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심석희. 사진=갤럭시아SM
[일요신문] 잠잠하다 또 다시 불거졌다. 다름아닌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구설수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대중들은 OO협회, OO연맹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본다. 이들의 역할인 각 종목의 발전과 선수 지원에 큰 힘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에 적지않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빙상연맹이다. 그간 빙상연맹의 대표적 ‘연관 검색어’는 ‘파벌, 짬짜미’ 등이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단어들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빙상연맹은 짧은 기간 동안 선수 폭행, 폭행사실 은폐, 행정착오 등 다양한 사건들로 홍역을 앓았다.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의 폭로도 이어졌다. 이를 접한 대중들은 ‘여전한 빙상협회’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불친절한 종목 단체
이외에도 빙상연맹은 ‘불친절한’ 종목 단체 중 하나다. 종목 자체와 단체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할 홈페이지에 국가대표팀 선수 명단을 확인 할 길이 없다.
빙상연맹 홈페이지 각 종목 메뉴에는 ‘공지사항’만 존재한다. 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 캡처
국가대표팀은 그 종목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하지만 빙상 종목의 구심체라 할 수 있는 빙상연맹의 홈페이지에서는 대표팀 선수 명단을 확인하기 어렵다. 소개 메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빙상연맹은 “빙상은 크게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3종목으로 나뉜다”면서 “각 종목별로 참가하는 대회마다, 시즌마다 대표팀 명단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그간 명단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림픽을 앞두고 대회 참가선수 소개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프로필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빙상연맹은 동계 스포츠 종목 단체 중 비교적 덩치가 큰 편에 속한다. 오랜 기간 다른 동계 종목보다 비교적 넉넉한 지원도 있었다. 동계 종목 단체 사무국이 몰린 올림픽공원 벨로드롬에서도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인원이 사무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스키협회는 6가지 세부종목 대표팀 명단을 모두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사진=대한스키협회 홈페이지 캡처
과연 빙상연맹 홈페이지만 이런 모습일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크게 15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국내에서는 7개 단체가 15개 종목을 맡고 있다. 이 중 빙상연맹을 제외한 대한스키협회,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대한루지경기연맹, 대한컬링경기연맹,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모두 국가대표팀 선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상비군, 청소년 대표 등 다양한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공개하고 있는 단체도 있다.
목동 아이스링크에 만원 관중이 몰린 지난해 11월 ISU 쇼트트랙 월드컵. 연합뉴스
빙상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효자종목으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구가해왔다. 전통적 강세를 보인 쇼트트랙 이외에도 이상화, 이승훈, 김연아 등 스타들의 탄생으로 규모를 확장 시켜왔다. 특히 국내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대회는 흥행 측면에서도 성공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열린 ISU 쇼트트랙 월드컵에는 많은 팬들이 몰렸다. 평일임에도 일부 팬들은 심석희 등 쇼트트랙 스타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경기장에 내걸었다. 주말 경기는 만원관중으로 목동 아이스링크가 가득 찼다. 이 같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세밀한 홈페이지 관리가 필요하다.
#매끄럽지 못했던 경기복 교체 과정
빙상연맹은 지난해 2월부터 경기복 교체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기존 경기복 교체를 추진했다. 일부 선수의 반발이 있었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올림픽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기복 교체는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빙상연맹이 공정성을 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부 선수들을 선발해 여러 경기복을 입히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테스트 소식을 접한 기존 경기복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큰 의미 있는 방문은 아니었다. 우리 제품 테스트가 열리니 지켜보기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맹은 이들의 방문 사실을 알고 테스트를 취소했다. ‘연관된 업체가 현장에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테스트를 치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재차 테스트가 열렸고, 결국 기존과는 다른 업체가 경기복을 후원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럼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새로운 경기복을 공급할 업체가 일부 대표선수의 매니지먼트도 맡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업체가 맡고 있는 선수는 연맹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최근 폭로에 언급되기도 하면서 논란은 확전될 조짐이다.
이에 빙상연맹은 당시 적법 절차에 따라 후원사를 변경했음을 강조했다. 기존 후원업체와 계약이 종료돼 공모 과정을 거쳐 새로운 업체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빙상연맹의 테스트에서 네덜란드의 경기복 제조업체가 선정됐고, 이 제품의 국내 유통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공급을 맡게 됐다.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빙상연맹의 태도에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가 퇴색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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