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문제인데…서울만 오른다
전국 부동산 시세는 8·2부동산대책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가 9월부터 반등세로 돌아섰다.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율(전월 대비)은 지난해 8월 0.29%에서 9월 0.06%로 꺾였지만 10월 0.1%, 11월 0.13%로 회복했다. 12월에도 0.12%로 전년 동기(0.08%)를 웃돌았다. 서울은 지난해 8월 1.05%에서 9월 0.2%까지 추락했지만 11월과 12월에는 0.62%, 0.66%의 초강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단지. 고성준 기자
한국감정원의 ‘수도권 대 지방’의 주택매매가격 변동치를 보면 2015년 4.4% 대 2.7%에서 2016년 1.3% 대 0.2%로 좁혀졌다 지난해 2.4% 대 0.7%로 다시 벌어졌다. 올 전망은 0.8% 대 -0.7%다. 격차는 지난해(1.7%포인트)보다 다소 줄었지만 상승과 하락으로 방향 자체가 엇갈렸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주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서울은 올 초 110.3에서 1월 중순 111로 0.7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국지수는 102.9에서 103으로 0.1포인트 움직였다. 경기는 103.7에서 멈춰 있다.
#대출한도 조이니…“돈 많다” 여유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세대별 가계부채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3~2016년 가계부채 증가의 절반 이상을 중장년층이 주도했다. 50대에서 최고소득층인 5분위는 대출로, 40대에서 차상위층인 4분위는 임대보증금 중심으로 주택투자목적 부채를 늘렸다. 50대 부자들은 빚을 내서 집을 샀고, 40대 중산층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에 적극적이었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계층이다 보니 대출규제 강화에도 별 영향이 없다. 소득이 많아 대출한도가 넉넉하다. 게다가 전세보증금 부채는 금융기관의 대출한도 산정 시 반영되지 않는다.
#양도세 ‘지뢰’ 깔자…“안팔고 버틴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의 핵심은 양도세 폭탄이다. 올 4월 이후 임대사업등록을 하지 않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면 양도세를 중과세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양도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4월 이전에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등록을 하든지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절반은 맞았다. 국토교통부 건축행정정보시스템 ‘세움터’에 집계된 임대사업자 수는 2016년 19만 9000명에서 지난해 26만 1000명으로 31.2%(6만 2000명) 증가했다. 특히 12월에만 7348명이 등록했다. 지난해 한 해 전체 월평균인 5220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전년 동기에 비해 117% 증가한 수치다. 이유는 뚜렷하다. 4월 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5년 후 매매 시 양도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4월 이후에는 8년간 매매가 제한된다. 5년 후에도 집값이 오를 확률이 높다고 보고 버티기에 나선 셈이다.
정부가 기대했던 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해 주택매매량은 95만 건으로 전년 대비 10만 건이 줄었다. 올 전망치는 13만 건이 줄어든 82만 건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매물을 막는 모습이다. 전세가도 안정적으로 상승하면서 ‘갭투자’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중장년층은 가계부채가 많지만 상위 자산층에 집중돼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강남 재건축 때리자…“강북으로”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나온 신조어 중 하나는 ‘마용성’이다. 한강을 끼고 강남3구의 건너편에 위치한 마포, 용산, 성동의 강북 3구를 가리킨다.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데다 신규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도 전셋값이 뒷받침되면서 ‘갭투자’가 몰리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 재건축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서울 집값 상승 기대감이 워낙 강해 강남 밖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안 사고 기다릴수록 손해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북에서는 서대문·노원 등 북으로, 강남에서는 과천·분당 등 남으로 상승세가 번지는 모습이다.
#보유세 올릴 수도…“선거 앞두고?”
정부는 보유세 인상 검토를 공식화했다. 보유세 외에는 더 이상 내놓을 대책이 없다는 점을 고백한 셈이다. 하지만 올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맞물린다.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은 소득의 많고 적음을 고려하지 않는다. 한은 조사에서도 60세 이상 고령자들은 은퇴 생활을 위해 임대사업에 적극적이다. 보유세 인상은 상당한 조세 저항을 감수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40만 명에게 1조 8181억 원이 부과됐다. 시행 초기에 비해 대상 인원이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종부세는 누진세여서 가만히 둬도 주택 가격이 오르면 부담은 커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말 지지율 급락에는 종합부동산세의 영향이 컸다”면서 “그 어떤 선거에서도 증세 공약은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선거 전에는 도입이 어려운 셈이다. 보유세나 종부세를 손질하려면 법개정이 필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재 야당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최열희 언론인
주가 상승에 신용융자도 최고치 연초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금리상승이 주춤하면서 채권평가손은 제한되고 개인들의 주식열풍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가 급등하면서 증권사들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은 29조 원을 넘어 30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기고 그 운용성과를 돌려받고 있다. 1%대 중반이다. 그런데 정작 고객에게 돌려주는 예탁금 이용요율은 통상 07~0.8%가량으로 운용수익의 절반 수준이다. 30조 원에서 연간 0.7%포인트의 차익만 계산하더라도 2100억 원에 달한다. 신용융자도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8조 5000억 원 언저리에서 맴돌던 신용융자는 바이오주와 코스닥 랠리가 본격화되면서 급등, 지난 연말 10조 원을 돌파했고 올 들어 11조 원에 육박했다.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은 최고 연 12%에 달한다. 너무 높아 금융당국에서 낮추라고 압력을 가할 정도지만, 증권사들은 시늉만 낼 뿐 요지부동이다. 코스닥 신용융자는 약 6조 원에 달한다. 최근 코스닥은 거래대금도 시가총액이 3.6배나 큰 코스피와 비슷한 수준까지 급등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거래가 잦고, 증권사에서 투자금도 많이 빌린다는 뜻이다.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코스피에서 증권업종 지수는 25% 상승했다. 유안타(25%), 교보(30%), 한화(28%) 등 중소형사들이 가장 높았고 키움(27.9%), 한국금융지주(27.25%) 등 총 5개사가 평균을 웃돌았다. 한편 한국금융지주는 투자은행(IB)에만 허용되는 발행어음 업무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대형사 가운데 가장 높은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 KB 등은 모두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보류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