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가장 반기는 쪽은 투자자들이다. 그중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대기업들의 ‘배당 확대’ 방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주가 상승의 재미를 본 개인 투자자들은 오는 3월 말 예정돼 있는 기업들의 주주총회 이후 통장에 입금될 배당금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3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배당금 지급이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13월의 월급’으로 불렸던 연말정산 환급금에 대한 기대가 지난 몇 년간 ‘13월의 고지서’로 불리면서 실망으로 바뀐 탓에 3월 이후 입금될 배당금이 ‘13월의 월급’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대기업들은 약속대로 올해 주총에서 배당 확대를 결정할까. 일요신문은 국내 4대 그룹 주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배당을 정말 확대했는지, 확대했으면 얼마나 했는지 조사해봤다.
재계 1위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와 맞물리면서 배당확대로 ‘보답’한다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고성준 기자
재계 1위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와 맞물리면서 배당 확대로 ’보답‘한다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0월 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담은 ‘3개년(2018~2020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향후 3년간 29조 원 규모의 주주 배당을 약속했고, 지난해 말 9조 3000억 원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제고함으로써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끔 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50 대 1 액면분할과 함께 2017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 1500원, 종류주 1주당 2만 1550원을 현금배당 한다고 밝혔다. 배당금 규모는 5조 8000억 원이다. 당초 2016년 대비 20% 상향된 4조 8000억 원 규모를 계획했으나 지난해 이익현금흐름(FCF)의 50%에 달하는 5조 8000억 원으로 배당금 규모를 상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에도 분기배당으로 보통주와 종류주 1주당 70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결산 배당으로 지난해 보통주 1주당 2만 7500원, 우선주 2만 7550원을 현금배당했다. 2016년 현금배당액 총액은 약 3조 8503억 원으로 중간배당을 포함한 주당 배당금은 전년 대비 약 36% 증가했다. 배당성향 추이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꾸준히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배당성향은 2013년 7.23%, 2014년 13%, 2015년 16.42%, 2016년 17.81%로 상승됐다.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배당 성향을 3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삼성물산 역시 올해 배당을 확대했다.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은 2015년 3.1%를 기록했으나 2016년 84.6%로 27배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8일 이사회에서 2017~2019년 매년 주당 배당금을 2000원씩 지급하는 ‘3개년 배당정책’을 결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7년 총 배당 규모는 전년 908억 원(주당 550원) 대비 3.6배 늘어난 33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삼성그룹 주요 금융 계열사들의 배당성향 또한 대부분 상승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순이익 1조 2925억 원 중 3592억 원을 배당하기로 결정, 27.8%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이는 전년 10.5%(순이익 2조 543억 원, 배당금 2155억 원) 대비 17.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또한 올해 각각 44.3%와 32.9%의 배당성향을 보여 전년 대비 각각 14.1%포인트, 4.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올해 순이익 3867억 원 가운데 1644억 원을 배당해 42.5%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배당성향 47.1%보다 4.6%포인트 떨어졌다.
그밖에 그룹 내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2015년 1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부터 실적 악화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역시 약 5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16년 적자로 배당이 없었으며, 지난해는 영업이익 629억 원을 기록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순이익은 992억 원의 적자를 내 배당을 하지 않는다. 삼성SDS는 상장 후 2년간 1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다 2016년 주당 750원으로 배당금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매출 9조 2992억 원, 영업이익 7316억 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으로 2017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0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
재계 2위 현대차는 2017년도 기말 배당금을 전년과 동일한 주당 30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이 배당 동결의 원인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25일 2017년 연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선 개선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배당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주주와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회사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차는 지난해 7월 1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배당성향만 보면 2015년 16.8%에서 2016년 20%, 2017년 26.8%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아차는 2017년 배당금을 전년 대비 300원 축소한 주당 800원으로 결정했으나 배당성향은 19%로 2016년 16%보다 3%포인트 올랐다. 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경우 2017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750원을 배당키로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6일 2017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배당성향은 15%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작년 기말 배당과 같다”며 “주주친화정책 강화는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2015년 8월 SK㈜와 SK C&C의 합병으로 통합지주사를 출범하면서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그룹의 대표 계열사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을 전년 대비 대폭 축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배당금 총액은 전년 대비 67% 상향한 7060억 원이지만 배당성향은 2016년 14.3%에서 2017년 6.6%로 절반 이상 깎였다.
