 오후 5시 25분 최 회장이 나왔다. 최 회장 역시 취재진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상기된 얼굴로 바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법원을 빠져 나갔다.
이혼 조정에 참석한 당사자들이 모두 함구했기 때문에 이날 기일에 무슨 말이 오고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이날 조정절차 과정에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 위원은 ‘합의가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합의 안 됐다고 볼 수 있다”고만 답했다. 어떤 부분이 문제가 돼 결렬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조만간 추가 조정기일을 잡아 양 측의 합의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조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태원 회장과 달리 부인 노소영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며 그동안 이혼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만큼 정식 이혼소송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노 관장의 이날 조정기일 출석이 관심을 모았다. 노 관장에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SK그룹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이라 알 수 없다. 하지만 이혼 결심은 아닌 것 같다”며 “조정 절차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출석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 부부의 다음 이혼 조정절차 기일은 오는 2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