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 빙상관에서 ‘제23차 광명성절 경축 백두산상 국제휘거(피겨) 축전’의 폐막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4.2.17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북한은 한필화 선수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선수는 북한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이후 북한의 황옥실 선수는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종목에서 3위를 기록하며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만큼 과거 북한은 최소한 빙상종목에선 나름의 성과를 이어왔다.
하지만 1990년대 식량난을 겪은 이후 하계올림픽 종목보다 많은 자본과 기술, 인프라가 요구되는 동계 종목에서 북한은 한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 러시아 소치 대회에는 그 어떤 종목에서 어느 누구도 출전권을 따내지 못해 불참할 수밖에 없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긴 터널을 지나 북한의 동계스포츠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 국가적으로 스포츠 사업에 대대적인 관심과 투자가 진행되면서 동계 종목에도 볕이 들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어쩌면 북한 동계스포츠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동계스포츠 인프라는 외부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최악은 아니다. 빙상과 설상 종목 모두 열악하기는 매한가지지만, 나름의 골격은 갖추고 있다.
북한 빙상 종목의 산실인 평양 빙상관의 외관. 사진=연합뉴스
현재 북한 각 체육기관들 중 동계 종목을 운영하는 곳이 꽤 있다. 가장 유명한 인민무력부 산하 4.25체육단을 비롯해 평양시당 소속의 평양시 체육단, 철도성 소속의 기관차체육단, 내각 체육성 직속인 조선체육대학(평양시 동대원구역 위치), 호위총국이 운영하는 리명수체육단, 인민보안성 직속인 압록강체육단 등이 동계 종목 선수단을 운영한다.
앞서 열거한 체육단이 실력으로 1부류에 속한다면, 그밖에 2부류로 분류되는 량강도 체육단, 자강도 체육단, 함경북도 체육단, 평안북도 체육단, 제비 체육단, 갈매기 체육단 등도 별도의 동계 종목 선수단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동계 종목에선 평양시 체육단과 기관차 체육단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앞서 두 팀은 피겨 종목에서 타 팀에 비해 실력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조선체육대학 아이스하키 선수단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가 도래하기 전, 북한 스포츠의 암흑기였던 김정일 시대엔 2부류 선수단은 물론 1부류 선수단에서도 자금과 인프라(특히 전력) 부족으로 선수단 운영이 거의 정지될 정도로 열악했다고 한다.
시설을 살펴본다면 이렇다. 우선 빙상종목을 놓고 보자면, 평양 중구역 보통문동에 위치한 ‘평양 빙상관’이 북한의 ‘메인 경기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빙상종목의 산실로 여겨지는 목동 아이스링크와 비슷한 위치라 하겠다.
평양 빙상관은 1981년 12월 준공돼 이듬해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공식 개관했다. 총 2만 5000㎡ 넓이에 63.5m 높이의 원추형 건물로 관람석은 총 3층 6000석 규모다. 빙판은 총 400㎡로 국제 규격에 맞게 지어졌다. 이와 함께 실내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200㎡의 링크도 곁들여져 있다.
이곳에서는 ‘사회주의국가 청소년국제빙상대회’ 등 국제대회는 물론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월 16일 생일을 기념해 진행되는 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1992년 1회 대회)를 비롯해 권위 있는 국내대회가 치러진다. 평양 빙상관은 하계 시즌에는 빙판을 운영하지 않고 일반 행사 진행에 활용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평양시 평천구역에 위치한 평양시 체육단 훈련관 내 실내 빙상장 한 동이 있다. 200㎡ 규모의 이 빙상장은 주로 평양시 체육단 선수들의 훈련 장소로 활용된다. 다만 이곳은 겨울철에만 주로 이용되며 나머지 기간엔 전력난 문제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평양시 룡성구역 명호동에도 호위총국 산하 리명수 체육단 선수들이 훈련하는 실내외 빙상장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북한 각 지역에는 복수의 실내외 빙상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후에 설명할 스키장 내에도 운영 중인 빙상장이 있다.
또한 북한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에는 평양시 강동군, 평안북도 창성군 등 김씨 가문 관저에 두 개의 빙상장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창성군 관저 내에는 지난 2013년 김정은 고향집으로 개건 확장되면서 들어선 신축 빙상장이 있다고 한다. 관저 내 두 빙상장 모두 비공개로 운영되며 그 활용 내용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새로이 지어진 창성군 빙상장은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는 김정은의 취향이 고려된 것으로 추측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1월 31일과 2월 1일 이틀간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이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8.2.3 사진=연합뉴스
빙상시설보다 더욱 유심히 살펴볼 부분이 바로 설상 종목의 산실인 스키장이다. 북한의 스키장은 김정은 시대 들어 신축되거나 확장 개보수된 경우가 많다. 역시 요즘 남북 스키선수 합동 훈련으로 화제가 된 마식령스키장이 핵심이다. 김정은의 지시로 건설돼 2013년 12월 개장한 마식령스키장은 슬로프(8개), 리프, 장비대여소, 리조트 등이 완벽하게 구축된 종합시설이다. 자재와 설비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중고 매입했지만, 시설 면에선 부족함이 없다. 마식령스키장은 건설 전부터 스키부대 장병들과 전문 스키선수들의 훈련 장소로 활용됐다고 한다.
양강도 삼지연군에 위치한 베개봉 스키장 역시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과거 김일성 주석이 직접 정기 스키대회 개최를 주문할 만큼 유서가 깊은 곳이다.
베개봉 스키장은 주민들을 위해 1987년 7000㎡ 수준의 작은 규모로 건설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 군사 훈련용으로 활용됐다고 한다. 이 스키장은 2002년 6월 약 2년간 2차 개건을 거쳐 업그레이드 됐다. 기존 7000㎡ 넓이에 백두산지구 건면 2만 4000㎡ 규모를 확장했다. 이때 전국 동계 종목 선수단의 합숙 훈련을 위해 빙상장 한 동, 1km 규모 스키코너 2개, 90m 스키 도약대 1개와 숙소 및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명실상부한 동계 종목 종합시설로 거듭난 셈이다.
여기에 지난 2013년 김정은의 지시로 3차 개건이 이뤄졌으며 2015년 1월 완공됐다. 국제경기 규격에 맞지 않은 시설들을 맞게끔 개선했으며 스키코너 4개가 더 신축됐다. 특히 기존 빙상장을 규격에 맞게 확장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지난 2014년 1월 자강도 강계시 자북산에도 스키장을 개장했다. 총 5만㎡ 규모로 스키코너 4개와 실외 빙상장 한 동이 있다고 한다. 다만 앞서의 스키장과 달리 국제 규격을 맞추지는 못했다고 한다. 평소 이곳은 자강도 체육단의 훈련 장소로 활용되며 인근 북한 군 스키부대도 드나든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확인에 따르면, 이곳 역시 한 차례 더 확장 공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다만 그 정확한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윤걸 북한전력정보서비스센터 대표(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