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8일 국정원 특활비 상납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하 전 대변인은 지난 1월 24일 남 전 원장과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사건 1회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7인회라는 측근모임을 만들어 매주 수요일 회의를 열었으며 여기에서 대부분의 주요 결정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국정원 댓글수사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당시 여당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것도 7인회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7인회 멤버는 하 전 대변인을 포함해 국정원 파견근무를 했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오 아무개 국정원장 특보, 고 아무개 국방보좌관, 조 아무개 감사관, 변 아무개 정보비서관 등이다.
이중 장 전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혐의로 구속됐고, 변 전 검사는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 지난해 11월 자살했다.
하 전 대변인은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 현재는 자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식 인터뷰는 한사코 거절했다. 다음은 하 전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지난 2012년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이 발생하자 ‘위 직원은 정상적 대북 사이버활동을 한 것’이라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해 위계공무집행방해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부서에서 이야기해주는 것을 토대로 만든 보도자료다. 정보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변인이 사실관계를 따로 확인할 수가 없다. 보도자료가 허위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대변인이 보도자료 사실관계를 어떻게 하나하나 확인하나. 나를 기소한 것이 납득이 안 된다.”
─검찰은 하 전 대변인이 7인회 멤버로 남 전 원장 주재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심리전단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 공소장에 보면 제가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실행까지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저는 대변인이었다. 국정원은 기자실이 따로 없어서 점심이나 저녁때 기자들과 만나 식사나 술자리를 하면서 백브리핑을 하고 그랬다. 기자들과 자주 만나다보니 제가 실수로 중요 기밀을 발설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정말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저를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을 때도 많았다.”
─국정원 댓글수사 현안 TF에도 직접 참여하지 않았나.
“대변인이 상황을 알아야 언론에 설명할 수 있으니까 TF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가짜 사무실을 만들고 그런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검찰 조사 받을 때 그런 게 정말 있었냐고 제가 오히려 되물었다. 수사를 받다보니 국정원이 문제가 될 만한 자료는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삭제하고 나머지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의혹도 있더라. 제가 관여했다고 의심하는데 저는 그런 자료가 오고갔는지도 정말 몰랐다.”
─7인회는 정말 있었나.
“그 부분은 정말 억울하다. 7인회라는 명칭을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 언론에 언급된 멤버가 남 전 원장과 1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임은 단순 보좌관 회의, 참모 회의였다. 모임 참석자 중 누구도 우리 모임이 7인회라고 말을 한 적이 없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국정원장은 산하 차장들과 회의를 하고 차장들이 관련 사안을 아래로 전달하면 되지 특정 보좌진들과 매주 회의를 가진 것은 특이한 구조가 아닌가.
“모임 멤버들은 원장 직속 부서에 속해있던 사람들이었다. 남 전 원장이 1, 2, 3차장 하고는 거의 매일 회의를 했다. 우리는 1, 2, 3차장실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으니 회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씩 따로 회의를 한 것뿐이다.”
─과거 국정원에서도 그런 식으로 회의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나. 검찰은 그 회의에서 주요 결정들이 이뤄졌다고 한다.
“과거 국정원에서도 그런 식으로 회의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원장이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법적인 부분하고 언론대응 아니겠나. 모임에 파견검사들이 있었고 언론을 담당하는 대변인이 참석했으니 우리와 자주 상의한 것은 맞지만 우리가 원내에서 실세라고 군림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검찰도 저보고 실세가 그런 것(가짜 사무실 등 증거조작)들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던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남 전 원장이 지난 대선에 출마했을 때 캠프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남 전 원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저는 국정원 공채 출신이다. 남 전 원장이 원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는 전혀 일면식도 없었다. 남 전 원장을 모시면서 감동했다. 정말 청렴하고 나라 생각 외에는 개인적인 이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선 캠프에도 합류하게 된 것이다.”
─남 전 원장이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았나. 7인회 또 다른 멤버인 오 전 특보는 법정에서 남 전 원장이 특활비 상납 요구를 받고 고민을 털어놨다고 증언했다.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못 들었다.”
─7인회에 파견 검사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특활비 상납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 모임에서 자문을 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한 내용은 모른다. 하지만 검찰이 남 전 원장을 뇌물죄로 기소한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기껏해야 예산을 편법으로 사용한 죄지 그게 왜 뇌물인가. 상위기관인 청와대에서 돈을 보내라고 지시해 그대로 보낸 것을 뇌물죄라고 엮은 것은 검찰이 너무 나간 것이다. 남 전 원장처럼 청렴한 사람이 드물다. 육군참모총장에 국정원장까지 지냈지만 지금도 오래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다.”
─남 전 원장은 구속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남 전 원장 쪽 사정은 전혀 알 수가 없다. 남 전 원장과 공범으로 묶여 재판을 받고 있다. 나는 불구속 상태인데 그쪽에 전화만 해도 증거인멸이라고 한다. 당연히 만날 수도 없고 아예 소통이 끊겼다.”
─7인회 멤버였던 변창훈 전 검사가 수사 중 자살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저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강압수사나 인격모독 같은 것은 없었다. 같은 국가 공무원인데 검찰 수사를 존중하고 협조할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