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월 2일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간담회에 참석해 경기지사 출마 예정자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범 친노계 분화는 여권 권력구도의 핵심이다. 6·13 지방선거 공천과 함께 오는 8월 말 여권 당권 경쟁의 최대 분수령이다. 집권 2년차는 허니문 기간 때 잠복하던 당·청 갈등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기다. 범주류 분화에 따라 내부 역학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콘크리트였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60%대는 일시적으로 무너졌다. 경우에 따라 주류 진영의 분화가 빨라질 수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대통령 지지율 60%가 무너진 상황이 지속되면 당에서도 내부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문계 한 관계자는 “우리도 고민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친문의 가장 큰 문제는 ‘포스트 부재’다. 차기 대선의 급행열차인 서울시장 경선판은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하는 축소판이다. 2월 초 현재 후보군 중 문 대통령의 최측근은 없다. 각 후보가 ‘친문 마케팅’에 열을 올리지만, 대다수는 비문계에 해당한다. 공직자 사퇴시한(3월 12일) 직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신 친문 가운데, 문 대통령의 히든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그때까지 범주류의 분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월 초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친문계 일부는 박영선 의원 쪽으로, 운동권 친노계는 우상호 의원 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박 의원은 친문계 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노영민 주중대사 등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현역 중 범주류에 속하는 의원은 70∼80명 달한다. 이 중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친문은 20명 안팎이다. 2016년 8·27 전당대회에서 친문 지지로 당선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전해철·조응천·김병관·손혜원·표창원·김병기·김병관 의원 등이다.
앞서 임 실장의 부인에도 ‘박원순 3선 출마 반대’ 전달 의혹을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친문 일부가 박 의원을 민다는 소문이 일면서 여의도는 시끄럽다. 청와대 의중이 박 의원에게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4년 전 선거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박원순 비토’ 기류는 뚜렷이 감지된다.
다만 친문계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의원이 박영선 의원을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대표적으로 추 대표는 한때 박 의원 측이 가장 경계했던 인물이다. 박 의원은 여의도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다. 그만큼 비토 기류도 강하다는 얘기다. 비문계 한 의원은 “마음 급한 쪽은 박 의원”이라며 “박 의원이 친문 행사에 얼굴을 드러내 러브콜을 하는 정도다. 그걸 가지고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친노계에는 중진그룹인 이해찬·문희상·원혜영 의원과 함께 김태년·박남춘·김경수·최인호·박재호 의원 등 30여 명이 포진해 있다. 김근태계 포함, 86그룹은 박홍근·유승희·이인영·송영길·설훈· 유은혜·어기구·이재정 의원 등 20명 정도다. 박영선·우상호 의원을 놓고 범주류가 분화하고 있는 셈이다. 우 의원이 “박 의원은 원조 친문이 아니다”라고 꼬집자, 박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우 의원을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으로 추천한 것은 나”라고 응수했다.
특히 영화 ‘1987’ 흥행의 수혜자로 떠오른 우 의원은 청와대 내 신주류와 함께 박 시장을 도왔던 86그룹의 집단 지지를 받고 있다. 3선 불출마를 선언한 기초자치단체장 일부는 우 의원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이 끝내 서울시장에 도전을 포기한다면, 우 의원이 어느 정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 의원이 경선 돌풍을 일으킬지는 물음표다. 그간 당내 경선에서 86그룹의 조직력과 대중성의 한계는 뚜렷했다. 그간 86그룹이 당권과 멀었던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친노계 한 관계자는 “86그룹은 전국 단위 경선에서 힘 한번 쓰지 못했다”며 “절대적인 당원투표 점유율을 보이는 호남에선 더 약하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최근 두 번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우상호·우원식 의원 등 86그룹을 배출한 것은 역으로 말하면 그들의 한계”라며 “정치권을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 가까이 돼 가는데, 최대치가 원내대표”라고 비판했다.
민병두·전현희 의원도 각각 ‘문민시대’(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성공시대) 슬로건과 친문 하부조직 공략에 나서며 바람몰이를 자신하고 있다. 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젊은 층에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정봉주 전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경선 준비에 들어갔다. 정청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과 일반시민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박 시장은 3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김원이 전 정무보좌관이 박 시장 조직 재건을 위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머드급 선거 캠프를 꾸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 주류의 지원은커녕 그간 많은 이들이 박 시장 곁을 떠났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 몸담은 임 실장을 비롯해 장하성 정책실장,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도 한때 ‘박원순의 사람’으로 분류됐던 인사다. 이 중 다수는 박 시장과 소원해졌다. 4년 전 박 시장을 도왔던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말을 기자들과 오찬 때마다 되풀이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6월 선거까지 박 시장은 최소 2∼3번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범 친노 분화의 범위와 파괴력이다. 일단 친노·친문 분화는 상수다. 최근에도 범 친노 분화는 종종 일어났다. 2016년 8·27 전당대회가 대표적이다. 최종 본선에는 추 대표와 김상곤 교육부 장관,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올라갔지만, 예선 양강 구도는 추 대표와 송영길 의원이었다.
