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A 씨는 2014년부터 2년에 걸쳐 장모님 소유의 아파트, 상가, 건물 등을 부부와 중학생인 딸 명의로 나눠 증여받았다. 여러 명이 쪼개어 사전증여 받고, 장모님에서 손녀로 세대를 건너 뛰어 재산을 증여 받은 것. 딸은 초등학생 시절 장모님으로부터 8억 6000만 원 상당의 건물을 증여받았고, 증여세 납부를 위해 아내가 딸에게 2억 2000만 원을 빌려주도록 했다(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례2. 2009년 B 씨는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해 재산이 35억 5338만 원 늘어났다. 부동산으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 토지와 임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빌딩 1채를 상속 받았다. 대우증권 6000주, 에스원 1만 5000주 등 상속받은 주식 가치도 25억 695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못하다. 상속세가 17억 4400만 원에 달해 큰 부담이 되는 것. 특히 제주도 임야나 목장 부지는 매각이 어려울 뿐더러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각도 원활하지 않다(문태영 전 외교통상부 대변인).
앞의 두 사례는 미리 준비하고 상속받는 것과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상속의 대표적 예다. 상속세는 최대 50%까지 과세돼 다른 세금보다 세율이 높고, 일시에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상속세 대비가 부족한 경우 상속세 마련을 위해 상속재산을 경매로 처분하는 등 자칫 상속인의 재산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상속세는 언제 어떻게 상속을 하느냐에 따라 공제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는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인생에서 1번뿐인 경험에서 파생되기 때문에 생소한만큼 철저한 사전준비가 요구된다. 최준필 기자
상속재산은 피상속인의 모든 경제적 이익을 띠는 것을 포함한다.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은 물론 특허권, 저작권 등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 상속자산에 포함된다. 또 보험금, 신탁재산, 퇴직금 등도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해 현금화한 것도 사용처가 불분명할 경우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이 상속재산으로 잡히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상속재산의 절대적 크기를 줄이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우선 취해야 할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10년 주기로 사전증여 ▲다수의 상속자에게 쪼개어 증여 ▲자산가치 상승 여력 높은 재산 사전증여 ▲병원비 지출 등이다.
먼저 10년 단위로 배우자나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남편 소유의 재산을 사전에 처자식에게 증여하면 전체 상속을 개시할 때 전체 재산의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상속세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사망 10년 이전의 증여 재산은 상속세 계산에서 제외된다. 재산 증여시 배우자는 6억 원, 성인 자녀에게는 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사망 10년 이내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계산에 합산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아버지가 사망한 경우 연로하신 모친에게 재산을 상속하면 추후에 또 상속을 해야 해, 바로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속재산이 10억 원을 넘으면 모친과 자녀에게 나누어 상속하는 것이 상속세 부담을 더는 방법이다. 배우자에게 상속하는 경우 최소 5억 원이 일괄공제되고 3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상속재산이 35억 원이고 모친과 자녀 2명이 있는데 배우자에게 한 푼도 상속하지 않는다고 하면, 35억 원에서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5억 원을 제하고 상속세 과세표준은 25억 원이 된다. 이때 상속세는 8억 4000만 원이다.
법정상속지분대로 모친이 3/7인 15억 원, 자녀가 각각 2/7인 10억 원씩을 상속받는다고 하면, 35억 원에서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15억 원을 차감해 상속세 과세표준은 15억 원이 된다. 이때 상속세는 4억 4000만 원이다. 또 모친이 상속을 받고 10년 이내 사망해 다시 상속을 받게 되더라도 이전 상속세 상당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추후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자산부터 증여해야 한다. 증여시기에 시가보다 평가금액이 저평가 됐으나 추후 시가상승이 커질 만한 자산을 우선 증여해야 한다. 이 경우 상속을 개시할 시기에 상속재산 크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낮아진 비상장회사 주식, 평가금액이 낮아진 보험자산 등도 이에 포함된다.
건물과 토지가 있다면 토지 먼저 증여하는 것이 좋다. 토지는 매년 공시지가가 상승해 상속세 부과 기준이 되지만, 건물은 감가상각으로 인해 평가금액이 점차 하락하기 때문이다. 상속할 부동산이 있는 경우 임대 수익이 높은 임대용 부동산 먼저 증여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임대수익에 대한 상속세가 절약되고, 임대 수익을 미리 자녀에게 넘겨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상속할 임대용 부동산이 있는 경우 월세보다 전세 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다. 전세 임대는 임대계약 만료시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이를 부채로 보기 때문에 상속세 공제 효과를 볼 수 있다.
연로한 부모님이 큰 병에 걸리거나 장기간 입원해야 할 경우 병원비로 상당한 금액이 소요된다. 병원비를 상속재산을 활용해 납부하면 전체 상속재산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절세 효과가 있다. 또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비를 내지 못한 경우 이는 채무로 공제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원비는 부모님 사망 후 또는 부모님의 재산을 활용해 내는 것이 좋다.
부모에서 자식이 아니라 세대를 건너 뛰어 손자에게 상속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있다. 조부모가 손자에게 재산을 상속할 경우 30% 할증해 상속세가 부과된다. 조부모에서 부모, 부모에서 손자까지 두 번 상속세를 과세해야 할 것이 한 번으로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이 나이가 많아 상속이 개시된 후 10년 이내 다시 아들에서 손자로 상속이 개시될 경우 기간에 따라 100~1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들이 나이가 많을 경우 세대를 건너뛰어 상속했을 때의 여러가지 장단점을 따져본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대기업 세무 관계자는 “본인이 소유한 자산가치가 꾸준히 증가한다고 생각한다면 상속세의 장기적인 절세전략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며 “상속세는 유형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있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이건희, 삼성그룹 상속 단돈 150억…잘 숨기면 거저 먹는다? 세금 중에서도 가장 세율이 높은 것이 상속세다. 부모로부터 무상으로 이전돼 전형적인 불로소득인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소득세보다 높게 책정된다. 사회정의나 국민의 조세감정이 일정부분 반영된 셈이다. 그렇다면 굴지의 재벌들은 창업주로부터 오너 2, 3세로 넘어오며 얼마나 많은 상속세를 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1000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낸 기업은 태광산업, 대한전선, 교보생명 등 재계 30위 밖 중견기업들이다. 삼성, 현대, 한화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보다 헐값에 자신의 부를 아들에게 대물림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으며 1987년 상속세 150억 원을 냈다. 이병철 회장은 237억 2300만 원과 삼성이 보유한 공익재단 몇 개만을 이건희 회장에게 상속했다. 당시에도 삼성의 매출액은 10조 원이 넘는 규모였지만 이병철 회장이 상당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해 상속재산에 미처 다 잡히지 않았다. 차명재산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규모가 10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고 이로써 열린 ‘2008 삼성 비자금 특검’은 차명재산 4조 5378억 원을 찾아냈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4조 5378억 원을 삼성에 되돌려 주고, 이 회장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08년 특검이 밝힌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은 삼성생명 지분 16%에 해당하는 2조 300억 원, 예금 2930억 원, 채권 978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삼성은 이것이 이병철 회장에게서 받은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이 지나 이건희 회장은 이에 대한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현대그룹은 왕회장인 정주영 회장이 타계하며 상속재산 603억 원의 50%에 해당하는 302억 원을 유족들이 상속세로 납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30억 원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77억 원을 상속세로 냈다. 신세계그룹은 재벌 중 가장 모범적인 상속세 납부 케이스로 손꼽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백화점 총괄사장은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으며 3500억 원 상당의 신세계 주식을 증여세로 현물납부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