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단독 박진숙 판사가 여배우 A 씨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기소된 김기덕 감독에게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사실 이는 지난달 21일에 내려진 결정이다.
사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박지영)가 김 감독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 처분하면서 확정됐던 사안이다. 약식기소는 검찰의 기소 처분 가운데 하나로 기소가 됐음에도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는 약식 절차다. 벌금형 등 비교적 형이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검찰이 약식기소를 청구하면 법원은 서면심리만으로 벌금·과료 등 재산형을 부과한다.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이 바로 이 과정에 해당된다.
물론 법원이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 재판을 진행하도록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피고인이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약식기소를 받아들이면 유죄로 형이 확정되기 때문에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를 주장하고 싶은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한다. 성매매 혐의를 받았던 배우 성현아가 약식기소를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요청해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준선 기자
검찰의 약식기소 결정 이후인 지난달 14일에는 ‘영화감독 김기덕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김기덕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하기도 했다. 약식기소와 불기소 처분을 동시에 규탄한 까닭은 각각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감독이 연기 지도라는 이유로 여배우의 뺨을 때린 행위에 대해 폭행죄를 인정해 약식기소했다. 다만 사전 협의 없이 남성 배우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의 이유(소위 베드신 강요 논란)로 제기한 강요, 강제추행 치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또한 모욕혐의는 고소 기간 6개월이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결국 공대위의 기자회견은 강요, 강제추행 치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을 규탄하는 자리가 됐다. 공대위 측은 “검찰 판단이 김 감독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공대위 측은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혐의에 대해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항고(抗告)는 고소인이 검찰의 불기소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검찰의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항고 사건의 수사는 원래 사건을 담당한 검찰청이 아닌 상급 검찰청에서 담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현재 상황까지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김 감독의 폭행 혐의만 인정했을 뿐 가장 문제가 된 ‘베드신 강요 논란’은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향후 검찰이 항고를 받아들여 기소를 결정할 경우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
서울 종로구의 P&T 스퀘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덕제가 눈물을 삼키고 있다. 임준선 기자
아직 언제쯤 대법원에서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릴지는 정확하지 않다. 현재 연매협 상벌조정윤리위원회에선 조덕제 소속사 대표와 여배우 B의 전속계약해지 조정 신청을 처리 중이다. 조덕제의 현재 소속사는 사건 당시 여배우 B의 소속사였다. 이와 관련해 연매협에서도 대법원의 판결 시점을 알아봤지만 정확한 시기를 파악하지 못했다. 김기덕 감독 사안의 경우 검찰 항고가 받아들여질지, 받아들여진다면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등의 과정이 남아 있는 데 반해 ‘연기 도중 성추행’ 사건은 대법원 결정으로 모두 마무리된다.
한편 최근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이주노(본명 이상우)의 항소심 판결도 있었다. 일부 언론에선 ‘1심 뒤집혔다’는 제목의 기사까지 보도됐지만 정확한 표현은 ‘감형’이다. 2심에서 1심이 뒤집히는 경우는 유죄와 무죄가 엇갈리는 경우이고 이번에는 1심과 2심 모두 유죄 판결로 감형만 이뤄졌다. 다만 실형이 집행유예가 돼 감형 효과는 실질적으로 ‘뒤집혔다’에 가깝다.
사기와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던 이주노는 지난 18일 2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기 혐의에선 돈을 변제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는 점 등이 2심 판결에서 고려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실형에서 집행유예로의 감형이 이뤄졌다.
조재진 프리랜서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폭행 혐의 피소 김기덕 감독, ‘뫼비우스’도대체 무슨 영화길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9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 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성폭행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