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가 독감에 시름하고 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과거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국내뿐 아니라 홍콩 미국 일본 등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A형 독감과 B형 독감이 동시에 퍼지며 ‘최근 수년간 유행했던 독감 중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지 제약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최악의 독감 사태를 맞이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전했다.
최근 A형독감과 B형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며 독감환자가 크게 늘었다. 12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대기실에서 독감 예방 접종 안내문이 붙어있다.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 구조, 단백질 종류 등에 따라 A, B, C형 3가지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A형과 B형이다. 일반적으로 독감은 겨울철에 A형이 먼저 유행하고 난 뒤 봄에 B형이 찾아오는 식으로 유행한다. 하지만 이번 독감은 겨울에 A형과 B형이 함께 유행해 환자 수가 급증했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올해에는 A형과 B형이 동시에 유행해서인지 독감에 걸린 환자가 많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다른 병 때문에 수술 차 입원했다가 독감에 걸려 수술날짜를 미루고 퇴원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두 가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다보니 A형 독감에 걸린 후 또다시 B형 독감에 걸리거나 그 반대인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다. 짧게는 일주일 이내에서 한 달의 기간을 두고 다른 종류의 독감에 걸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 환자 중에는 미리 예방 접종을 했음에도 독감을 피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숙 경희대학교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같은 사람이 A형 독감에 걸린 후 다시 B형 독감에 걸릴 수 있다”며 “또 예방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연령, 기저질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7년도 52주차(2017년 12월 24일~12월 30일) 인플루엔자의사환자 발생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71.8명으로 한 달 전보다 약 9배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1일 유행주의보 발령 이후 9주차(12월 3일~9일) 19명에서 50주차(12월 10일~16일) 30.7명, 51주(12월 17일~23일) 53.6명으로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독감이 최근에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2018년도 4주차(1월 21일~1월 27일)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43.6명으로 전주(59.6명)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1000명당 6.6명인 2017-2018절기 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미숙 교수는 “최근 3년 사이 독감 유행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어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유행독감 예측에 실패해 예방효과를 낮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WHO는 매년 겨울이 오기 전 남반구와 북반구를 나누어 올해 유행할 독감 3종을 발표한다. 전 세계 144개 국가의 인플루엔자 센터가 해당 절기에 유행한 바이러스주를 WHO 인플루엔자 협력센터로 보내고 이곳에서 유전자·항원형을 분석해 다음 절기의 백신 권장주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유행독감은 A형 2종과 B형 1종이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년 2월 WHO의 분석 결과가 나오면 9월쯤 제약회사들은 독감이 유행하기 전 적절한 백신을 생산한다. 지난해 WHO는 A형 중 ‘H1N1’과 ‘H3N2’, B형 중 ‘빅토리아형’을 유행독감으로 꼽았다.
문제는 A형은 WHO의 예측대로였지만 B형은 빅토리아형이 아닌 ‘야마가타형’이 유행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미 보건소와 병원들은 노인과 영유아에게 WHO의 예측을 토대로 A형 2가지 아형(현재 H1N1, H3N2)과 B형 바이러스 1종(빅토리아 계열)을 예방할 수 있는 ‘3가 백신’을 무료 접종한 후였다.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 1가지(야마가타 계열)를 더 예방할 수 있다.
WHO에서 4가 백신을 권장하는 상황에서 국내에 3가 백신을 접종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만 65세 이상 노인과 생후 6개월 이상 59개월 이하 어린이가 3가 백신을 무료 접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4가 백신은 비급여 항목으로 병원이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1만 5000원에서 4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동작구 보건소 관계자는 “3가 백신은 본래 아동용 8590원, 성인용 1만 원대이지만 국가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만 12세까지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3가 백신을 접종한 경우 4가 백신을 추가로 접종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3가 백신을 접종한 경우 굳이 4가 백신을 추가로 접종할 필요는 없다”며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다른 계열 간에 30% 정도의 교차면역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준영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실 처음부터 4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앞으로 점점 4가 백신을 접종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미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지금 4가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WHO가 발표하는 유행독감이 아시아권 국가의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송준영 교수는 “WHO의 유행독감 발표가 우리나라 실정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우리 측에서 WHO 인플루엔자 협력센터에 최대한 많은 바이러스주를 보내야 한다”며 “또 WHO가 발표하는 유행독감이 아시아권 국가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항원성과 유전형에서 차이가 커 백신효과가 떨어진다는 점, 북반구와 남반구가 아닌 보다 지역을 세분화하여 유행독감을 선정하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WHO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타미플루, 한국선 찬밥신세? “먹는 것보다 맞는 게 효과 좋아” 독감의 기승에도 한국로슈의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실적이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타미플루는 약 39억 원이 처방돼 지난해 140억 원과 비교해 72%나 줄어들었다. 타미플루와 더불어 대표적인 독감치료제인 한미약품의 한미플루도 같은 기간 실적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동안 타미플루는 독감 유행철마다 종종 품귀현상을 빚어왔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로슈로부터 미리 타미플루를 구매해 물량이 부족할 때 추가공급을 하기도 했다. 