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은숙 기자
추 대표는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개헌을 저지하면 시대의 역행세력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1월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반대는 호헌 세력”이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불을 지피자, 추 대표가 총대를 메고 나선 셈이다. 일종의 청와대와의 역할 분담론이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여당을 향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고 비판한 구태 그대로 답습하는 것도 모자라 입법기관 역할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추 대표는 지난해 7월 ‘핀셋 증세’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유세’ 군불 때기에 나섰다. 추 대표가 총대를 멘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안은 지난해 연말 본회의에서 관철됐다. 보유세는 당·청이 연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핵심 정책이다.
추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포스트 행보’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군이었던 추 대표는 1월 5일 교통방송 ‘허리케인 파이터’에 출연해 “지방선거에 선수로 나서면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간다”며 불출마에 못을 박았다. 선수 대신 총감독 역할을 맡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개헌과 관련해 “여야가 개헌안 마련에 난항을 겪게 되면 촛불이 승인한 대통령이 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발 독자 개헌론을 지원 사격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권 초반 청와대와의 갈등설에 휩싸인 추 대표로선 관계 설정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권 출범 직후부터 내각 추천권을 둘러싼 ‘추미애·임종석 갈등설’은 당·청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갈등설 진화를 위해 지난해 5월 12일 국회를 찾았다. 하지만 추 대표의 면담 연기로 빈손으로 돌아갔다. 당·청 갈등설은 극에 달했다. 이후에도 추 대표의 ‘거친 발언’으로 당·청 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추 대표의 임기는 올해 8월 말까지다. 문재인 정권 1년차 입법 성적은 평균 이하다. 추 대표의 뼈아픈 부분이다. 민주당이 1월 9일 공정과세 태스크포스(TF) 등 국정과제 TF 운영을 본격화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은 6개월 입법 뒷받침을 통해 청와대 측면 지원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현재 당 내부에선 개헌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에 적극 나선 청와대에 불만을 드러내는 인사도 있다. 추 대표는 이들의 불만이 당·청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개헌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포스트 역할론’을 담보할 수 있다. 정권교체 전인 2016년 8·27 전당대회와 정권교체 후는 다르다. 친문(친문재인)계가 ‘추미애 카드’를 고집할 이유는 적어졌다. 추 대표가 이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정부 2개 내각과 차기 국회의장 등 ‘포스트 플랜’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