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밝힌 국민의 민심이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국민 대다수는 한국당을 불신의 눈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2일 갤럽에서 발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5%를 기록한 것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12%에 그쳤다. 3배 이상 차이가 벌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기다리면 회복할 수 있는 ‘모멘텀’의 위기가 아니라 보수 ‘펀더멘털’ 자체가 흔들린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국회 정무위원장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정무위원장으로서, 혁신위원장으로서 경제와 정치 현안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자유한국당의 신뢰 회복과 미래 대안을 제시할 정책 개발을 강조했다. 지난 2월 6일 ‘일요신문’은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혁신위원장으로서 민심을 어떻게 보나.
“지지율로 나타나는 수치처럼 ‘문재인 정부 잘하고 있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도 당연히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이런 식으로 하면 큰일난다’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얘기 끝나자마자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더 큰일이다. 당신들 뭐 하고 있나 제발 똑똑히 해라’라고 한다. 국민들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고 맥도 제대로 짚지 못하는 한국당의 품격 없는 행태에 문제가 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한국당이 집권했을 때 예전 야당이 참사가 나면 오로지 정부 탓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고 화재 참사난 곳에 가서 똑같이 해야겠나.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나 죄송스럽다 우리가 야당이긴 하지만 국회에서 재발방지책 책임감 있게 논의하겠다’ 정도면 어땠을까. 어제 이재용 판결 나왔을 때도 ‘환영한다’보다는 ‘과거에도, 앞으로도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정도면 어땠을까.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본인을 혁신위원장 지명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서 이야기한 ‘행태’ 문제보다 정책 문제를 다뤄보라는 의미로 본다. 한국 사회가 여러 도전을 받고 있는데 그걸 헤쳐나가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여러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전혀 방향을 잘 못 잡았고, 역주행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올바른 운영 방향을 내고 있느냐, 그것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즉, 현재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과 별개로 한국당도 시대에 뒤떨어졌고,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 근간이 되는 경제문제, 인구문제에서 과거 보수가 피상적이었고 매몰됐던 방향과 관성에서 탈피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몇몇 분들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한국당 인식에 비춰봤을 때 한가한 소리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나라 전체로 봐서 이것만큼 시급한 문제가 없다. 집중적으로 논의해 3월 초에는 그 안을 국민들 앞에 내놓으려고 한다.”
―혁신위원회가 정책 혁신을 내걸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 혁신’이 안 되면 ‘정책 혁신’이 묻힌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당의 문제가 정책보다는 ‘정치 행태’라는 비판 잘 알고 있다. 모른다면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람이고, 귀를 막고 사는 것이다.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에 무엇을 염증내고 있는지 지도부뿐만 아니라 우리 의원들 각자 귀를 열고 그에 맞는 얘기를 해야 한다. 핵심은 ‘국민들이 정치에 무엇을 원하느냐’다. 예전 야당처럼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인지, 모든 탓을 집권당과 대통령에게만 돌리는 게 맞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일단 정책 혁신에 집중하되, 필요한 일은 필요할 때 반드시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정치 행태 문제를 모르는 척하거나 귀 닫고, 말 안 하는 그런 일은 없다.”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전망은 어떻게 하나.
“당연히 어렵다. 다만 두 가지가 관건이다. 집권 1년쯤 됐으면 지난 9년간의 보수정권 책임으로 계속 돌릴 수 없다. 1년 동안 집권해서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수치화되고 계량화돼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경제 문제, 안보 문제 두 가지를 묶어서 어떻게 됐는지, 앞으로 당신의 삶은 나아질 것인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미래가 열릴 것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점을 국민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때 한국당이 신뢰를 줄 수 있는 집단인지, 대안은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초의원 선거는 보통 2위까지 당선된다. 바른미래당이 여론조사에서 2위를 하는 곳이 많아 1, 2위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이 차지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국회의원 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심각하다고 느낀다. 그냥 덮어놓고 저 당은 급조된 당이고, ‘완전 이질적인 두 정당이 합쳐졌기 때문에 정책조차도 제대로 못 내놓을 것이다’라고 폄하하는 비판은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른미래당의 선전 여부는 철두철미하게 자유한국당의 신뢰여부와 대안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귀 닫고 대안을 못 내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바른미래당 전망이나 비판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할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당 문제를 두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일시적인 모멘텀 문제가 아니라 펀더멘털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소위 탄핵 사태는 우리 보수의 기본적인 기반을 무너뜨렸다. 펀더멘털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인정한다. 다만 정치라는 게 늘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신뢰를 회복할 방안은 있나.
