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때 사람마다 선호하는 자세는 다르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똑바로 누워서 자는 자세를,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는 어떨까. 남자가, 혹은 여자가 더 선호하는 자세는 무엇일까.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자세는 어떤 자세일까. 최근 미국의 침구 관련 업체인 ‘매트리스 어드바이저’가 수면 자세와 부부 금슬 사이의 상관 관계를 나타내는 방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화제를 모았다. 모두 1000명을 상대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는 부부 혹은 커플의 다양한 수면 자세를 비교 검토했으며, 이 가운데 어떤 자세로 잠을 자는 부부가 성관계를 가장 빈번하게 갖는지, 그리고 남녀에 따라 선호하는 수면 자세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다루었다. 이는 비록 미국인들에게 국한된 설문 조사였지만 수면 자세, 더 나아가 수면 시간이 부부 사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결과였다.
남녀 모두 등을 돌린 채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살짝만 떨어져서 자는 자세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관계를 가진 후에는 잠이 더 잘 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매트리스 어드바이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반대, 즉 어떤 자세로 잠을 자느냐 역시 성관계 횟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특정 자세로 잠을 자는 부부의 경우에 섹스를 하는 빈도가 더 높았다.
부부 금슬이 가장 좋은 자세는 서로 마주보고 껴안은 채 자는 자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자세로 잠을 자는 부부의 경우, 섹스 빈도를 나타내는 지수 5점 만점 가운데 4.2점인 것으로 조사됐다(5점인 경우 매일 섹스를 한다).
그 다음은 ‘스푸닝 자세’로, 3.7점이었다. ‘스푸닝 자세’란 같은 방향을 보고 나란히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남자 혹은 여자가 뒤에서 껴안는 자세를 말한다. 그 모양이 숟가락처럼 겹친다고 해서 ‘스푸닝’이라고 부른다.
‘스푸닝’ 다음으로 부부 금슬이 좋은 자세는 남자가 여자에게 팔베개를 해주는 자세, 그 다음으로는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베고 자는 자세,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나란히 누워서 자는 자세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푸닝 자세’의 경우에는 남녀 선호도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서 조금 문제가 되는 자세이기도 하다. 가령 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껴안는 자세의 경우에는 부부 사이에 섹스를 하는 빈도가 높지만, 반대의 경우, 즉 여자가 남자를 뒤에서 껴안는 자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 자세는 오히려 여자들 사이에서 ‘가장 싫어하는 자세’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자세인 셈이다. 여자들은 또한 남자가 뒤에서 껴안는 자세 역시 두 번째로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스푸닝 자세’는 섹스 빈도가 두 번째로 높은 자세이긴 하지만, 동시에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자세’ 가운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자세’ 1위는 남자가 누운 상태에서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베고 누운 자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남자는 서로 등을 돌리고 멀리 떨어져서 자는 자세,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떨어져서 자는 자세, 서로 얼굴을 맞대고 껴안고 자는 자세 순서로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자세는 ‘스푸닝 자세’에 이어 서로 등을 돌리고 멀리 떨어져 자는 자세, 등을 돌린 채 붙어 자는 자세, 남자의 가슴에 머리를 벤 채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어떤 것들일까. 이 경우 남녀 모두가 같았다. 등을 돌린 채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살짝만 떨어져서 자는 자세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옆으로 누워서 잘 경우 건강에도 이롭다. 호흡에도 좋고, 또한 요통에도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금만 떨어져서 등을 맞대고 자는 자세는 특히 30년 이상 된 부부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30년 넘은 부부들의 37.5%가 이 자세를 가장 좋아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스푸닝 자세’를 가장 좋아하는 부부는 1~3년 된 신혼 부부들이었다. 신혼부부의 28.4%가 ‘스푸닝 자세’를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30년 이상 된 부부들의 경우에는 6.3%만이 ‘스푸닝 자세’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남자의 경우, 가장 좋아하는 자세 2위는 같은 방향을 보고 조금 떨어져 자는 자세, 3위는 같은 방향을 보고 붙어서 자는 ‘스푸닝 자세’, 4위는 등을 돌린 채 떨어져 자는 자세, 5위는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베고 자는 자세 순이었다. 여자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면 자세는 등을 돌리고 살짝 떨어져서 자는 자세에 이어 남자가 뒤에서 껴안아 주는 ‘스푸닝 자세’를 두 번째로 좋아했고, 세 번째는 등을 돌리고 멀리 떨어져 자는 자세를, 그리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조금 떨어져 자는 자세와 나란히 누워 자는 자세를 좋아했다.
