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시장에서는 서로 득이 될 게 없는 거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DB
[일요신문]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로 득이 될 게 전혀 없는 거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최대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지분을 매각한 배경까지 의심받는 모습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우건설은 해외부문 개선이 절실한데 이번 인수합병이 이뤄져도 아무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게다가 국내 부문은 호반건설에 인수돼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우건설 매출 비중은 국내 77%, 해외 23%다. 매출총이익으로 따지면 국내 110%, -10%다. 해외부문의 실적 개선이 필요한 구조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해외사업 경험이 전무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일 때와 비교해 신용등급이 낮은 호반건설이 대주주인 상황은 오히려 해외수주나 국내 대형공사 수주에 불리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국내부문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우건설의 주택분양지역 분포를 보면 서울 7%, 경기 50%, 나머지 지방 43%다. 호반건설은 경기 55%, 나머지 지방 45%다. 대우건설의 서울 입지가 약해 호반건설이 얻을 게 별로 없다. 대우건설은 호반건설로 인해 서울에서의 입지가 더 약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호반건설 역시 얻을 게 별로 없다는 분석이 있다. 2006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할 때만 해도 1조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과 1조 원대 서울역 사옥 등이 건재했다.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 이익잉여금은 바닥이 난 상황이다. 팔면 돈이 될 건물도 변변한 게 없다.
NICE신용평가는 “호반건설은 대규모 현금유출 및 차입 증가를 동반하게 된다”면서 “기존에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시장 참여로 리솜리조트 등 여타 자금 소요 가능성이 잔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계약을 이행할 경우 상당 폭의 재무안정성 지표 저하가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또 대우건설에 대해서는 “호반건설로부터 해외사업 물량 확대 및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직간접적인 재무지원 위축 가능성도 상존한다”면서 향후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부실을 정리한 기업을 팔 때는 매각가격뿐 아니라 경영능력까지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번 조합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