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변수가 일자리다. 누구나 일자리가 있어야 소득을 벌며 사람답게 산다. 현재 우리 경제는 3.7%의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9.9%로서 사상최고수준이다. 올해 정부는 일자리 목표를 지난해 36만 개에서 32만 개로 낮췄다. 여기에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축소 등의 노동정책을 펴 실업이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우리 경제가 3%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15.8%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경제가 3.2%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 수출증가는 4.0%에 머물 전망이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증가율도 급격히 감소하여 내수침체도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문제가 악화할 경우 삶의 질이 더 곤두박질 할 수 있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2만 7000명을 신규로 채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근본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는 한 정부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고 정부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복지정책을 대폭 확대한다. 무상보육 전면실시, 아동수당 10만 원 지급, 기초연금 5만 원 인상, 공공주택 19만 호 건설, 휴가 2주 사용 등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역시 국민이 내는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 일자리가 늘지 않아 복지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복지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제조건으로 필요한 것이 경제가 성장능력을 회복하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을 일으키는 정책이 절실하다. 실제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주도한다. 기업들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상품을 만들어 끊임없이 창업하고 투자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조선, 해운, 철강,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부실화로 인해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하는 구조다. 정부는 정부주도의 일자리정책을 지양하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규제를 개혁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조성하여 기업들이 미래 산업 발굴과 투자에 뛰어들게 해야 한다. 다음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정책을 펴고 시회복지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수순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와 경제가 함께 부실화하여 선진국 진입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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