물론 아무리 좋아하는 자세라고 할지라도 잠을 자는 내내 이 자세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76.5%가 자면서 자세가 바뀐다고 응답했다. 가장 움직임이 적은 수면 자세는 등을 돌린 채 자는 자세였고, 가장 움직임이 많은 자세는 ‘스푸닝 자세’였다. 35%가 아침에 서로 등을 맞댄 상태에서 깬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로 드러난 또 한 가지 사실은 수면 자세가 비단 부부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수면의 질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잠을 잘 못 잔다고 응답한 부부의 74.5%만이 ‘부부 사이가 만족스럽다’라고 응답한 반면, 잠을 잘 자는 부부의 95.9%가 ‘부부 사이가 만족스럽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잠을 잘 잘수록 부부 사이도 좋다는 것이다.
이는 수면 시간과 부부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진들의 연구 결과가 잘 나타내고 있다. 43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에서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 부부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를 소개한 영국의 ‘가디언’은 ‘혹시 배우자가 자주 화를 내는가? 근래 들어 통 웃지를 않거나, 부부 관계를 갖지 않거나, 혹은 서로의 기분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가? 그렇다면 부부상담소나 가정법원을 찾기 전에 먼저 서로 잠을 얼마나 자는지를 한 번 점검해보라’고 말했다.
사실 지금까지 수면 부족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잠을 적게 잘 경우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거나 당뇨병, 심장병, 비만 등을 앓게 되거나 심지어 조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식이었다. 이에 비해 수면 부족이 부부 사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 없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부부 모두 하루에 잠을 자는 시간이 일곱 시간 미만일 경우, 부부 싸움을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둘 가운데 한 명이라도 충분히 잠을 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싸움을 하더라도 건설적으로 싸우며, 결국에는 화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성질을 잘 부리게 되며, 또한 집중력과 결정력이 저하되고, 공감하는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머감각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될 경우 부부 사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충분한 수면은 부부 사이에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되어 사이를 돈독하게 한다.
또한 연구진은 “수면은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이 결여되면 ‘건전한 싸움’을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건전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경청하는 자세, 유머 감각, 오픈된 마인드 등이 필요하다.
또한 부부가 아이를 출산한 후 1년 동안 서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 역시 수면 시간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잠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잠이 안 오면 베이컨 굽는 소리를 들으세요 잠이 오지 않을 경우 베이컨 굽는 소리를 들으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글지글, 탁탁.’ 잠이 오지 않을 경우 베이컨 굽는 소리를 들으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라이팬에 베이컨을 구울 때 나는 소리를 들으면 심신이 편안해지면서 잠이 솔솔 온다는 것이다.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고 있는 동영상은 숙면 전문 채널인 ‘TechHighDef의 베이컨 동영상이다. 오로지 베이컨 굽는 소리만 들리는 이 동영상을 들은 후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이에 수면 전문가인 크리스 브랜트너는 “베이컨 굽는 소리 역시 자연의 소리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말하면서 지속적으로 지글지글거리는 소리가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컨 굽는 소리 역시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ASMR이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말하는 것으로, 비소리, 바람소리, 천둥 소리, 자판 치는 소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자연의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잠이 온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입증이 된 바 있다. 가령 2015년 ‘피어제이’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475명 가운데 대다수가 ASMR 동영상이 숙면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브랜트너는 그 효과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하기란 아직은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는 그는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보면 화면의 불빛 때문에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하버드대 연구진은 스마트폰의 불빛이 신체에 햇빛과 비슷한 영향을 미쳐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