“정책 문제가 있고 정치 문제가 존재한다. 정책 문제 핵심은 한국당의 인적 충원구조가 망가졌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사당화다. 당의 인적 충원의 핵심인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에 천하 인재들을 모으기 위한 원칙과 노력이 있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치 문제는 옛날 야당이 그랬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방식의 비판을 위한 비판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메시지’보다는 ‘메신저’에 주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홍 대표가 무너진 당에 인적 쇄신, 조직 쇄신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책임이 가장 큰 자리지만 홍 대표 탓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용태라는 사람은 왜 세 번씩이나 공천을 준 당을 선도 탈당해서 저를 지지했던 보수세력으로부터 비판 받고, 복당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사람들한테 욕을 얻어 먹었을까. 예전 새누리당을 탈당할 때 새누리당의 이념과 가치를 반대해서 탈당했던 건 아니다. 새누리당의 정치 행태를 도저히 용납하거나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 안에서는 정당 민주주의가 숨쉬어야 한다. 그런데 정당 민주주의는 완전히 폐기되고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과 추종하는 일부 특정 세력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나아가서 정권을 좌우했다. 그러면서 집권해서 해야 할 일들이 퇴색됐을 뿐만 아니라 실종됐다. 국가개혁은 청사진과 정책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만으로도 되는 게 아니다. 이것을 실행시키는 정치가 있어야 한다. 정치를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집권당이다. 이 집권당이 사당화되면서 대통령과 특정세력이 마음대로 해도 좋은 당이 돼버렸다.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2016년 살생부로 대표됐던 공천 파동이다. 최순실 사태가 터졌음에도 정신 못 차리고 덮기에 급급했고, 추종 세력은 자기만 살기 바빴다. 나는 이걸 용납할 수 없었다. 당시 나는 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조차 거부했다. 헌법에 따른 탄핵 절차를 밟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미적하거나 거부했다. 아무 것도 안된다. 그래서 물꼬를 트기 위해서 선도 탈당했다.”
―복당은 어떻게 결정했나.
“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해 진보가 정권을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와 경제를 제대로 운용했다면 나는 아마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하는 경제 정책을 보니 말이 안됐다. 단순히 방향이 틀렸다는 수준을 넘어 세계적 추세를 역주행하고 있다. 특히 경제 정책에서도 생산구조를 손대기 때문에 걱정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원전정책, 공무원 증원, 사회적 경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것은 당대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선한 의도를 가진 선한 권력이 사악한 시장을 대신하면 선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무책임하고 반역사적인 생각인가. 이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시장 그 자체가 가진 문제와 불합리함도 있지만 일부 수정하고 고칠 생각을 해야지 생산구조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이미 박물관으로 들어간 고색창연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황당하다. 이 포퓰리즘을 야당이 정신 차리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바른정당에서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힘들고 고단한 길이다. 숱한 모멸과 수치를 당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하는 자로서 쏟아질 모멸과 비난은 나의 몫이고 그걸 참아서 포퓰리즘을 막는 데 기여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가.
“문재인 정부는 정치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전세계 추세에 역주행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이 본인들은 ‘대한민국 맞춤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 세계가 청년 실업, 저성장, 노동시장 이중 구조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고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지금 프랑스의 대통령은 마크롱이고 그 전이 올랑드였다. 올랑드는 사회주의적 정책을 내걸고 대통령이 됐다. 3년 동안 프랑스의 모든 문제를 사회주의적 관점과 방향으로 풀기 위해 노력했다. 집권 초기 부유세 만들고, 보유세, 법인세도 올렸다. 그래서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의 러시아 이민도 일어났다. 3년 후 나온 결과는 뭐였냐. 실업은 치솟고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세수는 부족해졌다. 3년 후에 국정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바로 노동 개혁, 복지 개혁, 공공 개혁, 기업 인프라 개혁을 진행했다. 정규직의 과보호를 풀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연금을 뜯어 고쳐서 고용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기업 인프라 개혁을 하고 공무원은 줄이고 권한 뺏는 규제개혁을 했다. 프랑스 노조가 전면적 파업으로 맞서 싸웠다. 유로 2016 개최지였던 프랑스가 대회 도중 파업으로 쓰레기가 쌓였다. 그런 개혁을 이끈 게 바로 올랑드 정부의 마크롱이다. 파업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은 올랑드 정부에서 추진했던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프랑스 국민은 마크롱의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당에도 75%의 의석을 만들어 줬다.”
