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를 운영하는 서울시디자인재단이 발족한 동대문상생협의회가 상생보다 보여주기식 운영을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DDP 홈페이지 캡처.
[일요신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가 2014년 3월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서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관식 자리에서 인근 상인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DDP에 대해 “서울 도심 창조산업의 중심지로서 지역산업 상생의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인근 의류 도소매 상가, 광장 시장의 원단 시장, 창신동의 봉제 거리로 확산되고 연계돼 향후 20년 간 13조 원에 달하는 생산 및 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후 3년이 지난 지난해 2월 DDP를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해 2월 동대문에 대한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문화 중심지로서 동대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동대문 도·소매상가, 서울시, 중구청, 동대문미래창조재단,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와 함께 ‘동대문상생협의회’를 발족했다.
‘동대문상생협의회’를 발족한 DDP는 9개월여 만의 첫 사업으로 “새로운 스타일 문화 발신지인 동대문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2017년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DDP 내부와 DDP 주변 동대문 일대에서 패션 축제 ‘동대문 스타일 페스타 2017’을 개최했다. 축제 내부 프로그램으로 ‘동대문 런웨이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유명 패션모델들이 동대문 도소매 패션아이템을 피팅하고, DDP갤러리문 앞을 걷는 행사다.
DDP 관계자는 “‘동대문 런웨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피팅 패션아이템을 요청할 때는 무관심했던 상인들도 막상 런웨이 행사가 매출과 연결되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그런데 DDP 인근에서 오랫동안 의류도매상을 경영하는 한 중견상인은 “서울디자인재단의 이사장, 대표이사, 이사 등 대부분의 임원들이 동대문상권의 이해도가 부족한 교수, 변호사, 공무원으로 임명되어 주변과의 상생은 애초부터 멀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생협의체도 운영한 적은 있었지만, 상생이 아닌 생색을 위한 요식행위로 동대문패션상권에 도움도 되지 않았다”며 “특히 전시회나 이벤트 등을 들여다보면 DDP의 운영주체의 머릿속에 동대문패션상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눈높이를 주변 상권의 생태계에 맞춰야 한다”며 소통의 부재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DDP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생협의회’ 발족 후 내부 구성원을 보니 각자의 입장이 너무 차이가 있었다. 소매상은 소매상대로, 도매상은 도매상대로, 또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대로 각자의 입장차가 컸기 때문에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자료에 따르면, 2월 첫 회의에 동대문 상가대표, 상인회장, 디자이너, 관련기관 등이 참석해 동대문 상생협의체 운영 방향 및 동대문문화벨트조성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이어 3월 2회 및 3회 모임에서도 동대문도소매상 마케팅 담당자와 동대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참석해 동대문문화벨트조성사업 방향 및 협업을 논의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회의 자료를 살펴보니 ‘동대문상생협의회’와 관련된 회의내용이 아니라 ‘동대문, 스타일 페스타 2017’ 행사 소개, 파일럿 프로젝트 ‘디디피스타일 마켓 2017’ 시범사업 대행업체의 공고, ‘동대문, 스타일 페스타 2017’ 행사 개최에 대한 협력기관협의회 구성 및 정기회의 등 ‘동대문상생협의회’는 빠져있고 ‘동대문, 스타일 페스타 2017’ 행사 관련된 것만 나타났다.
DDP가 동대문에 세워지기 전에 이미 동대문 의류 도소매상가들은 존재했었다. 일각에선 DDP 측이 “DDP가 디자인을 리드하는 곳”이라는 ‘리더적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시장이 개관식 때 했던 상생이란 단어가 오히려 생소하다는 지적이다.
장효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