반면 독감이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국에서는 타미플루의 인기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제약업계에서는 타미플루 실적 하락을 복제약 출시로 인한 약값 인하 때문으로 분석한다. 타미플루는 지난해 8월 특허가 만료됐고 이후 국내에는 100여 개가 넘는 복제약이 출시됐다. 복제약은 기존 타미플루 가격 대비 59.5% 정도로 약값을 정한다. 타미플루의 복제약이 출시되면서 타미플루 역시 약값이 떨어졌다. 타미플루 75mg 1정은 본래 2586원이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2172원까지 떨어졌고 오는 8월 23일에는 1731원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타미플루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독점했던 시장을 수많은 복제약들이 나누어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타미플루와 달리 국내 제약사가 만든 주사제 독감 치료제는 비싼 가격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병원들은 주로 주사용 치료제와 타미플루를 권유한다. 주사용 치료제의 처방비는 보통 7만 원 수준으로 경구제에 비해 훨씬 비싸지만 빠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사용 독감 치료제를 선택했다는 A 씨는 “주사제는 단 한 번만으로 치료가 끝난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속 쓰림 증상이 없어서 특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주사용 독감치료제 업체 관계자는 “타미플루의 경우 1일 2회, 총 5일을 복용해야 하지만 주사제는 15~30분 동안 주사를 맞기만 하면 치료가 끝난다”며 “올해 1월 독감이 크게 유행한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 실적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타미플루가 독감 치료제의 왕좌를 뺏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예측이 많다.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본인이 원하는 약을 처방받길 원하기 때문에 여전히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처방되고 있는 독감치료제는 타미플루”라고 말했다. 앞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확한 매출 실적 비교를 위해서는 2월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혜] |
독감, 감기, 천식, 뇌수막염 어떻게 구분할까 감기와 독감은 전혀 다른 질환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반면 감기는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등 200여 가지의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다. 이렇게 독감과 감기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감기 예방 효과를 볼 수는 없다. 감기는 계절에 상관없이 걸릴 수 있다면 독감은 주로 겨울, 봄철에 유행한다.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의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감기는 대개 1주일 이내에 저절로 좋아진다. 반면 독감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이 특징이다. 독감은 전신증상과 함께 인후통, 기침,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증상이 감기보다 심한 편이다. 독감은 급성기관지염, 경련, 폐렴 등의 합병증이 무섭기 때문에 예방 접종이 특히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예방접종만으로 독감을 70~90%까지 예방할 수 있어 11월 초 전까지는 예방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감기나 독감으로 오해할 수 있는 질병이 바로 뇌수막염과 천식이다. 일단 감기약을 처방받고 복용을 해도 기침이 완화되지 않고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천식을 의심해봐야 한다. 천식에 걸리면 숨을 쉴 때마다 ‘쌕쌕’ 소리가 나고 목에 가래가 붙어 있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또한 두통이 평소보다 심해 구토 증세까지 보인다면 뇌수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뇌수막염은 열이 나고 두통이 생기는 점이 감기와 유사하지만 뇌압의 상승으로 두통이 감기보다 더 심하다. 또 메스꺼움, 구토, 안구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와 독감의 예방을 위해서는 뜨거운 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다. 급격한 체온 변화에 따른 면역력 저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기가 건조하면 감기에 걸리기 쉬우므로 적절한 습도(40~60%)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혜] |
사우나에서 땀 빼기? 감기 악화시킬 수도 독감과 감기는 대중들에게 매우 익숙한 질병이다. 그만큼 이를 둘러싼 궁금증과 오해도 많다. 전문의 2명의 설명과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토대로 감기에 대한 궁금증을 검증해봤다. 1. 감기는 피부 접촉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며 단순히 피부접촉만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사람이 코를 풀고 재채기를 하는 와중에 손에 타액과 콧물이 묻고 이 손으로 악수나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만졌다면 누군가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있다. 2. 임산부도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될까?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임신부는 일반인에 비해 인플루엔자로 인한 합병증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예방접종 권장 대상이다.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 임신 중에 있는 사람은 임신 시기와 상관없이 불활성화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3. 독감에 걸린 후에도 독감 백신 접종을 해야 하나? 하는 것이 좋다. 독감에 한번 걸렸다하더라도 다른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감 감염 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을 꼭 받는 것이 좋다. 4. 감기에 걸렸을 때 사우나처럼 온도가 높은 곳에서 땀을 흘리면 회복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으나 오히려 탈수 증상을 일으켜 감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으면 감기에 좋다는 설도 의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5. 유행시기에는 모든 사람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독감에 걸렸을 때에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사망의 위험이 있는 경우(임산부, 노인, 면역결핍자, 만성 질환자 등), 환자와 지속적 접촉으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염시킬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등이 원칙적으로 예방접종하도록 추천된다. 다만 고위험군의 경우 매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6, 이미 독감에 걸렸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외출이나 다중 이용시설의 이용을 자제하고 회복에 집중해야 하며 외출한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재채기, 기침 등 비말이 인플루엔자의 가장 주요한 감염 경로이기 때문에 기침 에티켓,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또 흐르는 물에서 30초 이상의 손 씻기, 알코올 젤을 이용한 손 씻기는 90% 이상의 예방효과를 보인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