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지난 1월 8일 대구를 방문하자 오히려 TK(대구·경북) 지역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기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9~11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홍 대표가 대구를 방문을 하고 돌아간 뒤 한국당의 TK 지지율은 전주(22%)보다 3%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가 연이은 막말 논란 등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7년 12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홍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정치 쇼를 이용해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이 당무감사 결과에 반발하자 “주막집 주모의 푸념 같은 것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편안을 낸 것과 관련해서는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인지 타국인지 나와서 설치는 것을 보고 본인이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한으로 그칠 일이지, 그것을 분풀이 식으로 저렇게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기 지역 한 지방의원은 “홍 대표가 너무 직설적인 화법으로 말해 선거에 도움이 안 될 거 같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 지원 유세를 온다고 하면 반길 출마자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릴 때 유세 한번 해주면 판세가 뒤집히고 그랬다. 홍 대표에게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지지율이 떨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전직 당협위원장은 “홍 대표는 보수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지나치게 막말을 해 당원들 사이에서 당 대표가 부끄럽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면서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희생은 하지 않고 텃밭인 대구에 당협위원장 신청을 한 것 아닌가. 누가 좋게 보겠나. 지역에서는 선거 때 홍이 오면 떨어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전직 당협위원장은 “어찌됐든 우리 당 고정 지지층 중 상당수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탄핵에 앞장섰던 복당파를 당 전면에 내세우면서 고정 지지층마저 흔들리고 있다”면서 “일부 고정 지지층을 잃을 각오로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으면 중도 확장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무슨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의원은 “지역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중앙당에서 일으키는 논란 때문에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은 특히 그런 여론에 민감한 지역인데 당 대표가 연일 막말 논란을 일으키니 원망스러운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 지역 한 지방의원은 “우리 당이 워낙 어렵다보니까 품격만 따지기보다는 충격 요법으로 강수를 둘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나가 막말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문제다. 그런 부분에서는 조심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막말이 계산된 행동인지 단순한 실수인지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린다. 정치평론가인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고도로 계산된 행위라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홍 대표가 자기가 이런 말을 하면 어떤 파장이 있을지 나름대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집토끼들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발언들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지방선거 투표율은 높아봐야 50% 전후다. 한국당 지지층만 결집시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홍 대표의 전략이 틀렸다고 본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집토끼를 넘어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홍 대표가 좌파 광풍, 주사파 같은 단어를 쓰며 지나친 색깔론을 펼치고 있는데 20~30대 젊은 층은 공감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홍 대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식 선거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상대 진영에 막말을 쏟아냈고, 자신의 지지도가 낮은 지역에는 아예 유세를 가지 않았다.
미국 대선은 승자독식제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승자독식제는 특정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1위가 모두 차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주에 배정된 표가 100표일 경우 51 대 49로 표가 갈려도 승자가 100표 전부를 가져간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 후보인 힐러리에게 전체 득표수에서는 2% 정도 밀렸지만 승리했다. 홍 대표 역시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핵심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반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레드홍(홍 대표)의 막말이 정치계산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레드홍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면서 “그냥 되는 대로 떠드는 것이다. 하루라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면 변방 콤플렉스와 열등감이 작동해서 참지 못하는 것”이라고 홍 대표를 평가절하 했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대구 방문 때 한국당 TK 지지율이 떨어진 것에 대해 “저희 쪽 여론조사와는 결과가 달라서 문제가 된 여론조사를 믿기 어렵다”면서 “실제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 현장을 다녀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지난 대선 때보다 분위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연일 홍 대표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정권 초에는 언론이 여당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지 않나. 포털 같은 경우는 댓글이 많으면 상위에 노출되는데 네티즌들은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도층 공략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홍 대표도 바뀌겠다는 의지가 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도 몇 번 출연하셨는데 당 이미지 변화에 도움이 된다면 나가겠다고 하더라”면서 “보좌진들이 여러 가지 건의를 하는데 다 받아주신다. 평소 연설을 즉흥적으로 하시는 스타일이었는데 정리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연설문을 보시라고 했더니 이제는 꼭 연설문을 보시면서 하신다. 홍 대표가 중도층 공략을 위한 노력을 안 하고 있다는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