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임은정 검사는 고 김홍영 검사와 서지현 검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2월 5일 임은정 검사는 페이스북에 “지난 주 어느 저녁, 김홍영 검사의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통곡으로 근황을 전하시더군요. 떠들썩한 검찰발 뉴스에 홍영이 생각이 사무치신 듯합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아들이 저 지옥에서 헤맸구나, 우리 아들이 너무 착해서 그 지옥에서 헤쳐 나오지 못하고 벼랑에서 몸을 던졌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에서 다시 피가 쏟아지시는 모양입니다”고 전했다.
임은정 검사는 “더 흘릴 눈물이 없으실 듯한데, 퍼도 퍼도 눈물샘이 마르지가 않으시네요. 하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마를 수가 있겠습니까”고 반문했다.
이어 “아직 2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한 맑은 영혼이 억압적인 조직문화에 눌려 헉헉거리다, 우리 곁을 떠난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김홍영 검사. 그 이름을 부릅니다”라고 밝혔다.
고 김홍영 검사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근무하면서 상사인 김대현 부장검사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으로 괴로워하다가 2016년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검찰이 발칵 뒤집혔고 김대현 검사는 해임처분을 받았다.
임은정 검사는 서지현 검사에 대한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고 김홍영 검사의 사건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임은정 검사는 “이번 서 검사의 일은 한 개인의 문제, 남자 상사들과 여자 후배들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강자와 약자의 문제입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법을 적용·집행하면서, 정작 검찰 내부는 치외법권인 듯, 검찰에, 상급자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 받지 않았기에, 업무 영역은 물론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의 권력 일탈과 남용이 용인되었기에, 작금의 불행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고 반문했다.
서지현 검사 사진. JTBC 인터뷰 장면 캡처
임은정 검사는 “검사들이 표적수사를 하라거나, 사건을 덮으라거나, 무죄임에도 무죄 구형을 말라는 등의 위법한 업무적 지시에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당했고, 위법한 지시에 항명하거나 문제 제기한 검사들이 오히려 징계를 받거나, 지속적으로 낮은 인사평정, 표적 사무감사 등 각종 불이익을 입었습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어 “상급자의 업무 외적인 폭언, 성추행 등 갑질에 검사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문제 제기를 하면 꽃뱀으로 불리우며, 이를 목격한 상당수 검사들이 방관하거나, 상급자편의 논리와 소문에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고 왕따를 당하곤 했습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듯하나, 결국 이는 모두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와 시스템, 거기에 순응한 우리 검사들 탓이 아닙니까”라며 “서 검사의 일은 제가 겪은 일이기도 하고, 김홍영 검사의 일이기도 하며, 많은 검사들이, 수사관들이, 실무관들이 겪고 있거나, 곧 겪을 일입니다”고 경고했다.
임은정 검사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서검사의 피해는 안태근 등 몇몇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검찰의 조직적 일탈 사례 중 하나일 뿐입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상조사와 제도개혁은 서검사 개인의, 여성검사들의 성폭력 피해에 국한할 것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임은정 검사는 “왜 간부들의 업무적, 업무외적 일탈에 거침이 없었는지, 감찰 등 브레이크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는지,왜 검사들이 침묵하고 방관하였는지, 검찰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를 전체적인 틀에서 진단하고,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이어 “조직 전부에 퍼진 암의 극히 일부만 떼어내고 암을 완치했다고 주장하시겠습니까? 과거사위에서 몇 개 사건을 선정하여 수사와 지휘권 행사의 적법성 여부를 확인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문제가 있는 것이 선정된 몇 개에 국한되겠습니까”고 밝혔다.
또 “성폭력 전수 조사처럼, 부당한 지휘권 오남용 사례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해 주십시오. 하여, 오남용자에 대한 감찰과 문책으로 검찰 내부의 인적 적폐를 해소해 주십시오. 더러운 손으로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임은정 검사는 “공수처 도입, 수사권 조정 등 큰 틀에서의 제도 개혁과 아울러, 검찰 인사제도, 감찰제도 개혁, 직장협의회 설치 등 검찰 내부 제도 개혁에도 신속을 기해 주십시오.검찰 스스로 만든 치외법권을 우리 스스로 걷어냅시다. 대한민국에 치외법권은 없습니다”고 덧붙였다.
임은정 검사는 “저는 꿈을 꿉니다. 검찰의 바로 섬, 신뢰받는 검찰을 늘 꿈꿉니다. 이 꿈이 저만의 꿈은 아니겠지요”라며 “#MeToo #WithYou #WeTogether”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면서 글을 맺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