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레이 기술학교의 학생들. 용접, 전기, 컴퓨터 등의 기술을 배운다.
이 나라는 젊은 노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일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시골에 가보면 길거리 카페에 수백 명이 하릴없이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전문기술을 하나씩 배우도록 장려하는 것입니다. 일련의 과정을 마치면 자격증도 따게 됩니다. 그러나 학교시설은 좋지만 아직 기술과목이 많지 않습니다. 용접, 전기, 밀링, 컴퓨터 정도입니다. 이 나라에 정말 필요한 기술 분야 교육이 너무 부족한 현실입니다.
가난하지만 손재주가 뛰어나고 열정이 넘치는 미얀마 청년들. 이 10대와 20대 청년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학교로 갑니다. 오늘 이 학교 대강당에서 제가 강의를 합니다. 그래서 통역과 같이 갑니다. 180명이 넘는 학생들이 빼곡하게 앉아 강의를 기다립니다. 이 학교 교장 선생님 주문대로 한국문화, 한국어 기초, 한국기업에 취업하는 방법 등을 설명하게 됩니다. 모두 눈을 반짝이며 듣습니다. 이 학교엔 이미 일본 기업과 단체가 일본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좀 늦었습니다. 일본기업들도 미얀마 노동자를 적극 유치하려고 애를 씁니다.
미얀마인 한국어 강사들. 뒤의 건물은 기술학교 본관이다.
미얀마에 있는 한국기업에서 일하려면 우선 한국어를 좀 해야 합니다. 그런 일꾼을 찾습니다. 한국에 가서 취업을 하려면 매년 한국정부가 치르는 EPS 시험을 쳐서 정해진 인원수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 시험은 여기선 거의 고시 수준입니다. 3만 명가량이 떨어집니다. 한국으로 기술연수를 가서 자격증을 따고 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TOPIC 2급 이상이면 가능하지만 연수비와 체류비가 너무 들어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제 미얀마에도 유학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베트남에 비하면 아주 늦은 편입니다. 경영학, 각종 디자인 분야, 식품영양학, 자동차공학 등을 공부하러 갑니다. 대개 소수의 부유층 자녀들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골 청년들이 한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기술학교에는 강의실, 실습실 등 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다(위). 아래는 하루일과가 끝나고 종례를 하는 모습.
기술학교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미얀마로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에게도 얘기하고 싶은 것들입니다.
1. 기술 분야를 확대해 전문인이나 교수를 지원하는 일입니다. 시설지원보다는 인적자원과 실습을 지원하는 일입니다. 농업기술, 수산해양기술, 자동차정비, 열처리, 제품디자인, 제과제빵, 커피 치즈 등 식품가공기술 등. 이 나라에 시급한 기술들입니다. 2.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3. 한국-미얀마 동시 자격증을 받도록 기술연수도 한국을 오가며 시행할 수 있습니다. 4. 그렇게 되면 한국이든 미얀마든 어디서건 취업할 수 있는 기술력 있는 인적자원을 항상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을 기술교육에 뛰어난 한국의 대학이 맡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정부나 기업은 대학에 교육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고, 기업은 그 대가로 수준 있는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학교 강의실을 나오며, 청년들의 뒷모습에서 밝은 미래를 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