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선관위가 오는 6월 실시하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1월 18일 청사 외벽에 지방선거 홍보 대형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nepark@ilyo.co.kr
# 여당 독주 이어지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여당의 독주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0~50%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 목표를 ‘9석 플러스 알파’로 정했다. 당초 더 높은 성적을 기대했으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면서 그나마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서울, 충남, 충북, 대전, 전남, 전북, 광주, 강원, 세종 등 총 9곳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와 인천, 더 나아가 부산과 대구, 경남, 경북, 제주 등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최대 13~15곳까지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수도권을 모두 탈환하고 보수 텃밭인 영남 지역에서 광역단체장을 1명 이상 배출한다면 정부 여당의 독주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이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최저임금, 평창 단일팀 논란 등을 겪으며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여당이 청와대를 무작정 따르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집권 초기이기 때문에 당장 레임덕이라고 할 만큼 청와대의 리더십이 크게 훼손되진 않겠지만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다당제 정착될까?
올해 지방선거는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에 다당제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거나 다시 과거 양당체제로 회귀하게 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치권은 여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한국당),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1여 다야 구도로 편성되어 있다.
1여 다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야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정설이지만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예상을 뒤엎고 선전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소수 야당들에게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다. 참패할 경우 거대 여야 정당과의 합당 요구가 거세지고 대규모 탈당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가 분당까지 감수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도 지방선거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어차피 국민의당은 소멸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 차기 대권주자들의 운명은?
올해 지방선거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운명과도 직결되어 있다. 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 안철수, 유승민 대표가 모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들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의 경우 ‘올해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 6곳 이상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집에 가야 한다’면서 정계은퇴까지 시사했다. 홍 대표가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지역은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인천, 울산 등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텃밭인 부산시장 후보군 찾기에도 실패해 지방선거 전망이 어둡다. 당초 한국당은 지지율이 낮은 현 서병수 부산시장을 대신해 장제국 동서대 총장을 영입해 출마시키려 했으나 장 총장은 지난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후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마땅한 인물이 없어 현 서병수 시장의 재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 역시 지방선거 결과에 정치적 운명이 걸렸다. 특히 안 대표는 분당까지 감수하며 지방선거에서 승부수를 띄운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직접 선수로 뛸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의 운명도 엇갈린다.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 영호남 맹주 바뀔까?
과거 영호남은 각각 한국당과 민주당이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쉽사리 상대 정당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각각 분열하며 치열한 영호남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국민-바른 통합정당, 민주평화당이 치열한 3파전을 벌이게 된다.
지난 총선에서는 전통적인 강자 민주당이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게 참패를 당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당시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과정에서 호남 배제 논란을 겪은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 국민의당 측은 국민-바른 통합정당 역시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바른정당 일부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등 호남 선거에 악재가 될 만한 논란이 여러 번 있었다.
호남 선거에선 민주평화당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평화당에 호남 터줏대감으로 군림해온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선거까지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호남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우세하다.
영남에서는 한국당과 국민-바른 통합정당의 보수 적자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가세해 물고 물리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에서는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영남 텃밭마저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영남마저 뺏긴다면 다른 지역 선거는 볼 필요도 없다”면서 “한국당은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 다크호스는 없나
지방선거는 정치 신인의 등용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치거물이 탄생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우선 충남지사 출마를 결정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잡았다. 안희정 현 충남지사의 측근인 박 전 대변인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인지도가 높은 인물은 아니었다.
안 지사가 충남지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을 대신할 인물로 박 전 대변인을 꼽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너무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물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하지만 박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며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고 현재는 가장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보수 텃밭인 강남구에서는 여선웅 민주당 구의원이 유력 구청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여 의원은 만 35세로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험지인 서울 강남구 나선거구에 출마해 서울 지역 최연소 구의원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여 의원은 현 신연희 구청장의 저격수로 불리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신 구청장은 지난 대선 당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 사건을 최초로 밝혀낸 것이 여 의원이다.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주목할 만하다. 양 최고위원은 정치신인이지만 지난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양 최고위원은 광주여상을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5년까지 메모리사업부 상무로 일하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문(친문재인)의 지지로 당선된 양 최고위원이 광주시장 경선에서도 친문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보수 텃밭인 경남 진주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갈상돈 전 문재인 대통령후보 정책특보도 주목할 만한 다크호스다.
#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
올해 지방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본선보다 치열해진 경선이다. 영호남 텃밭 선거에서 각 당의 경선이 사실상의 본선이 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었지만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 생긴 현상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박원순 현 시장을 포함해 박영선, 민병두, 우상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출마 자격이 주어진 정봉주 전 의원도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6월 선거일까지 변수는 많이 남아있겠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후보로 누가 나오든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후보자들은 외연확장보다는 경선을 대비한 지지층 끌어안기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지사 선거 역시 이재명 성남시장, 전해철 민주당 의원, 양기대 광명시장이 치르는 경선이 사실상의 본선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