예선전의 판을 뒤흔든 것은 김 장관이었다. 친노 색이 짙은 김 장관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뛰어들자, 친노·친문 진영은 곧바로 분화했다. 후발주자였던 김 장관은 예선에서 송 의원을 꺾고 올라가 본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 주류와 비주류가 사생결단을 보였던 2015년 2·8 전당대회(문재인 vs 박지원)나 2012년 6·9 전당대회(이해찬 vs 김한길)와는 결이 달랐다. 서울시장 후보군 중 임 실장 같은 뚜렷한 주류 인사가 없거나 오더(명령)를 내리지 않는다면, 친노·친문 분화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범주류의 분화는 오는 8월 말 민주당 당권 경쟁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후보군은 가장 적극적인 송영길·김두관 의원과 함께 윤호중·이인영·이종걸·이석현 의원 등이다. 이 중 친문계는 윤호중 의원 정도다. 김두관 의원은 친문과 결이 다른 친노 비주류, 송영길 이인영 의원은 86그룹, 이종걸 이석현 의원은 비문이다. ‘포스트 문재인’에 근접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당권 도전 대신 유학 등 휴지기를 갖는다면, 친노·친문계는 또다시 분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문심’(문 대통령 의중) 찾기는 민주당 내부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정치공학적 분석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가장 최근 선거였던 지난해 대선에서 특정 후보가 있었던 친문계를 제외한 정세균계와 손학규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각자도생했다. 정세균계인 김진표 의원과 이미경·전병헌 전 의원은 문재인 캠프, 백재현 의원은 안희정 캠프에 각각 합류했다.
손학규계도 마찬가지다. 이춘석·이개호 의원은 문재인 캠프, 김병욱 의원은 이재명 캠프로 각각 갔다. 민평련 내 유은혜 의원은 문재인 캠프, 기동민 의원은 안희정 캠프, 유승희·김영진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 몸을 담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계파 수장의 오더가 잘 내려가지 않는 조직”이라며 “친문계는 물론, 각 계파의 좌장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계파의 전폭 지지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양정철, 북콘서트서 존재감 우뚝…참여정부 동지는 물론 박영선까지 ‘눈도장’ 기대했던 3철은 없었다. 하지만 3철의 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양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다. 정치 외곽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2012년 총·대선 판에 끌어들인 이도 양 전 비서관이다. 지금은 문 대통령의 복심이다. 양 전 비서관이 1월 16일 서울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개최한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의 두 번째 북콘서트에는 3철의 한 축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송영길·박남춘·박정 의원, 이용섭 전 의원 등이 함께했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첫 번째 북콘서트에 이어 또다시 ‘양비’(양 전 비서관의 별칭)를 찾았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없었지만,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와 친문(친문재인) 마케팅이 필요한 이들이 대거 모인 것이다. 양 전 비서관은 이 자리에서 “3철 프레임이 좋은 프레임은 아니다”라며 “3철은 없다. 앞으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이 모였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철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번째 행사였다. 양 전 비서관은 정치권과 언론이 3철 행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를 쏟아내자, 이에 부담을 느껴 이호철 전 수석의 참석을 만류했다. 대신 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이 참석했다. 다만 양 전 비서관의 부산 북콘서트가 성사된다면, 이 전 수석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귀국 후 문 대통령을 따로 독대하지 않았다. 2∼3월 중 미국이나 일본 대학 등으로 연구활동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재귀국 시기는 6·13 지방선거 이후다. 양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정치는 안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의도 안팎에선 ‘양비 역할론’이 끊이지 않는다. 전해철 의원은 “3철은 못된 프레임”이라며 “양 전 비서관은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의원도 “3철이 아니라 양정철로 본인의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앞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월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양 전 비서관의 첫 번째 콘서트에 깜짝 방문해 “많이 외로울 텐데 양비가 씩씩하게 버텨줘 감사하다”며 “몸을 잘 만들어두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임 실장의 ‘몸을 잘 만들어두라’는 말이 정부 2기 내각 역할론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문 대통령이 양 전 비서관을 찾을 날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