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한국기원 4층 대회장에서 열린 제141회 일반입단대회에서 김민석(22), 김희수(21), 최광호(27), 윤현빈(21), 문종호(22) 등 5명이 차례로 입단에 성공했다.
올들어 첫 번째로 치러진 제141회 일반입단대회에는 총 164명(본선시드 32명, 예선 132명)이 출전했다. 1월 18일부터 치러진 예선을 통해 32명을 선발했고 본선은 더블일리미네이션을 통해 최종 5명의 입단자를 확정했다. 한국기원 소속 연구생들도 총출동한 이번 입단대회에서 연구생은 8강에 오른 이재성 군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141회 일반입단대회를 통해 5명이 입단하면서 (재)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수는 모두 348명(남자 278명, 여자 61명)으로 늘어났다.
2018년 일반입단대회를 통해 새로 배출된 5명의 초단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1년에 17명이 선발된다. 연초에 열리는 일반입단대회를 통해 5명을 뽑고 연구생 입단대회, 여자입단대회, 영재입단대회, 지역입단대회 등을 통해 총 17명의 입단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번에 열린 일반입단대회는 연구생이 아니더라도 입단 의사가 있으면 누구나 출전이 가능했다. 다음 열릴 예정인 연구생 입단대회에는 연구생만 출전할 수 있다. ‘연구생’은 한국기원에서 선발하여 프로 입단을 목적으로 체계적인 바둑 지도를 받는 학생을 말한다. 바둑 사관생도라고도 불린다. 현재 한국기원에는 약 120여 명의 연구생들이 있다.
연구생은 1970년대에도 간헐적으로 운영됐지만 실질적인 연구생 1호는 이창호 9단이다. 1986년 입단한 이창호 9단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설명하면 입이 아플 정도. 한국바둑은 이 연구생 제도를 앞세워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90년도 이후 약 20여 년간 세계바둑을 석권하게 된다. 이 9단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세돌, 최철한, 원성진, 박정환 등 한국바둑을 빛낸 별들 대부분이 이 연구생 출신인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생제도에 최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입단대회에서 연구생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연구생에서 퇴출된(연구생은 고3 나이가 되도록 입단이 안 되면 나와야 한다) 20대의 일반인들이 입단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연구생에 나이 제한을 둔 것은 정상급 기사로 성장하려면 최소 15세 전에 입단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훈현 9단 9세, 이창호 9단 11세, 이세돌 9단 13세 등 세계를 주름잡은 기사들은 대개 10대 초반에 입단했다. 그런데 최근의 추세는 10대 초반은커녕 20대 바둑 지망생들이 입단에 성공하면서 연구생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원에서 열린 일반입단대회장 전경.
한국기원 연구생을 자녀로 두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월 100만 원이 넘는 바둑도장 월사금 외에 매월 10만 원의 연구생비를 따로 내고 있지만 과연 연구생제도가 실력 향상에 보탬이 되는지 의문스럽다”면서 “최근의 입단 추이를 보면 차라리 현 연구생 관리는 바둑 도장들에 맡기고 한국기원은 입단대회만 따로 관리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될 정도”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한종진 바둑도장’의 한종진 9단은 “최근 일반입단대회에서 연구생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14세 이전 연구생만 출전할 수 있는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연구생 유망주들이 조기 입단한 영향이 크다. 또 이제는 나이가 차 연구생을 나가더라도 내셔널바둑리그나 전국아마바둑대회를 통해 기량을 연마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큰 상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영재입단대회로 1년에 3명만 입단하고, 과거와 달리 입단한 영재들도 일부를 제외하면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연구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일선 바둑지도자는 현행 연구생 교육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한다. “과거 연구생들의 주말 리그전은 그 내용이나 열기가 정상급 프로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았다. 그래서 입단하자마자 곧장 본선에 올라가거나 결승 진출 또는 도전권을 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이젠 옛날 이야기이고 요즘은 한숨만 나온다. 연구생 화목리그라고 있다. 연구생 중 최상위 15명 정도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한국기원에서 대국을 하거나 공동연구를 한다. 그런데 교육에 긴장감이 없어 소속 도장에서 공부하는 것만도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남녀를 불문하고 입단 영순위 몇몇이 2년 동안 입단을 못하고 정체된 경우가 있었는데 모두 이 화목리그 소속이었다. 화목리그에 참가하면 일주일에 이틀은 도장에 나오지 않고 한국기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식사 후 집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목리그인지 사교리그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입단이 되지 않아 ‘화목리그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라며 연구생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한국기원이 ‘루키리그’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연구생 전 단계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리그를 운영해 최상위 6명을 연구생으로 진입시키겠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운영 중인 연구생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시점에서 이번엔 한국기원이 바둑 꿈나무들의 관리도 맡고 나섰다는 소식에 바둑계에서는 근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