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보도된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폭로로 다시 한 번 워싱턴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1)이 과거 혼외 성관계를 가졌던 포르노 배우의 입을 막기 위해 합의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시점이었다. 당시 돈을 전달한 사람은 트럼프의 측근이자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었으며, 돈이 전달된 시점은 2016년 10월 무렵으로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긴박한 때였다. 당시 트럼프가 건넨 액수는 13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당시에는 수십 명의 여성들이 트럼프로부터 성희롱 혹은 성추행을 당했다며 줄줄이 폭로를 하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맺었던 이 포르노 배우의 구체적인 증언이 공개되었다면 대선 판도가 어떻게 흘러갔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이후 트럼프 변호인 측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으며, 기사에서 지목된 포르노 배우의 사인이 담긴 해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내용인즉슨, “모두 가짜 뉴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뒤이어 줄줄이 폭로되고 있는 주변인들의 증언과 과거 인터뷰 내용을 보면 트럼프 측의 말을 믿을 사람은 아마 없을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혼외 성관계를 감추기 위해 합의금을 지불했다는 보도로 인해 워싱턴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주간지 ‘인터치’는 2011년 있었던 스테파니 클리포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둘 사이의 성관계 사실을 만천하에 폭로했다.
이밖에도 성명서에서 클리포드는 “트럼프와는 몇 차례 지극히 제한적인 공개 장소에서 만난 것이 전부다. 그 이상은 없었다” “트럼프는 예의 바르고, 프로페셔널했으며, 완벽한 신사였다”라고도 말했다.
코언 변호사 역시 “이런 소문이 2011년부터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돌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대니얼스 양과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바다”라면서 트럼프의 의견을 전달했다. 또한 백악관 측 역시 “이는 오래도록 반복해서 재탕되고 있는 기사다. 이미 선거 전에 강력하게 부인한 바 있다”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말을 믿기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미 여러 명의 증인이 나온 데다 클리포드 본인이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와의 관계를 털어놓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6년 대선이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던 10월, 당초 클리포드는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와 온라인 매체인 ‘슬레이트’를 통해 이 사실을 폭로할 예정이었다. 당시 수십 명의 여성들이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릴레이 고백을 하고 나섰던 때라 그녀 역시 이 행렬에 동참할 의향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클리포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슬레이트 그룹’의 제이콥 와이즈버그 편집장에 따르면, 당시 그는 2016년 8월과 10월에 각각 한 차례씩 클리포드와 대화를 나눴고, 그녀로부터 트럼프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클리포드는 트럼프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코언 변호사가 비밀 유지 조건으로 합의금 지불 약속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클리포드는 코언 변호사가 당초 약속했던 돈을 제때 송금해주지 않을 경우, 언론에 모든 것을 폭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ABC 방송과도 접촉했던 클리포드는 출연 일정을 두고 여러 차례 방송사 측과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클리포드는 결국 공개 인터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 날 돌연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해 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대선은 치러졌고, 클리포드의 이름은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합의금 보도가 나가고 클리포드와 트럼프 측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서자 미 연예주간 ‘인터치’가 이를 반박하는 명백한 증거를 보도한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2011년 클리포드와의 인터뷰 내용을 장문의 기사를 통해 폭로해 버린 것.
당시 클리포드는 ‘인터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와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터치’는 클리포드의 동료, 전남편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클리포드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모두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통과했었다고 ‘인터치’는 말했다.
‘인터치’의 보도에 따르면, 클리포드가 트럼프를 처음 만났던 것은 2006년 7월, 네바다주 레이크 타호에서 열렸던 유명인사들의 자선 골프대회인 ‘아메리칸 센추리 챔피언십’에서였다. 당시 트럼프는 멜라니아와 결혼한 지 1년 정도 지난 상태였다.
클리포드는 대회 스폰서 가운데 하나였던 소속사인 ‘위키드 픽처스’의 직원으로 행사에 참여했으며, 당시 행사에는 트럼프를 비롯해 전 부통령인 댄 퀘일, 코미디언 레이 로마노, NFL 선수인 벤 뢰슬리스버거 등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었다.
트럼프와 클리포드가 처음 만난 건 트럼프가 멜라니아와 결혼한 지 1년 정도 지난 2006년 7월경이었다.
그날 밤 클리포드는 트럼프가 묵고 있는 호텔로 초대됐다. 경호원의 안내에 따라 방에 들어서자 파자마 차림으로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트럼프의 모습이 보였다. 둘은 방 안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는 등 급속도로 친해졌다. 트럼프는 당시 자신이 진행하고 있던 TV 쇼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에 클리포드를 출연시켜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그녀의 호감을 사기에 바빴다. 클리포드는 이런 트럼프의 모습에 대해 “그는 매우 자신만만해 보였다. 마치 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는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트럼프는 대화를 하는 내내 아내인 멜라니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당시 멜라니아는 아들 배런을 출산한 지 4개월 정도 지나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였다. 클리포드가 멜라니아에 대해 묻자 트럼프는 “아, 걱정 말아요”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자신이 표지 모델로 나온 잡지를 꺼내 보이는 등 화제를 전환했다.
