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기자=지난해 11월, 평창올림픽 경기진행요원으로 발탁된 최민수 전 빙상연맹 쇼트트랙 경기력향상위원은 최근 연맹이 자신을 참가 명단서 배제된 조치에 대해 ‘부당하다’ 주장하고 있다.
―쇼트트랙 종목 경기진행요원으로 참가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2015년 친한 선배의 추천으로 태릉선수촌이 운영하는 쇼트트랙 심판 강습회를 수료했다. 당시 선배가 몇 년간 경력을 쌓으면, 평창올림픽에도 참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 또 지금은 운명을 달리한 고 노진규 선수가 공교롭게도 내 밑으로 교생 실습을 다녀갔고, 그렇게 닿은 인연으로 내 올림픽 참가의 꿈은 더 커졌다. 심판교육 과정 수료 후 3년 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쳤나.
“3년 간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누비며 수 많은 대회에 심판으로 나섰다. 연간 많게는 20개 대회에 나섰고, 특히 지난해에는 연맹이 배정한 모든 대회에 단 한 번의 펑크나 미스 없이 일을 수행했다. 연맹이 심판에게 대회마다 지원해 주는 수당은 고작 6~7만원에 교통비 및 숙소 정도였다. 나는 어차피 현직 교사다. 돈을 벌기 위해 나선 것도 아니고 오로지 올림픽 참가를 위해 한 일이었다. 아이 둘을 둔 아빠지만, 주말에 놀아줄 시간도 없이 심판 일을 해왔다. 그 성실함을 인정받아 2년 전부턴 비선수 출신으로 쇼트트랙 경기력향상위원에 임명돼 활동하기까지 했다.”
―그 과정을 거쳐 연맹으로부터 올림픽 참가 요원으로 추천받은 것인가.
“그렇다. 연맹 심판위에서 선별해 나를 포함한 요원 명단을 선발했고, 이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넘겼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조직위는 11월 15일 내가 재직 중인 학교에 협조 공문을 보내 왔고, 나는 수동계시원으로 참가하게 됐다. 이후 유니폼과 AD카드를 수령 받고 12월 16일 워크샵까지 다녀왔다. 당시만 해도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왜 올림픽 참가 명단에서 배제된 것인가.
“과정은 이러하다. 지난해 12월 20일 연맹으로부터 내가 의정부에서 열리는 동계체전 심판으로 배정됐다고 연락이 왔다. 12월 26일엔 연맹이 숙소 신정 여부 메시지를 받아 난 ‘신청’ 의사를 밝혔다. 1월 3일 연맹은 동계체전 심판으로 나를 최종 확정했는데, 다음날 ‘숙소 지원’이 불가하다고 연락이 왔다. 경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고, 나는 숙소 지원이 어려우면 참가가 불가하다고 연맹에 의사를 전달했다. 3일간 치러지는 경기인데 아무리 지역이 의정부라 하더라도 출퇴근을 하기엔 무리였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로 부터 발급 받은 최민수 전 위원의 AD카드. 제공=최민수 전 위원
“그렇다. 1월 10일 연맹으로부터 내가 올림픽 참가 명단에서 빠졌다고 통보해 왔다. 1월 16일엔 경기력향상위원 자격도 박탈됐다고 통보해 왔다. 무단 불참은 물론 내가 동료 심판에 ‘체전에 참가하지 말자’고 선동했다는 이유를 들더라. 그 문제의 심판은 나와 친한 선배다. 숙소 지원을 취소한 것은 애초 연맹 측이고, 이 때문에 참가가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한 건데 그게 무슨 문젠가. 또 내가 이에 대해 선배에게 연맹의 불만을 토로하긴 했지만, 그게 무슨 선동인가. 후배가 선배를 선동한다는 게 말이 되나. 연맹에선 그 선배의 증언을 토대로 날 배제했다고 하지만 난 절대 납득할 수 없다.”
―항의는 했나.
“물론이다. 3년 간 준비한 꿈이었다. 납득하지 못한다고 항의했지만, 연맹 측은 ‘내부에서 정한 방침’이라고만 하더라. 내게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저 일방적으로 통보한 부분을 지적했지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연맹의 갑질이고, 본인들의 힘을 과시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문제가 언론 등 외부로 불거지고, 1월 31일이 되어서야 연맹으로부터 민원을 제기할 경우 ‘스포츠 공정위원회’에서 다루겠다는 서한을 받았다.”
―평소 연맹의 운영 과정에 문제는 없었나.
“왜 없겠나. 아마 심판들은 불만이 많을 것이다. 언론에 내 사건이 나간 뒤 내게 연맹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연락도 많이 오더라. 무엇보다 행정상 절차와 매뉴얼이 전무하다. 본인들 입맛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많았다. 그럼에도 연맹의 카르텔은 확고하다. 이번에 연맹 심판들이나 임원들에게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답하지 않고 침묵하더라. 그만큼 권위적이다.”
―법적 대응 여부를 포함한 향후 방안은.
