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과 함께 “학교의 입학 권유를 받은 정용화도 피해자”라는 동정론도 적잖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거지는 질문은 “경희대는 책임이 없나?”와 “왜 담당 교수는 침묵을 지키는가?”이다. 실제로 적잖은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 박사 과정을 두고 ‘학위 장사’를 한다는 것은 반복해서 지적받는 대목이다. 특히 한류 바람을 타고 연예인들의 위상이 달라지며 그들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
# 왜 대학은 연예인을 선호하나?
정용화 사태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경희대에는 유독 연예인 재학생이 많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특정 학과에 몰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어떤 이유에서라도 경희대를 선호하고, 경희대 역시 연예인 입학생에 대한 니즈가 크기 때문에 다른 대학교와 비교해 이렇게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오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대학원 박사과정 특례입학 논란에 휘말린 가수 겸 배우 정용화. 사진=정용화 인스타그램
이런 상황 속에서 유명 연예인이 재학 중이라는 사실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실제로 몇몇 학교에서는 재학 중인 연예인들이 홍보모델로 나서기도 한다. 신입생 환영회 등에는 재학 연예인의 소속사의 지원 속에 가수들의 공연이 열릴 때도 있다.
특히 한류스타를 유치하면 해외에 대학을 알리기 용이하다. 요즘은 해외 유학생을 모집하는 것도 대학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외국인 재학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적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학교에 대해 소개할 때 한류스타들이 재학 중이라는 사실은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대학들은 “재학생 얼굴 보고 학교 진학을 선택하는 이가 누가 있겠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한류스타들이 해외 공연을 갈 때면 새벽부터 공항에서 진을 치는 수백~수천 명의 10~20대 외국인 팬들을 고려할 때 한류스타들을 유치하는 것은 그 어떤 상업광고보다 홍보효과가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정말 교수들은 ‘영업’을 하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용화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정용화는 경희대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지원했다가 원서 기재 실수로 입학전형에서 불합격했고, 해당학과의 박사과정 지원자가 부족하여 계속 정원미달이라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소속사에 정용화가 추가모집에 응시할 것을 권유하였고, 이에 따라 2017년 1월 대학원에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대학원 학과가 학생 모집에 힘쓰고 있고,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유치하여 미달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므로 대학원에 지원하여 학과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는 담당 교수님의 바람도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주장에 따르면 담당 교수가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먼저 지원을 권유했다는 의미다. 또한 면접을 보지 않고 합격했다는 정용화가 소속사로 찾아온 교수와 개별면접을 가졌다는 대목 역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논란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몇몇 유명 대학을 제외하면 교수들의 학생 모집을 위한 ‘영업’은 버젓이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학부와 달리 석사, 박사 과정은 지원자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인기학교, 인기학과가 아니라면 교수들이 먼저 나서서 학생들을 데려와야 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교수 입장에서 자신이 개설하거나 맡은 학과의 수강생이 없으면 폐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학교 내 교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교수들은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발 벗고 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특혜 의혹이 불거진다. 학기당 500만 원 안팎이나 되는 수업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교수가 먼저 재량 안에서 “장학금을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또한 연예 활동 때문에 수업 참석이나 과제 제출이 어려운 연예인 학생들에게는 교수들이 학점 관리를 해주겠다는 온당치 않은 배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들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이유도 명확하다. “연예인이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아서 어디다 쓰려고 하나?”라는 지적이 있는 것처럼 적잖은 이들이 군 입대를 미룰 목적으로 석사, 박사 과정에 지원하곤 한다. 여성보다 남성 배우나 아이돌의 진학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정말 학업에 뜻이 있는지, 아니면 군 입대를 미루려 하는 것인지는 본인만 알 것”이라며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학업을 그 자체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대학, 연예인 모두 각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