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나쁜녀석들: 악의 도시’에서 동방파 행동대장 서일강 역을 맡았던 정석원. 사진=OCN 제공
호주로 여행을 떠났던 정석원은 이날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가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경찰과 맞닥뜨렸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나오자 마자 바로 검거됐다. 마약 혐의에 연루된 연예인의 검거 과정치고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석원이 호주로 출국한 뒤 현지 술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제보를 받고 입국 일자를 알아내 긴급체포했다”고 말했다. 정석원은 이달 초 호주 멜버른의 한 클럽 화장실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발생한 자국민의 범법행위였기 때문에 유례없는 입국 직후 긴급체포가 가능했다는 게 경찰의 이야기다. 더욱 결정적인 부분은 확실한 ‘제보’가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에서 정석원은 “호기심으로 했다”고 진술하며 초범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오후 정석원을 긴급 체포한 경찰은 필로폰 입수 경위와 투약 횟수 등을 집중 조사했고 호기심에 의한 단순 투약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석원은 9일 오후 석방됐다. 불구속 상태로 추가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상습 투약 의혹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앞선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제보 내용에는 호주에서의 필로폰 투약 건과 함께 정석원이 상습적으로 꾸준히 마약을 해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라며 “상습 투약 여부는 물론이고 정석원이 인정한 투약건 외에도 대마초 등 다른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흡연한 사실이 있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호기심으로 접했다는 자칭 초범들이 겁 없이 필로폰부터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해외에 나가더라도 일반적으로 몸에 부담이 덜한 대마를 택한다. 필로폰은 중독성이 매우 높고 금단증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필로폰은 호주에서도 당연히 불법이다. 호주연방경찰(AFP)은 지난해 5월 멜버른에서 903kg 상당의 필로폰을 압수하고 이를 판매한 호주계 중국인들을 체포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들에게는 호주법상 최고 종신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강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멜버른은 호주 최대 규모의 마약 밀매 지역이다. 주로 중국 광둥성에서 제조한 필로폰이 유통되며, 북한까지 이 사업에 개입하면서 마약밀매조직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멜버른에서 필로폰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정석원은 2010년 이후 호주를 종종 방문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초 G-20 홍보 광고 촬영을 위해 혼자서 시드니를 방문했다가 외관과 소지한 짐 때문에 테러리스트로 오해를 받아 호주 경찰에 긴급 체포된 것은 그의 유명한 에피소드다.
이어 2012년에는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 함께 출연한 배우 최우식, 이민호와 함께 QTV ‘리얼메이트 인 호주-옥세자 3인방’을 촬영하기 위해 멜버른을 방문했다. 이후 2013년 백지영과 결혼한 뒤로는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다가 이번 멜버른 여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된 것.
경찰은 정석원에 대해 그의 필로폰 입수 경위와 투약 횟수, 국내외 공범 여부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현재 정석원의 소변과 머리카락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 성분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정석원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출연을 확정지었으나 이번 사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백지영은 10일 콘서트를 앞둔 가운데 정석원의 체포 사실을 접했다. 그러나 콘서트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