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전태수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배우 하지원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크다. 2007년 연예계 데뷔한 전태수는 유명 스타를 가족으로 둔 연예인들이 대부분 그렇듯, 연기자로 온전히 평가받기보다 ‘하지원의 동생’으로 더 자주 불렸다. 부고가 전해진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따른 충격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유족은 고인의 사인에 대해서만큼은 끝내 함구하고 있다. 심지어 빈소가 어느 곳에 마련됐는지조차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이 모여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뜻에서다. 언론도 이에 공감해 무리한 취재는 벌이지 않았지만 너무나 느닷없는 소식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의구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우울증 치료 중 사망한 배우 하지원의 친동생 고 배우 전태수의 빈소가 22일 오후 서울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전태수는 최근 4년여 동안 이렇다 할 연기활동을 하지 않았다. 가장 마지막에 참여한 작품이 2013년 방송한 MBC 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이다. 2014년 중국 드라마 ‘은혼일기’에 잠깐 출연한 것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멈췄다. 최근에는 일을 봐주던 소속사도 없이 혼자였다.
고인의 부고를 알린 곳은 누나 하지원이 소속된 해와달엔터테인먼트다. 사인이나 정확한 사망 과정에 대해 유족은 ‘비공개 방침’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유족은 서울 강남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워낙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정확하게 확인된 내용은 거의 없다.
빈소에는 하지원과 오랫동안 일한 연예계 관계자들을 비롯해 전태수의 전 소속사 관계자들이 주로 모였다. 유족의 신신당부로 인해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생전 고인과 교류해온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울증에 따른 아픔’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전태수와 가깝게 지낸 한 연예계 관계자의 말이다.
“태수는 심성이 누구보다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번씩 술을 마시면 우울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토로하곤 했다. 그러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 태수를 보면서 걱정은 했지만 내심 금방 좋아질 거라는 믿음도 갖고 있었다. 부고를 받을 줄을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전태수는 사망하기 직전 연예계 지인과 22일에 만나자는 약속까지 잡아둔 터였다. 하지만 그 약속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느닷없이 일어난 일에 고인과 가장 자주 연락을 주고받은 몇몇 친구들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빈소를 찾은 또 다른 관계자는 “SNS에 사진도 올리고 사진에선 밝은 미소를 띠고 있어서 주변 사람들도 태수가 건강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고 여겼다”며 “갑작스러운 소식에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하지원 동생’ 수식어…활동에 부담으로 작용
사실 고인은 전태수라는 이름보다 ‘하지원의 동생’으로 더 유명했다. 2007년 SBS 드라마 ‘사랑하기 좋은 날’로 데뷔할 때부터 당시 톱스타였던 하지원의 동생으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0년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비로소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차츰 누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이후 SBS ‘괜찮아, 아빠 딸’ JTBC ‘궁중잔혹사’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연기자로 살아온 10년여 동안 이렇다 할 대표작을 만들지 못한 아쉬움도 남겼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하지원의 동생’이란 수식어도 그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태수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누나의 영향을 받아 연기자가 됐다기보다 배우를 어릴 때부터 꿈꿔왔다”며 “연기자 전태수라고 불리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누나의 유명세 덕분에 데뷔할 때부터 여느 신인 연기자들보다 이름을 빨리 알리는 도움을 받았지만 반대로 누나의 존재가 적지 않은 제약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상주 이름에 하지원의 본명 전해림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태수가 활동을 멈춘 4년여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의구심을 낳는다. 하지원 소속사의 설명처럼 “우울증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어느 정도 회복했고, 연예계 활동까지 준비”했는지 여부에는 시선이 조금씩 엇갈린다. 전태수와 잘 알고 지낸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연기활동을 시작하려고 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며 “심신이 많이 약해진 상태여서 아마 활동하는 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집에서 조용하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동생의 비보에 하지원도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충격에 빠졌다. 22일 예정된 영화 ‘맨헌트’ 시사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전면 중단하고 빈소를 지켰다. 3녀1남의 셋째인 하지원은 다른 자매들보다 같은 일을 하는 막내 전태수를 누구보다 아꼈다. 다만 앞에 나서서 동생을 챙기기에는 여러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던 상황. 때문에 굳이 말은 하지 않아도 동생이 연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했고, 응원도 했다. 빈소에서 하지원은 거의 실신한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본 연예계 관계자들은 “건강이 염려될 정도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