“변호사를 통해 대응 방안을 알아봤지만,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더라. 교사 박봉으론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더 서럽더라. 하지만 지금도 여러 방면으로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무엇보다도 나의 명예 회복은 물론 내 사례를 통해 연맹의 부당함을 외부에 알리고 싶은 맘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제 더 이상 심판 일은 안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올림픽 참가 꿈을 위해 배려해 준 소속 학교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빙상연맹 “올림픽 과정에서 선동 가능성 있어 추천 철회 행정조치 한 것일 뿐” 반박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월 31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서 최민수 전 위원의 주장에 대해 요목조목 정면 반박했다. 일단 연맹 측 관계자는 최민수 전 위원의 명단 배제에 대해 “연맹은 경기진행요원의 추천 및 철회 권한을 갖고 있다. 특정 사유로 인해 추천을 철회하는 것이며, 이는 징계가 아닌 행정조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최 전 위원의 명단 배제 사유에 대해 연맹 측은 “동계체전의 본인 불참도 그렇지만, 최 전 위원이 다른 심판에게 불참을 선동한 것이 더 큰 이유”라며 “이에 관련해선 이미 증언 및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최 전 위원이 올림픽 과정에서 불미스럽게 누군가에게 ‘대우가 좋지 않다’ 등 선동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그러한 가능성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맹 측은 또한 ‘애초 동계체전 과정서 심판들의 숙소 신청을 받았음에도 이를 취소한 것은 연맹’이라는 최 전 위원의 주장에 대해 “당시 연맹 담당자가 의견을 여쭤본 것일 뿐”이라며 “최종적으론 숙소 제공을 안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원래 연맹은 지방이 아닌 의정부 같은 수도권의 경우 숙소 배정을 안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위원은 “과거 연맹은 서울 내 경기에서도 숙소를 배정해 왔다”고 재차 반박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연맹은 이번 조치의 철회 가능성을 두고 “이미 행정 절차가 끝난 사안”이라며 “당사자에게 물품 반납 조치까지 통보한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한] |
올림픽 앞두고 난제의 연속...불안불안 ‘빙상연맹’ 도대체 왜?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이 각종 구설에 올랐다. 이를 두고 내부에선 이미 곯아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들은 ‘파벌 경영’ ‘선수 배제 경영’ 등을 빙상연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았다. 백소연 디자이너 “대통령 할아버지가 빙상연맹을 개혁하려고 하더라도 인적 쇄신이 없는 한 절대 불가능하다. 아무리 얘기해봤자 올림픽 끝나면 똑같다. 말해봤자 내 손해다” 한 빙상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빙상연맹은 구설수의 연속이다. 노선영 선수(29·콜핑팀)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 추월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상 팀 추월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종목 출전권도 획득해야 했다. 그러나 빙상연맹은 규정을 잘못 해석해 노선영 선수가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노선영 선수는 1월 22일에서야 이 사실을 통보받고 대표팀을 나왔다. 당시 노선영 선수의 소속팀 ‘콜핑’의 이승훈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선수의 충격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노선영 선수 또한 1월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 당했다”면서 “나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전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 노진규 선수는 노선영 선수의 친동생이다. 노진규 선수는 2014 소치올림픽 대표로 선발됐지만 골육종으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2016년 세상을 떠났다. 앞서의 빙상 관계자는 “노선영 선수는 얼마나 힘들었겠나. 노선영 선수 부모님도 피해자다. 아이들을 스케이트 시켰다가 ‘바보’ 된 꼴이다. 노진규 선수는 암인데도 연맹에선 쉬쉬해 치료시기를 놓쳤다. 암이 발견 됐으면 포기시키고 치료를 시켜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쇼트트랙 대표팀 내부 문제도 불거졌다. 코치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인 심석희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것. 손찌검으로 인해 심석희 선수는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이에 1월 25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외부인 8명으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코치의 징계를 결정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인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가해자의 진술을 듣고 사안의 중대성을 논의한 끝에 영구제명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해당 코치는 훈련을 쉬는 시간에 심석희를 따로 불러 훈계하던 중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코치도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앞서의 빙상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폭행이 나오는 게 말이 되나. 제정신이 아니고선 할 수 없다. 이게 모두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믿고 까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노선영 선수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등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혜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빙상 관계자는 “몇몇 선수를 따로 훈련시켰다고 하는데 이게 대표팀 코치냐. 공정성의 문제”라고 딱 잘라 말했다. 최근 빙상연맹이 발표한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규정에서 ‘나이 제한’ 조항 또한 논란이 됐다. 빙상연맹은 지난 1월 9일 새로운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규정을 발표했다. ‘나이 제한’ 조항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 기준으로 만 26세 이하인 선수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나이 제한 조항이 2019년엔 만 27세 이하로 늘어난다. 연맹은 또 2020년부터는 다시 나이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앞으로 두 시즌 동안은 나이가 어린 선수들만 대표팀에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든 것이다. 논란이 일자 빙상연맹은 해당 조항을 폐지했다. 앞서의 빙상 관계자는 이상화 선수 등을 저격한 조항이라며 “99.9% 심증이 있다. 아니라고 얘기할 수 없다. 나이 제한 조항이 있었다면 대학 선수들 위주로 가게 됐을 것이다. 대학은 한체대가 꽉 잡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업팀 선수들은 아예 못 뛰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빙상 관계자는 “나이 제한 규정에 대해 코치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빙상연맹이 결정해서 올리면 끝”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빙상연맹은 민원 창구를 만들고 국민들, 선수들과 부모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문제가 되는 코치가 또 들어갔다면 왜 그 사람이 발탁 됐는지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이에 앞서 연맹의 인적 쇄신 또한 동반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특히 “대표팀 코치진을 꾸릴 때도 가이드라인이 정확히 없다. 자격 조건을 정확하게 만들고 거기에 부합 되는지 안 되는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기 사람 꽂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빙상연맹 관계자는 ‘나이 제한’ 규정에 대해선 “우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빙상연맹은 일단 올림픽에 만전을 기하고 쇄신안을 마련해서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
[언더커버] 빙상연맹 논란 해부2-동계스포츠 양대 단체 구설수 경쟁 열전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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