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찍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홈마’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아이돌 그룹 엑소가 ‘제1회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즈’에 참석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연합뉴스
홈마는 ‘홈마스터’의 줄임말로 연예인의 사진과 동영상을 고퀄리티로 촬영하여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열성팬을 가리킨다. 홈마들은 주로 SNS와 개인 홈페이지에서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아이돌 팬 오 아무개 씨(25)는 “유명 홈마들은 SNS 팔로어 수가 10만 명이 넘어 ‘팬들 내의 아이돌’로 불린다”고 말했다.
홈마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가공하여 다양한 종류의 비공식 굿즈를 제작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홈마들이 제작한 비공식 굿즈는 탁상달력, 스티커, 포토카드, 메모지 등의 문구류가 많지만 생활용품까지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팔로어 수가 많은 홈마들은 본인이 촬영한 사진으로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한다. 입장권은 1인당 1만 원선인데 대부분의 사진전에선 홈마들이 제작한 굿즈들도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대다수의 홈마가 이용하는 굿즈 판매경로는 트위터다. 페이지 개설이 간단한데다, 외국 팬을 모으기에 가장 효과적인 창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굿즈 구매자들이 올리는 인증 트윗은 그 자체로도 홍보가 된다. 팔로어수를 크게 늘린 홈마 중에는 자신이 운영하던 SNS 페이지를 다른 사람에게 유료로 양도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업계 관계자는 “전문가 수준의 사진들도 많다보니 엔터테이먼트나 언론사에서 홈마의 사진 가운데 잘 나온 걸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홈마로 활동 중인 팬들은 홈마 활동을 통해 큰 수입을 버는 건 유명한 홈마 몇 명의 얘기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카메라에 투자되는 초기 비용이 워낙 큰 데다 사진을 찍기 위해 콘서트, 행사장, 심지어는 해외까지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대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 가수의 홈마로 활동하는 A 씨는 “중견 가수라면 모를까 아이돌 행사나 공연에는 사람이 워낙 많아 멀리서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의 좋은 렌즈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년차 홈마라는 B 씨는 “수입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수입이 생기더라도 장비 구입에 대부분을 쓴다”며 “아이돌 비행 스케줄은 주위에서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대략적인 스케줄이 뜨면 항공사 홈페이지 보고 예상해 맞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홈마 고객이 많다는 한 카메라 판매업체 관계자 전 아무개 씨는 “대포카메라는 주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사용하고 국내 홈마들은 거의 C사 DSLR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는 고가의 렌즈를 장착해 사용한다. 이런 카메라는 신상품 기준 310만 원 정도”라며 “홈마 고객들의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주로 20대 초충반이 많다”고 말했다. 앞의 A 씨는 “학생들이 아닌 경우에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며 거의 취미 활동 삼아 하는 수준”이라며 “그나마 아이돌 홈마들은 굿즈라도 팔아 수익을 낸다지만 일반 가수의 홈마들은 아는 팬들끼리 서로 나눠 갖고 가수에게 선물을 주기 위한 용도로 소량 제작한다”고 말했다.
홈마들을 중심으로 한 아이돌 굿즈 시장이 커지며 일각에서는 이들의 굿즈 판매는 엄연한 초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대기업 사원 수준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홈마들도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탈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의 초상권을 가지고 있는 소속사 역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의 전 씨는 “초상권 침해임에는 분명하지만 홈마들이 찍은 사진이 공유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사 이 아무개 씨는 “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연간소득이 300만 원 이상으로 클 경우에는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이 경우 판매자는 사업자등록 절차를 밟고 세금을 부과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홈마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아 피해를 입은 ‘먹튀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아이돌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티켓 값이나 비행기 값을 요구한 뒤 잠적하는 사건도 있다. 하지만 홈마들 대부분은 별도의 사업자 등록이 없고 익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을 찾아 책임을 묻는 과정도 쉽지 않다.
일부 팬들은 사생팬과 홈마들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홈마들 가운데는 사진 촬영을 위해 연예인의 해외 활동까지 따라다니며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홈마가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의 비행기 탑승 직전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팬들 사이에서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최근 유명 아이돌의 공식 팬카페에서는 ‘사생홈마’들의 닉네임을 공개하며 이들의 사진을 다운로드하지 말자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환영홀이 아닌 입국심사장에서의 사진촬영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다”며 “입국심사장에서 연예인이 사진이 찍혔다면 연예인과 같은 비행기를 탑승한 팬이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말레이시아에 구금된 한국인 7명…원인은 ‘아이돌 굿즈’?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인 7명이 현지 경찰에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메트로(METRO)’는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된 한국인은 유명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콘서트 장 앞에서 굿즈를 판매하던 팬“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아직 상황 파악 단계”라는 입장을 밝힌다. 지난 22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말레이시아대사관 담당 영사가 지난 22일 현지 당국을 접촉하여 사건 경위를 파악한 결과, 총 19명이 말레이시아 이민법 위반(여권 미소지, 입국비자상 허가된 범위 외 행위) 등의 혐의로 체포되어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리 국민은 7명으로 담당영사가 현지 이민국 측에 공정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조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상에는 당시의 상황을 지켜봤다는 목격담도 이어지고 있다. 이 중 한 팬은 SNS에 굿즈를 판매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이 장소에서 (굿즈) 판매한 애들 다 잡혀갔음. 아니 근데 원래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판매)하느냐. ‘나 잡아가주쇼’ 아닌가. 이 정도면”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7명은 말레이시아 법에 따라 최대 3주까지 조사받을 수 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가급적 빨리 석방 등에 대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지 법에 따르면 워킹데이 기준 14일까지 조사할 수 있고, 주말까지 다 따지면 최대 3주까지 걸릴 수 있다“며 ”정확한 조사 결과는 말레이시아 이민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받아야 발표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