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식 W홀딩컴퍼니 회장은 코스닥 시장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업계에 따르면 원 회장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소형 종목 M&A(인수합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일요신문DB
코스닥 시장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명망을 쌓은 원 회장은 이번 판결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당초 법조계에선 원 회장의 실형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 기록을 보지 못해 조심스럽다“면서도 ”원 회장의 경우 원금 보장을 전제로 홈캐스트에 투자한 것인데 주가조작에 실제 관여했는지에 대해선 상급심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도 “홈캐스트 수사 당시 특정 피의자에 대한 비호 의혹과 사건 축소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며 “원 회장으로서는 김 씨(실형 선고)와 거래한 다른 피의자도 있을 텐데 본인만 수사받는 상황이 억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코스닥 시장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업계에 따르면 원 회장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소형 종목 M&A(인수합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손대는 종목마다 시세차익을 거두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일반적인 기업 M&A ‘세력’이 고액 자산가, 사채업자, 피인수기업 경영진 등과 손을 잡고 투자자를 유치한 것과 달리 원 회장은 스스로 자금을 수혈해 유망 종목에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M&A 시장에서 자금력의 유무는 정보력의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특정기업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가 자본을 자체 조달하지 못하면 외부 세력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투자 정보가 유출되고, 최악의 경우 시세조종 세력이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력이 있다면 투자 정보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M&A 거래로 발생하는 차익을 독식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판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누가 어디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금방 소문이 퍼진다”며 “원 회장은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중요한 투자 건에 대해 홀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원 회장은 지난해 기준 지주사인 W홀딩컴퍼니를 통해 제이에스투자조합 등 2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17년 3분기 기준 지분 100%를 취득한 유리 판매업체 SH글라스 등 5개 회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회사가 모두 벤처기업 투자 명목으로 설립된 투자조합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W홀딩컴퍼니의 자산은 1161억 원, 부채는 355억 원으로 재무상태가 비교적 건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3분기까지 매출은 175억 원으로 4분기 합산 시 2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 회장에 대한 투자업계와 사정당국의 평가는 엇갈린다. 투자업계에선 원 회장에 대해 “맨주먹으로 원 회장만큼 성공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옹호론이 나온다. 반면 사정당국에선 원 회장의 몇몇 투자처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DB
원 회장 일가가 지분 98.9%를 가진 가족회사 오션인더블유는 W홀딩컴퍼니 최대주주(지분 15.86%)다. 오션인더블유의 최대주주는 원 회장의 아들 원 아무개 씨로 지분 45.06%를 갖고 있다. 원 회장은 지분 36.66%로 2대 주주다. 아들 원 씨로 경영승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자문업체인 오션인더블유는 2015년 당기순이익이 2600만 원에서 2016년 50억 2800만 원으로 상승했다.
원 회장은 W홀딩컴퍼니와 지분 0.01%~100%를 가진 투자회사 18개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권을 가진 후 이를 되파는 방법 등으로 수익을 올렸다. 때로는 경영권과 관계없는 테마주 매수로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대표적인 ‘빅딜’로 꼽히는 것이 옛 보광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휘닉스홀딩스(현 YG플러스) M&A다. 2014년 YG엔터테인먼트는 휘닉스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취득하고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원 회장은 보유 중인 휘닉스홀딩스 지분을 YG에 넘기면서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YG의 경영권 양수 당시 8000원에 육박했던 YG플러스 주가는 지난 1월 31일 종가 기준 2000원으로 하락했다.
2015년 W홀딩컴퍼니가 투자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합성수지 제조업체 젠트로도 마찬가지다. 젠트로 주가는 주당 1000원대에서 2016년 1만 3000원대까지 폭등했다가 최근 거래일 기준 다시 3000원대로 추락했다. 또 다른 투자처인 의류업체 데코앤이 역시 2016년 4000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500원대까지 떨어졌다.
W홀딩컴퍼니는 2015년 항암 백신 개발회사인 신라젠 CB(전환사채)를 매입하기도 했다. 발행가 4200원이었던 신라젠 주가는 불과 2년 만에 10만 원대까지 폭등했다. W홀딩컴퍼니는 이미 신라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 회장에 대한 투자업계와 사정당국의 평가는 엇갈린다. 투자업계에선 원 회장에 대해 “맨주먹으로 원 회장만큼 성공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원 회장은 YG를 비롯해 JYP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 초록뱀미디어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현재도 연예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며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일각에선 학맥, 연고로 묶인 기관 투자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원 회장을 견제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제기된다.
반면 사정당국에선 원 회장의 몇몇 투자처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원 회장은 옛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규선 씨가 설립한 루보(현 썬코어)에 투자하기도 했는데 이후 최 씨는 개인 횡령 사건에 연루돼 구속수감됐다. 썬코어는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또 이번 홈캐스트 사건 주범이자 원 회장과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윤진석 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수백억 원대 사기 투자’로 물의를 빚은 아이카이스트랩의 2대 주주로 나타났다. 앞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원 회장이 돈을 댄 회사가 연거푸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것은 본인에게도 마이너스“라며 ”원 회장 스스로 오비이락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