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창당 후 양당 대표의 백의종군 여부를 놓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안 대표는 당초 통합 전 당 대표 사퇴를 검토했으나 유 대표 측 요청에 따라 통합 후 사퇴로 입장을 한 차례 변경한 바 있다.
안 대표 측은 안 대표뿐만 아니라 유 대표도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 대표 측은 자신은 물론 안 대표 역시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월 1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청년이 미래다’에서 서로의 정당색 목도리를 둘러준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유 대표는 1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신당 출범 초기 결정적인 시기에 지도부 문제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 좋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안 대표만 사퇴하고 유 대표는 직을 유지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유 대표 측은 “두 사람이 끝까지 당 대표로 남아 선거를 치르는 것이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대표를 설득하려 하는 것”이라며 “만약 그래도 안 대표가 물러나겠다고 하면 유 대표 혼자 단독 대표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양당 통합을 반대하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출당 문제를 놓고도 두 사람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안 대표 측은 통합을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진 탈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유 대표 측은 출당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출당당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바른정당 합류를 원했던 김현아 자유한국당(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출당을 거부당하자 한국당 당적은 유지한 채 외부 활동은 바른정당과 하는 식으로 저항했다.
유 대표 측은 통합 반대파 출당으로 의석수가 줄더라도 통합신당의 이념적 통일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김현아 의원은 한국당에 남아 한국당을 비판하고, 당론을 대놓고 거부하는 등 그쪽 입장에서 보면 끊임없이 해당행위를 했다”면서 “의석수도 중요하지만 그런 의원이 당에 3~4명 있다고 생각해봐라 당 지지율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측은 통합 이후 오히려 의석수가 줄어드는 마이너스 통합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통합 반대파의 탈당 규모가 1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돼 바른정당(9석)과 통합한다고 해도 과거 국민의당보다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통합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들까지 대거 출당시켜 의석수가 더 줄어들면 당 내에서 안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합 반대파 비례대표 출당 문제는 우리 당의 문제다. 유 대표 측이 참견할 일이 아니다”라며 “유 대표나 바른정당 측이 뭐라고 하든 참고사항일 뿐이고 그 문제는 우리가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 대표 측 관계자도 “유 대표는 기자가 물어봐서 개인 의견을 말한 것뿐이라고 하더라. 통합반대파 비례대표 출당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민의당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놓고도 이견이 있다. 지난 1월 4일 열린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서 최홍재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햇볕정책의 선한 의도는 북핵 개발로 인해 비현실적인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햇볕정책이나 상호주의 등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을 굳이 통합정당 정강정책에 적시할 필요가 있느냐. 차라리 대북정책의 목표와 원칙을 분명히 제시하는 선에서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햇볕정책이라고 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연상하게 된다. 햇볕정책을 건드리면 (선거에서) 수도권도 전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양당의 안보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특히 햇볕정책에 관한 입장은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바른정당 정강정책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바른정당은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존중’한다고 했고 우리는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존중과 계승의 차이일 뿐”이라며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교집합인 ‘존중’으로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안보는 보수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햇볕정책 외의 안보 분야에서도 바른정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편안을 통해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기본 방향은 옳은 일”이라고 평가한 반면, 유의동 바른정당 대변인은 “국민은 걱정하고 북은 박수치는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도 장 최고위원은 “같은 당 안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이 정치”라며 “100%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정당은 있을 수 없다. 양당의 이견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통합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관계자들은 통합에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앞으로 통합신당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원장은 “양당 모두 벼랑 끝에 몰린 상태기 때문에 지방선거까지는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부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당은 하나고 대권주자는 두 명 아닌가. 대선을 향해 갈수록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유 대표 측이 통합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 대표 사퇴나 통합반대파 비례대표 출당 문제 등 최근 양당 사이에서 불거진 이견은 대부분 유 대표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바른정당 의석 수가 적기 때문에 자칫 흡수 통합되는 모양새가 될 것을 우려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대표 측 관계자는 “양측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종종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언론이 침소봉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