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14년 2월 7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러시아는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을 서방의 보이콧에 의해 반쪽대회로 치른 뒤 34년 만에 열게 된 이 대회를 국력을 총동원해 준비했고, 세계의 축복 속에 치르고 싶었다.
그때 재를 뿌린 것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대회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도 덩달아 불참 대열에 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선수단 파견을 보이콧한 것에 버금가는 충격이었다.
그 무렵 오바마와 푸틴 사이에는 구원(舊怨)이 쌓여가고 있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에 불만이었고, 미 국무성 기밀자료를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창설자인 줄리안 아산지의 미국송환 요구를 거부한 채 러시아가 망명을 허용해 줌으로써 불만은 가중됐다. 러시아가 반인권적인 동성애처벌법을 통과시킨 것도 갈등의 원인이었다.
소치 올림픽이 한창이던 2월 18일 인접한 우크라이나에선 시민혁명으로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부가 무너지고, 그는 폐막식이 벌어지던 23일 러시아로 망명했다. 푸틴은 미국이 이 쿠데타의 배후라고 믿고 있었다.
이에 대한 푸틴의 반격이 소치 올림픽 폐막 4일 뒤 전격적으로 감행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인 크리미아 침공이었다. 현재도 진행형인 크리미아 사태는 시리아, 아산지, 동성애법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게 미·러 관계와 동서 관계를 손상시킨 원인이 되었다. 소치 올림픽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불참이 단견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이번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방문이 소치올림픽에 오버랩된 것도 그 때문이다. 2020년에는 일본 도쿄하계올림픽이, 2022년에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동양 3국에서 잇따라 열리는 올림픽은 지역의 경사이고, 3국의 국가원수가 서로 참석해서 축하하는 장면은 보기에도 좋다.
아베 총리가 평창에 오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2년 뒤 도쿄올림픽 참석은 국민감정상 불가능해진다.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들의 축하를 받지 못하면 잔치의 의미는 반감된다. 아베의 결정에서 그런 원려(遠慮)를 본다.
아직 중국 시진핑 주석의 참석이 불투명하다. 개회식이 어렵다면 폐회식에라도 와달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요청이다. 중국 정부는 당 서열 7위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대표로 보낼 예정이라고 하는데, 시 주석이 참석해 3국 정상이 회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나아가 북한팀 파견을 결정한 김정은까지 동석하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에 큰 계기가 되련만….
임종건 언론인 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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