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파워블로거 아키는 ‘흑자로 만드는 가계부 비법’을 공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블로그 화면 캡처.
‘가계부를 쓰면 누구나 그레잇(great)?’ 만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달콤한 착각이다. 가계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올바르게 적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일본의 파워블로거 아키는 ‘흑자로 만드는 가계부 비법’을 공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계부 쓰는 법을 바꿨더니, 가정 경제가 놀랄 만큼 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녀는 “가계부를 작성했을 뿐인데 2년 동안 350만 엔(약 3400만 원)의 자산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짠순이’ 생활을 한 게 아니라, 가족 5명이 5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괌 여행을 다녀오는 등 쓸 때는 쓰고 여유로운 시간도 만끽했단다.
과연 비결이 뭘까. ‘돈 모으는 가계부’ 작성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먼저 아키가 추천하는 방법은 ‘연간’과 ‘월별’ 2개의 가계부를 한 권의 노트에 정리하는 것이다. 첫째 연간 가계부는 얼마나 많은 돈을 저축하고 싶은가를 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매달 정해진 날짜에 총수입과 지출을 간략하게 기입한다. 모든 통장의 잔액과 수중에 남아 있는 현금을 합하면 된다. 아울러 이달의 잔액과 지난달의 잔액을 비교한 뒤 적자인지 흑자인지도 체크한다.
둘째 월별 가계부는 하루에 한 번, 항목별로 지출을 적고 합산한다. 포인트는 항목을 엄선해 분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식비’ ‘일용품’ ‘오락비’ ‘특별비’ 등 4개의 항목은 꼭 넣도록 한다. 여기에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게 몇 가지 항목을 추가하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5~8개 항목이면 충분하다. 기록하기 쉬워야 가계부를 꾸준히 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아키의 가계부. 식비, 일용품, 남편 용돈, 교육비, 오락비, 특별비 등으로 항목이 구분돼 있다.
또 항목에 어떤 지출을 넣을지, 규칙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아키 가계부의 경우, 외식은 식비가 아니라 오락비에 속한다. 잡화 역시 일용품이 아니라 오락비에 넣는다. 언뜻 복잡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이러한 고민은 결과적으로 흑자 가계부로 이어진다.
아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가계부는 반드시 써야 할 돈과 절약할 수 있는 돈이 쉽게 파악된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기입하는 것이다. 예컨대 식비 항목에 불필요한 지출인 외식을 넣었다고 하자. 그러면 한 번의 외식으로 그달의 식비가 크게 오른다. 문제는 월말에 예산 초과가 되더라도 원인이 무엇인지 불분명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식비도 매달 안정되지 않으니 예산을 얼마로 세워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아키는 “가계부를 쓸 때 ‘반드시 필요한 지출(지출하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것들)’과 ‘쓸데없는 지출(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을 분리해 기입하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쓸데없는 지출은 ‘오락비’, ‘특별비’에 집약되므로 두 항목만 검토해도 낭비의 원인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계속 가계부를 쓰는데도 적자였던 사람이라면 꼭 한번 실천해보자.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지나친 절약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절약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확실히 아낄 수 있는 부분만 절약해도 충분히 돈을 모을 수 있다.
유럽에서 판매중인 가케이보.
간편하게 모바일 앱을 활용해도 괜찮다. 다만, 매일 가계부를 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일본 매체 ‘동양경제 온라인’은 “이럴 땐 아날로그 방법, 영수증 검토가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어쨌든 영수증을 한 데 모아볼 것. 그리고 다음 3가지 사항을 살피면 된다.
① 물리적인 양으로 자신의 소비를 실감
영수증을 버리지 말고, 한곳에 모아둔다. 매일 밤 혹은 주말, 모든 영수증을 꺼내 확인한다. 영수증을 모아서 보면 그 양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방대한 양에 ‘이렇게나 소비했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냥 영수증을 버렸을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자극이다.
②불필요한 지출 금액을 합산해본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일주일 분의 영수증을 분석해보자. 한 달 전 물건을 샀을 때의 감정은 흐릿해도 일주일 정도라면 생생히 기억날 것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지출로 느껴지는 금액을 합산한다. 영수증을 보면서 쓸데없는 지출에는 형광펜으로 표시한 후 금액을 더하는 식이다. 만약 불필요한 쇼핑이 5만 원 이상이라면 한 달에는 20만 원, 즉 1년에 240만 원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1년 치 낭비액을 산출해보면 충동구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형광펜을 긋는 동안 자신의 안 좋은 소비 습관도 깨닫게 된다.
③마음 내킬 때 영수증을 집계
‘마음 내킬 때 영수증을 분석하자’고 정하면 부담감이 훨씬 덜하다. 모아둔 한 달 치 영수증을 식비, 의류비, 오락비, 일용품 등 지출 항목을 나누고 각각의 금액을 집계한다. 이때 엑셀을 활용하면 수월하다. 어디에 어느 정도 지출하는지를 살펴보고, 지출이 많다고 생각되는 항목은 예산을 줄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세계 각국의 가계부 사정 “이혼율 높은 곳 가계부 따로 써야”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가계부는 1904년 일본 최초의 여성 저널리스트였던 하니 모토코(1873~1957)가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러’는 “모토코가 고안한 가계부가 출판사를 통해 매년 발행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널리 보급됐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가계부를 쓰는 나라가 드물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일본 경제지 ‘프레지던트’는 세계 각국의 가계부 사정에 대해 소개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돈이 생기면 향유하는 쪽이 많았다. 오히려 일본인처럼 가계부를 통해 지출을 줄이고 노후를 대비한다든지 저축하는 나라는 손에 꼽혔다. 이유는 나라마다 각각 다르다. 가령 이집트는 남성의 평균 수명이 약 65세로 알려졌다. 일본 같은 초장수국과 달리 노후 생활비 부담이 덜한 편이다. 또 개발도상국의 경우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지금 있는 돈으로 현재를 즐기는 쪽을 택하게 되며, 유럽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가계의 주도권을 어느 한쪽이 차지하지 않는다. 특히 “이혼율이 높은 러시아와 스웨덴은 재산 분할의 번거로움 때문에 애초 부부가 가계를 나눠 꾸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