SK하이닉스는 법인세 비용 상승과 도시바 인수 참여 등을 이유로 배당성향을 축소했다고 설명했으나 2016년 컨퍼런스콜에서 이른 시일 내에 배당성향을 2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한 것과 대조돼 주주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더욱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0조 1094억 원, 영업이익 13조 7213억 원, 순이익 10조 6422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75%, 319%, 260% 급증했으며 이를 토대로 설 전 직원들에게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익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고 매출 증가에 따른 운전자금도 커지고 있으며 전년도 법인세도 아직 내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지속적 성장을 위한 투자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배당성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배당금과 총액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60.09% 증가한 2조 6576억 원을 기록했으나 배당 규모를 동결해 전년 대비 14.4%포인트 떨어진 23.9%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고배당주로 꼽혀왔던 SK텔레콤은 2015년부터 꾸준히 순이익이 늘고 있으나 배당 규모를 늘리지 않아 배당성향이 하락하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배당금과 배당 성향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주당 1600원의 중간배당을 했으며, 2017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64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SK이노베이션의 2015년 기본 배당금은 3200원이었으며 2016년에는 4800원, 지난해는 중간 배당을 포함해 주당 총 8000원까지 배당금이 늘었다.
2016년 1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LG그룹 지주사인 ㈜LG는 지난달 9월 공시를 통해 보통주 1300원, 종류주 1350원을 현금배당 한다고 밝혔다. ㈜LG의 배당성향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21.1%에서 2015년 24.2%로 조금 높아졌으나 2016년 21.28%, 2017년 10%대로 차츰 하락하고 있다. 순이익이 증가했으나 배당 규모가 제자리걸음을 한 탓이다.
LG그룹은 특히 배당과 관련해 계열사별 엇박자를 내고 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모두 높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짠물배당’과 ‘화끈배당’으로 행보가 갈렸다. 지난해 영업이익 2조 4685억 원, 당기순이익 1조 8695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84.5%, 1380% 증가한 LG전자는 지난달 23일 배당에 대해서는 전년과 동일하게 보통주 1주당 400원, 우선주 1주당 450원 등 총 729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순이익이 무려 1380%가 급증했음에도 배당이 동결되자 배당성향은 2016년 57.7%에서 지난해 3.9%로 급락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016년 1주당 350원이었던 배당금을 올해 400원으로 상향해 배당성향을 순이익의 30% 수준을 유지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263억 원으로 전년보다 10.7%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5471억 원으로 11%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당성향을 당기순이익 3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밖에 LG화학은 2017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000원을 현금 배당키로 했다. LG화학은 2015년과 2016년 모두 28.7%의 배당성향을 기록했지만 2017년 21%로 낮아졌다. 올해 94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LG생활건강은 2017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9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LG생활건강의 배당성향은 2014년 19.21%, 2015년 20.04%, 2016년 22.1%, 2017년 28.1%로 상승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순이익은 증가했으나 배당 규모를 동결해 배당성향은 2016년 19.21%에서 2017년 9.2%로 확 줄었다.
국내 4대 그룹 주요 상장사들의 배당을 살펴본 결과, 삼성그룹은 비교적 배당 확대 약속을 성실히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카드의 배당성향 하향, 삼성중공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적자를 본 계열사가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주주환원 의지를 공언한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차, 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의 배당성향이 상승하고 있다.
반면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이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와 LG화학의 배당성향이 급격히 하락한 LG그룹 역시 크게 돋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LG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LG전자는 배당성향이 급락해 ‘짠물배당’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3월 데드라인‘ 대기업들 지배구조 개선 어디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대기업의 자발적 개혁 시한인 ‘3월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에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한 4대그룹은 삼성을 제외하고 모두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순차적으로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올 상반기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현대글로비스를 시작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9년에,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0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활성화하고, 주주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그룹 차원에서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와 협의를 통해 올해 주총을 분산 개최키로 했다. 주총을 특정일에 몰리지 않게 해 여러 회사의 주식을 동시에 보유한 주주들이 각사의 주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LG그룹은 지난해 11월 구본무 회장 등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회사에서 빠져 있던 LG상사를 지주회사 내에 편입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오너 공백으로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았던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로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일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업의 신뢰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