―법인세, 보유세 인하를 프랑스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였나.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직접 프랑스에 가서 보니 프랑스 국민들도 예전 방식으로 살기는 어렵겠다는 점을 인정하고 마크롱의 개혁 방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남는 문제는 노동유연화하고 안정적인 연금도 깎고 공무원 20~30% 줄이고 법인세, 보유세를 낮추는 데서 오는 국민적 불안과 불편이다. 두 번째는 이런 국민의 걱정을 마크롱의 아주 세련된 정치로 풀어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게 ‘쇼통’이다. 원칙과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초래되는 불안과 불편을 인정하지만, ‘안 할 수 없다’, ‘참고 견디자’, ‘이 방향으로 가면 잘될 것이다’라는 신뢰와 비전을 주는 게 정교한 정치고 쇼통이다.”
―당 혁신위원장과 함께 국회에서 정무위원장도 맡고 있다. 정무위원장으로서 무엇을 하고 싶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냐면 만성적 자본 수요 초과 국가다. 돈을 빌리려 하는 사람이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갑’이 된다. 이들은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의 미래 가치나 기술 가치를 보는게 아니다. 담보 능력과 ‘꺾기’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줄을 세운다. 담보 능력으로만 판단하니 어떻게 좋은 기업이 나오고 청년 창업이 원활하게 되겠나. 백날 얘기하는 후진적 금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은 자본 수요와 자본 공급의 균형을 맞춰주고 나아가서는 오히려 자본 공급이 더 많아져서 자본 공급자들이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 예로 인터넷 은행을 열었더니 수요자가 몰렸다. 인터넷 은행도 수요에 따라 규모를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증자를 하려고 한다. 그걸 막는 게 규제권력이고 그 윗단에 정치권력이 있고 금산분리를 이야기한다. 금산분리는 경제규제가 아니라 정치규제가 됐다. 우리 세력, 우리 당은 용납 못한다는 것이다. ’산업자본이 금융 자본을 사금고화’하는 걸 막으면 되지 않냐. 사후 규제하자고 하면 ‘못 믿는다. 못하게 정해놓자’는 사전규제만 이야기한다. 정치권력과 규제권력, 먼저 들어온 기득권이 트라이앵글을 짜고서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들 불러다가 ‘혁신성장 안된다’, ‘일자리 안 는다’ 호통쳤다. 내가 보기엔 말장난이다. 그걸 하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100km 이상 달리면 되겠냐고 물으면 안 된다고 톨게이트에서 1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차는 안 들여보내주는 상황이다. 톨게이트를 열고 100km 이상 달리면 잡아내야지 아예 입장을 안 시키면 안된다. 그게 진입장벽이고 규제다. 여전히 역주행을 하면서 호통만 치면 뭐하겠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규제 중에서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를 두고 논란이다.
“이 정권이 잘 못 가고 있다는 대표적 징후로 지역구에서 만나는 학부모께서 ‘자유한국당 보면 너무 한심해서 쳐다보기도 싫은데 문재인 대통령도 잘한다고 하는데 큰일 났다. 교육하고 부동산은 손 대면 안된다’고 한다. 손 대면 댈수록 잘못되기 때문이다. 자기들은 선하다고 생각한다. 나쁜 영어 조기교육을 시장이 부추긴다. 가난한 아이는 돈 없어서 영어 못 배우는데 영어 배우게 하면 안 된다. 선한 권력인 문재인 정권이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선한 결과가 나오나. 아이들이 영어 대신 인성 개발하는 시간을 보내나. 가난한 사람은 내 아이한테 최소한 영어라도 가르쳐 주고 싶은데 예전에 8만 원이면 되는데 못하게 막아서 어쩔 수 없이 20만 원 내게 만든다. 무책임한 정책이다.”
―한국당 지방선거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
“잘 안 될 것 같다. 걱정이다. 비관적이 되면서도 답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남은 한두 달 우리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지 최악의 파국으로 갈지 결정된다. 우리에게 달려 있다. 누구 얘길 하겠나.”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