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당시 유세전에 한창인 김일권 전 양산시의회 의장(위 사진 맨왼쪽)과 나동연 양산시장(아래 사진 중앙)의 모습.
[일요신문] 6·13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지역 표심의 향배가 유권자들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가운데, 최근 권민호 거제시장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입당까지 마무리됨에 따라 경남지역 지방선거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경남은 크게 창원과 김해 등을 포함하는 동부, 진주를 중심으로 하는 서부로 나뉜다. 도농 복합지역이 많은 서부보다는 동부에 인구가 많이 몰려 있다. 이런 경남의 특성상 민주당은 서부보다는 동부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창원·김해·양산·거제 등 동부권 주요 도시의 자체단체장을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높다. 특히 지난 19대 대선 결과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한국당) 후보를 여유롭게 이겼던 양산지역의 시장 선거에 각 정당과 유권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양산은 한국당 소속인 현 나동연 시장이 3선 출마를 공식화함으로써 선거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현재 한국당은 양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3선 수성을 노리는 나동연 시장 외에는 뚜렷한 인물이 없어 특별한 이변이 없으면 나 시장의 공천이 유력하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출발선에 대기하는 주자들이 많다. 김일권 전 양산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강태현 변호사, 박대조 양산시의원, 심경숙 양산시의회 부의장, 조문관 전 경남도의원 등이 시장선거에 나설 뜻을 표명하고 이름 알리기에 분주하다.
민주당의 탈환이냐, 한국당의 수성이냐가 서로 맞물렸다는 점보다 더욱 흥미로운 대목은 김일권 전 양산시의장과 나동연 양산시장 간의 세 번째 대결이 성사될지 여부다.
두 사람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양산시장 후보로 첫 번째 대결을 펼쳤으며 2014년에도 재격돌을 벌였다. 올해 지방선거까지 서로 맞붙으면 세 번째 대결이 된다. 특히 김일권 전 의장이 최후의 출사표라고 선언한 것과 나동연 시장이 당선 시 3선 제한에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이 양자 간의 마지막 결판이 되는 셈이다.
2010년 양산시장 선거에서는 당시 조문관 한나라당 경남도당부위원장이 공천장을 얻었지만, 나동연 후보로 한나라당 공천자가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두 후보 간의 법정소송까지 진행된 상황 속에서도 당시 나동연 한나라당 후보는 견고한 보수 지지기반을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 나선 김일권 후보를 이기며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만난 두 후보 간의 리턴매치에선 당시 문재인 선대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나선 김일권 후보가 38%에 이르는 4만 4523표를 받으며 선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나동연 후보의 벽은 넘지 못하며 또다시 분루를 삼켰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이 거둔 압도적인 승리와 최근 치러진 경남도의원 보궐선거 등으로 미뤄볼 때, 보수가 강할 것이란 기존 인식이 급격히 허물어진 것이다. 물금신도시의 폭발적인 인구증가는 이 같은 인식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김일권 전 의장의 폭넓은 인지도가 정당 지지도와 결합할 경우, 이번 양산시장 선거에서는 김 전 의장이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지역정가에서도 현재 민주당에 후보군이 많지만 본선 경쟁력으로 따졌을 때는 김일권 전 의장이 가장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의장이 민주당 양산시장 후보가 된다면 나동연 시장의 3선 도전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 민주당 후보군이 무려 7명에 달함에 따라, 경선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파열음을 최소화하고 컨벤션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 여당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이렇듯 6·13 지방선거에서 양산의 표심에 많은 시선이 쏠린다. 현재 양산 표심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지역이란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보수의 표밭이라는 오래된 풍토를 이어나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