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서울시는 시정 거버넌스 기획과 운영을 총괄하는 ‘거버넌스총괄코디네이터(총괄코디)’ 채용 공고를 냈다. 총괄코디는 민간활동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뽑아 서울시의 제도를 시행하는데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가나다 급으로 급수가 분류되며 총괄코디는 5급 공무원에 준하고, 연봉 하한선이 5000만 원 이상이다.
서울시청에서 5급 공무원에 준하는 민간전문가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경력기준 산정에 오류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미세먼지 관련 서울시 추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당시 서울시는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가’급에 해당하는 총괄코디 1명을 뽑기 위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진행했다. 채용공고에 따르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연구소, 공공기관, 민간기업, 법인 및 단체 등에서 공동사업을 개발하거나 민간협력 증진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필요하다. 김 아무개 씨는 5년 이상 직무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고 6급 이상 공무원 경력도 없었지만, 8년 이상 민간활동 경력을 인정받아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결과 김 씨가 제출한 8년 2개월의 경력 사항 중 1년 2개월은 경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서 2005년 9월~2009년 12월 31일까지 근무한 것으로 경력증명서를 제출했지만, 새사연은 2006년 12월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김 씨는 2015년 12월~2006년 2월 중 수차례 부정기적으로 돈이 입금된 금융거래내역과 2006년 3월~2006년 12월 새사연의 직장가입자로 가입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부정기적 금융거래내역만으로 김 씨의 근무 내역을 확인할 수 없고, 건강보험 가입기간을 경력으로 전부 인정해도 김 씨의 총 경력이 채용 자격요건인 8년에 5개월 미달된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재된 경력 요건을 바탕으로 채용을 진행해 공정성과 신뢰성이 저하됐다는 것.
김 씨 입장에서도 억울한 부분은 있다. 김 씨는 새사연은 물론 다양한 비영리 법인단체에서 근무해와, 민간 경험이 풍부하다. 통상 사단법인이 설립허가를 받기까지 상당 기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김 씨가 새사연 설립 준비과정에 참여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특정 지원자에 대해 법적 근거를 갖는 경력증명서가 발급되지 않는 부분까지도 친절하게 고려해 경력을 산정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특정인이나 단체에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잡음이 불거졌다. 더군다나 서울시는 채용을 함에 있어 채용공고에 적시된 기본적 증명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않았는데도 보완을 요구하지 않은 채 채용을 진행했다.
이 같은 의혹은 김 씨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다양한 시민활동을 함께 해온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증폭됐다. 또 김 씨는 2013년에도 서울시청에서 마을기획실장 등 직책을 맡으며 시정과 관련된 일을 맡아왔다.
새사연이 진보 진영에서 유서깊은 싱크탱크인데 하필 이 사단법인에서 설립초기부터 일해 온 김 씨에게 서울시가 특별한 배려를 해 준 것도 논란을 키웠다. 당시 총괄코디에 지원한 지원자 중 군대 경력이 대부분인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탈락됐다. 당초 국가,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에서 일해온 민간전문가를 구한다고 공고를 냈지만 서울시는 군 경력이 전부였던 인사는 면접기회조자 주지 않은 것. 서울시 관계자는 “서류면접에서 한두 명이 탈락했던 것 같다”며 “자격요건에 군대 경력만을 냈던 분이 계셔서 서류에서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또 “인사를 담당한 지 10일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용을 담당해 업무상 미숙함이 있었다”며 “외부에서 의혹을 가질 수도 있지만 특정인에게 어떠한 특혜를 주거나 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감사원 감사가 끝난 뒤인 2017년 3월 일신상 사유로 사임했다. 당시 채용을 진행했던 담당자는 감사원 처분대로 ‘주의’처분을 받았다. 담당자가 실수로 채용공고상 경력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 주의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 서울시는 더 이상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비서실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채용이 이뤄지고 특정인에 대한 특혜는 없다”며 “내부 직원에 대한 처분도 절차와 법에 따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난이 대국민적 관심사고 채용비리로 공공기관장이 검찰조사를 받거나 직을 그만두는 현 상황에서 서울시의 태도는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기업에서는 채용공고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이 맞지 않은 경우 채용이 취소된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 김 아무개 씨(27)는 “경력산출이 법적 근거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면 채용과정에 대해 누가 신뢰를 하겠냐”며 “더군다나 5급 공무원에 준하는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