클리포드와 트럼프는 그날 밤 성관계도 맺었다. 트럼프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클리포드는 “섹스는 그렇게 열정적이진 않았다. 교과서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체위도 한 가지뿐이었다. 그 나이대의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방을 나서기 전 트럼프는 “다시 만나고 싶은데 언제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물었는가 하면, 그녀가 출연한 포르노 영화 ‘3위시즈’의 DVD 커버에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어프렌티스’의 출연을 약속하면서 “사람들은 당신이 금발에 왕가슴인 멍청한 여자라고 생각할지 몰라. 하지만 당신은 이 프로그램에 딱이야. 왜냐하면 당신은 똑똑한 여성 사업가니까”라고 달콤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후 몇 년 동안 둘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관계를 유지시켜 나갔다. 트럼프는 10일에 한 번꼴로 전화를 걸어왔으며, 클리포드 역시 원할 때면 언제든 경호원이나 비서를 통해 트럼프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클리포드는 “트럼프는 나를 ‘허니번치(귀염둥이)’라고 불렀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당신은 내 딸 이방카처럼 아름답고, 똑똑하다”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고도 말했다.
둘이 전화 통화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비밀스런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한번은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 사무실에서 만나기도 했으며, 또 한번은 2007년 할리우드에서 열린 보드카 공개 파티에서도 만났다. 미스 USA 대회에 트럼프의 초대를 받고 참석한 적도 있었다.
한번은 베벌리힐스의 호텔의 방갈로에서 만났던 트럼프가 그 자리에서 “당신에게 했던 ‘어프렌티스’ 출연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있다 갈래?”라고 말하면서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트럼프가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던 클리포드는 방을 나왔고, 그후부터는 트럼프의 전화가 눈에 띄게 뜸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화가 온 것은 2009년 말 혹은 2010년 초였다.
클리포드의 이 인터뷰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은 동료 포르노 배우였던 알라나 에반스가 확인해주었다. 지난 1월 14일, ‘데일리비스트’를 통해 추가 폭로한 에반스는 “클리포드가 트럼프를 처음 만난 그날 밤, 사실 클리포드로부터 함께 트럼프 호텔방으로 가자는 제안을 받았었다. 하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호텔에서 돌아온 클리포드는 에반스에게 “호텔방에서 트럼프와 끝까지 갔다. 트럼프는 꽉 끼는 흰 팬티를 입은 채 호텔방 안에서 나를 쫓아 다녔다”고 말했다. 그 후 줄곧 클리포드는 “나는 트럼프와 친구 이상의 사이다”라고 자랑삼아 말하곤 했으며, 트럼프로부터 플로리다에 있는 맨션의 열쇠도 받았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선 기간 동안 입막음 대가로 돈을 받은 여성은 클리포드 외에 한 명 더 있었다.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인 카렌 맥두걸 역시 돈을 받고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2016년 10월, 맥두걸은 친트럼프 성향의 미디어 그룹인 ‘아메리칸 미디어’에 15만 달러(약 1억 6000만 원)를 받고 보도 독점권을 팔았다. 당시 맥두걸은 멜라니아와 결혼한 첫 해에 걸쳐 내내 트럼프와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트럼프와 친분이 두터운 데이비드 J. 페커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맥두걸의 입을 막고 나섰고, 그렇게 그녀의 주장은 기사화되지 않은 채 묻히고 말았었다.
트럼프 부부 불화설도 제기되고 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취임 1주년을 맞아 트위터에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 대신 군의장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취임식에 참석하는 사진 한 장만 올렸다.
가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은 짧지만 어딘가 모르게 냉소적이었다. 트럼프와 함께 찍은 사진 대신 군의장대의 에스코트를 받고 취임식에 참석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만 올렸던 것. 이와 함께 “멋진 순간들로 가득했던 한 해였다”는 짤막한 글만 올린 것이 전부였다. 그런가 하면 다보스포럼 일정을 돌연 취소했던 멜라니아는 트럼프와 함께 포럼에 동행하는 대신 워싱턴에 남아 홀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사정이 이러니 부부 불화설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더 나아가 멜라니아가 백악관에서 나와 워싱턴의 호텔에서 묵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런 불화설을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현재 백악관 측은 이런 추측성 보도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혹시 멜라니아가 이번 스캔들로 인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게 되진 않을까. 이에 대해서 트럼프 부부의 오랜 친구이자 뉴욕 ‘피어 59’ 포토 스튜디오의 창업자인 페데리코 피냐텔리는 ‘인터치’를 통해 “둘이 이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멜라니아의 우상이다. 멜라니아는 트럼프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 둘 사이는 매우 끈끈하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