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주간지가 “장내 곰팡이가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암이나 치매의 원인도 된다”는 기사를 게재해 주목을 끌고 있다.
얼마 전 독일의 한 연구소는 “성인의 약 70%는 장에 칸디다 곰팡이가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식습관이 불규칙한 사람, 편식하는 사람,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장에 곰팡이가 번성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입 안에도 곰팡이는 존재한다. 만일 치주염이 심한 경우라면 대부분은 칸디다균이 원인이다. 구강은 소화관을 통해 장과 연결돼 있으므로 입 안의 곰팡이는 장까지 운반되기도 한다.
이처럼 칸디다 곰팡이는 사람의 점막과 장내에 살고 있으며, 평소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칸디다균이 다량으로 증식하여 균형이 깨지면 여러 가지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이 ‘장누수증후군(LGS)’이다. 쉽게 말해, 장 점막 손상으로 장내 독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는 현상이다. 칸디다균은 장벽을 자극해 미세구멍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 장이 새면서 독소가 몸속 깊이 침투하게 된다. 이것이 결국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장 점막이 손상되면, 음식물을 분해하고 흡수하는 능력까지 떨어진다. 가령 오랫동안 잘 먹던 음식에도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식품을 먹지 못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장 점막의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진다. 원래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등 비상사태에 대항하는 호르몬. 하지만 염증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하므로 스트레스에 대항할 수 없게 된다. 즉 만성피로, 칩거, 불안,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곰팡이 하면 수은도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곰팡이가 수은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데다 죽을 때 독소 ‘메틸수은’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치과의사 시게코 씨는 “수은이 인체 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신경계 질환과 암 발생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면서 “여기에 장내 곰팡이까지 더해질 경우 결과적으로 리스크가 배로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수은에 의해서 중추신경이 파괴되면 알츠하이머형 치매 위험률도 높아진다. 그는 “흔히 치과 치료에 쓰이는 아말감에는 수은이 50% 정도 함유돼 있다. 아말감으로 충치를 때운 사람은 특별히 곰팡이 감염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칸디다 곰팡이의 번식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관건은 장내 환경을 곰팡이가 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성인의 장 속에는 100조 개가 넘는 세균이 산다. 무게로 따지면 약 1.5kg에 달하는 양이다.
이처럼 수많은 장내 세균들은 기능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몸에 좋은 균(유익균), 둘째 몸에 나쁜 균(유해균), 마지막으로 좋다고도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기상 관찰균이다. 곰팡이는 이중에서 기상 관찰균에 해당되는데, 만일 유익균의 세력이 약해지면 단번에 그 영역을 차지해 번식하고 만다.
이런 이유로 곰팡이의 과다 증식을 막으려면,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 같은 유익균을 늘려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식습관 개선이다. 김치나 요구르트, 낫토, 된장, 간장 등 발효식품을 적극 섭취하도록 하자. 아울러 올리고당과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훌륭한 영양공급원이 되어준다. 예컨대 야채, 버섯, 곤약, 다시마와 미역을 포함한 해조류 등을 먹으면 효과적이다. 반면 항생제 오남용은 장내 유익균들을 사라지게 한다. 가급적 잦은 항생제의 사용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실은 ‘곰팡이가 설탕을 매우 좋아한다’는 점이다. 곰팡이는 당을 영양분으로 삼아 증식하기 때문에 당 섭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곰팡이의 욕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일 당질을 제한하고 싶어도 자제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원인이 곰팡이 탓이라고 여겨도 좋을 정도다. 식후에 반드시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야 하는 사람은, 실은 곰팡이가 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내 산도(pH)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곰팡이 번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령 pH가 낮을 경우 효모 상태지만, pH가 높아지면 곰팡이가 균으로 번식하는 습성이 있다. 혹시 장내 pH가 신경 쓰이는 사람은 물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라. 또 구강 내 곰팡이가 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 평소 구강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내 곰팡이 감염은 의료기관의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자가진단하는 법도 있는데, 먼저 혀에 눈이 쌓인 듯 하얀 이물질이 많이 생겼다면 칸디다 곰팡이일 가능성이 크다. 또 아침 공복에 하는 진단법도 추천한다. 먼저 투명한 유리컵에 실온의 물을 받은 후 침을 뱉어 15분 간격으로 관찰해보자. 만약 실오라기 같은 것이 아래로 늘어지거나 탁한 입자로 구름이 낀 듯 물이 뿌옇게 됐을 때, 혹은 탁한 덩어리가 바닥에 가라앉았다면 곰팡이 감염을 의심해볼 만하다. 이 경우엔 일단 장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장 환경 개선에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식습관에 신경 쓰는 것이 제일이다. 이와 관련 ‘주간신조’는 “쓴맛 나는 채소나 산나물, 허브가 도움이 되며, 생강이나 마늘 등을 섭취하는 것도 권장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들기름과 같은 오메가3 지방산도 염증을 완화하는 데 아주 훌륭한 재료다. 무엇보다 꼭꼭 씹어 먹을 것. 충치나 치주염을 치료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쿄 신주쿠 미조구치클리닉의 미조구치 원장은 “칸디다 곰팡이 근절은 어려워도, 곰팡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치하는 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선 유산균과 비피더스균 같은 유익균을 늘리는 동시에 곰팡이 증식을 막는 식품 섭취도 중요하다. 미조구치 원장은 “최근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건강법이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유산균을 복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유익균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장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곰팡이나 유해균에 대해서도 올바른 지식을 쌓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설사, 변비 등 장 질환이 있거나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증세를 자주 호소한다면 유산균도 중요하지만 흰설탕과 밀가루 같은 정제된 식품도 멀리하라”는 설명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