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들이 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사진은 광화문 교보문고에 대형 독서 테이블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가장 먼저 변화한 곳은 서점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서점’을 목표로 2015년 리모델링을 마쳤다.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파·벤치·테이블형 의자, 10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은 변화한 서점 풍경 중 하나다. 그 위를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 곳곳에 비치된 화초 등은 남부럽지 않은 독서환경을 만든다. 리모델링 후 교보문고에는 연간 5000만 명이 방문하거나 머무른다.
2017년 9월 오픈한 영풍문고 홍대점도 눈에 띈다. 숍 인 숍 형태로 입점한 각종 디저트카페·리빙숍 등은 고객의 발길을 오래 묶어놓는 요소들이다. 한쪽에 마련된 무대 위에선 인디가수들의 버스킹 공연도 한다. 올해로 80회를 넘어선 무대공연은 매장 체류의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책만 진열해 판매하던 기존 서점 형태에서 벗어나 손님들이 편히 독서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조성에 노력 중”이라며 “문화행사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도 이전과 다르다. 고객들에게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에 머물지 않고 고객들이 직접 구입한 식재료로 즉석에서 요리를 해준다. 일명 그로서란트(grocery, 식재료와 restaurant, 음식점이 합쳐진 신조어)라 불리는 이곳은 장보기와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하며 고객들의 매장 이용 시간을 대폭 늘린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재료를 곧바로 즐길 수 있고, 셰프의 요리 과정도 직접 구경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롯데마트 서초점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서는 요리사가 고객이 구입한 스테이크를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주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마트 서초점의 경우 그로서란트와 함께 1층에 ‘어반 포레스트(Urban 4 rest)’라는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계단형 좌석과 이를 둘러싼 크고 작은 의자·테이블은 판매 상품들만 즐비했던 기존 마트와 다른 모습이다. 이곳을 자주 방문하는 B 씨는 “카페 못지않게 분위기가 좋고, 빵·브런치밖에 사먹을 수 없는 카페와 달리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어 자주 온다”며 “작업 중에 지루하면 쇼핑도 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뷰티숍들은 고객들에게 색다른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5월 오픈한 시코르 강남점의 경우 분장실에서나 볼 법한 메이크업 전용 조명의 대형 화장대, 일명 셀프바를 설치했다. 고객들이 자유롭게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매장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같은 해 9월 오픈한 올리브영 강남본점은 각종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고객들의 쇼핑 시간을 연장한다. 제품 광고영상·진열 위치·관련 이벤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테이블’, 피부 나이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스마트 미러’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학생 C 씨는 “각종 체험 기기가 내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재미도 있고 기기를 사용하다 보면 없던 구매욕도 생긴다”고 즐거워했다. 매장에 30분째 머물던 직장인 D 씨는 “이 같은 기기로 제품을 간접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강남본점에 설치된 ‘스마트 미러’ 통해 고객이 피부나이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들의 이 같은 변화는 실제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풍문고 홍대점은 다른 지점과 비교해 20% 높은 월평균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그로서란트를 운영하는 롯데마트 서초점은 다른 점포들에 비해 신선식품 매출이 10%나 높다. 올리브영 강남본점 역시 개장 100일 만에 방문고객 100만 명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30% 신장한 것으로 기록됐다.
오프라인 매장들의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 몰의 강세에 따른 자구책이라 평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온라인 업체 성장으로 오프라인 업체는 더 이상 상품만 팔아선 생존할 수 없게 됐다”며 “오감을 자극하면서 고객들의 시간을 가져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경제활동 과정에서 더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거란 평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제 소비에 앞서 다양한 재화·서비스를 경험할 기회가 많아져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더 합리적인 소비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얻어가는 재미는 덤”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