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를 졸업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후 웃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동문파워를 자랑하는 대학이 있다. KB금융·신한금융·NH농협금융·신한금융지주 4대 금융지주 중 3곳의 수장이 성균관대 출신이다.
3연임이 확정적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성균관대 행정학과(73학번)를 졸업해 1981년 서울은행에서 은행원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 창립 멤버로 합류한 이후 하나은행과 지주에서 한 길만 걸었다. 현재 은행권 최장수 경영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 75학번으로 학사·박사학위를 동일 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취득했다. 졸업 후 외환은행에 입행했지만 삼일회계법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을 두루 거쳤다. KB 사태 이후 내부 균열을 봉합하기 위해 2014년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겸직하면서 우수한 경영실적을 보여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신한금융이 차지하고 있는 ‘리딩뱅크’의 지위를 탈환했다.
4월 임기 만료 예정인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73학번)를 졸업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장 등을 거쳐 2015년 농협금융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같은 학번이다.
반면 신한금융 요직에는 성균관대 출신이 없다. 공교롭게도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가 라응찬 전 회장과 다툰 ‘신한 사태’ 이후 성균관대 출신은 대부분 ‘신상훈 인맥’으로 분류됐다. 이 때문인지 현재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임원 가운데에는 성균관대 출신이 없다. 조용병 지주회장과 위성호 은행장은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시중은행장 중에서는 지난달 은행장으로 취임한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성균관대 법학과 78학번으로 이광구 전 행장이 사임하면서 은행장 대행으로 조직을 잘 추슬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행장은 우리금융지주 상무와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 글로벌사업본부 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2금융권에서는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성균관대 법대(73학번) 출신이다. 우리은행장·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우리카드 고문도 겸하고 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역시 성균관대 경영학을 전공했다.
3연임이 확정적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성균관대 출신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이 문 대통령과 같은 부산 출신으로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산과 경남 출신 금융인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사교 목적으로 만든 부금회 멤버로 통한다.
고교 동창들의 우애도 끈끈하다. 특히 덕수상고와 광주제일고의 인맥이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덕수상고 동문들의 경우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가 임명되면서 더욱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덕수상고 63회 졸업생으로 26회 행정고시에 합격, 덕수상고를 졸업한 고시 출신 모임인 ‘고덕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차관급)으로 임명된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 역시 덕수상고 출신이다.
덕수상고는 현재 4대 시중은행 임원을 가장 많이 배출시킨 상고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최병화·진옥동 부행장, KEB하나은행의 정정희 부행장, KB국민은행의 김기헌 부행장, 기업은행의 서형근 부행장 등 ‘은행원의 꽃’으로 불리는 부행장 자리에서 덕수상고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에만 덕수상고 출신이 2000여 명이 근무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신한은행은 덕수상고 출신이 임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덕수상고가 금융권에서 명문으로 자리매김한 까닭은 1960~80년대 가정형편은 좋지 않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입학했기 때문이다. 당시 가난한 집안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대학 입학 대신 금융권 취업이 보장된 덕수상고를 나오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게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금융권에서 계속 일한 졸업생이 많았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타업종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기 때문에 ‘특정학교 출신들이 일을 잘 한다’는 평가가 있으면 이미 검증된 인력으로 판단해 비교적 신뢰하는 편”이라면서 “어찌 보면 같은 학교 출신끼리 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