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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지구촌 최대 눈과 얼음의 축제’가 막을 올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이번 대회는 역대 동계올림픽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92개국에서 2925명의 선수가 대한민국을 찾는다. 최대 참가기록을 세웠던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88개국 2858명을 넘어선 수치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당시에는 82개국에서 2633명의 선수가 나선 바 있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수많은 참가 선수 중 자신만의 특색 있는 사연으로 동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들을 조명했다.
#더운 나라에서 온 선수들
이번 대회는 동계 스포츠와는 친숙하지 않은 나라들이 앞 다퉈 참가해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됐다.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아프리카의 가나 나이지리아 케냐, 동남아의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참가했다. 선수 1명만을 참가시킨 국가만 19개국에 달한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근육맨’으로 유명세를 떨친 피타 타우파토푸아. 연합뉴스
타우파토푸아는 리우에서 태권도 선수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바 있다. 개막식 당시 상의를 탈의하고 기수로 입장해 ‘근육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나선다.
5세부터 태권도 선수 생활을 이어온 그는 올림픽을 경험한 이후인 지난 2016년 12월 크로스컨트리 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연평균기온이 18~27℃인 통가에서 타우파토푸아는 롤러스키를 타고 훈련에 매진했다. 생소한 종목이지만 약 1년간의 훈련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통가 역사상 두 번째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가 됐다. 이전까지 통가의 동계올림픽 출전은 지난 2014년 루지 종목의 브루노 바나니가 유일했다.
마찬가지로 1명의 선수를 파견한 싱가포르는 역대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 자국의 첫 역사를 써내려가게 된 선수는 여자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하는 샤이엔 고다.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고는 4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간 캐나다에서 자랐다. 아이스하키의 본고장 캐나다에서 여느 어린 아이와 같이 아이스하키를 즐기던 그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보며 스케이트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는 처음엔 스피드 스케이트로 시작을 했지만 이내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싱가포르 대표팀에서 활동하며 ‘대한민국 쇼트트랙 전설’ 전이경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 전이경은 은퇴 이후 다양한 활동을 거쳐 지난 2015년부터 싱가포르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아이스하키 경력, 전설의 코칭 등이 있었지만 고에게 올림픽은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었다. 고는 지난해 6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 진학도 뒤로 미루고 훈련에 매진했다. 꾸준히 포인트를 쌓던 고는 기적 같은 일을 맞이했다. 지난해 11월 상하이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경쟁자들이 넘어지는 사고 덕에 평창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자매는 용감했다
개최국인 대한민국에서 여자 아이스하키는 국민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종목이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국가대표2’로 영화화 된 적이 있을 정도로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북한 선수들과 함께 단일팀을 이뤘다. 이로 인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수준이 됐다. 특히 단일팀 선수 중 동생이 다른 나라의 대표로 이번 올림픽에 나서게 된 선수가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나서는 이들은 박윤정(미국명 마리스 브란트)-한나 브란트 자매다. 박윤정은 1992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이듬해부터 미국 가정에서 자라난 입양아 출신이다.
어린시절부터 남다른 우애를 자랑한 박윤정-한나 브란트 자매. 사진=박윤정 인스타그램
이들의 부모는 오랜 기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박윤정의 입양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 도착하기 2주 전 한나가 생긴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가슴으로 낳은 딸을 기꺼이 사랑으로 키웠다.
약 11개월의 터울을 두고 태어난 이들은 친자매처럼 자랐다. 이들의 부모는 박윤정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주말 한국학교 등에 보냈다. 당연히 동생 한나도 함께였다. 둘은 어린 시절 아이스하키 스틱도 함께 잡았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 청소년 대표에 뽑히며 두각을 드러낸 동생과 달리 대학 2부 리그에서 활약하던 언니는 국제대회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 졸업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던 2015년, 박윤정은 전력 향상을 위해 고심하던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당시 협회는 귀화 선수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남아있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 출신이자 한국 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미국 선수는 안성맞춤이었다. 박윤정은 대표팀 합류를 위해 한국 땅을 다시 밟으며 귀화가 아닌 국적회복 절차를 거쳤다.
현실적으로 남북 단일팀과 미국의 격차 탓에 자매간 맞대결은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력에 따라 예선 조를 나누는 올림픽에서 미국과 단일팀은 이미 A조와 B조로 갈렸다. 2017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랭킹은 미국이 1위, 한국이 22위, 북한이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민국 선수단에는 자매가 한 팀으로 경기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주인공은 여자 컬링팀의 김영미-김경애 자매다. 어릴 때부터 대부분 같은 팀으로 뛰어 온 이들은 자매 선수로 불편한 점을 “자매가 특이한 사례라 인터뷰를 많이 한다는 것”을 꼽았다.
#‘리빙 레전드’의 출전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대표 마리트 비에르엔. 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에서는 역대 여자 최다메달 부문에서 새로운 기록이 나올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크로스컨트리 선수 마리트 비에르엔(노르웨이)이 5번째 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스테파니아 벨몬도, 러시아의 레이사 스메타니나 등과 함께 통산 10개의 올림픽 메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동계 올림픽 여자선수 최고 기록이다.
비에르엔은 2002년 솔트레이크와 2006년 토리노에서 은메달 각각 1개씩을 목에 걸었고, 이어진 2개 대회에서는 연속으로 3관왕을 차지했다. 그간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올림픽에서만 획득한 것이다.
그의 선수 인생에서 약간의 행운만 따라줬다면 올림픽의 역사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미 2003년을 전후로 크로스컨트리 여제로 떠오른 비에르엔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일주일 앞두고 기관지염을 심하게 앓았다. 이 때문에 ‘맡겨 놨다’고 평가받던 금메달은 고사하고 은메달 하나만을 목에 걸며 대회를 마쳐야 했다.
많은 여자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는 출산도 비에르엔을 막지는 못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아이를 낳고 다음 시즌 휴식을 취했지만 성공적으로 선수로 복귀했다.
그는 만 37세의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이번 대회 또한 참가만으로 의미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컨트리는 체력과 지구력이 성적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종목이 ‘설상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1980년생인 비에르엔은 여전히 ‘톱클래스’ 크로스컨트리 선수다. 지난해 12월 스키 월드컵에서 1위, 올해 1월 월드컵에서 5위를 차지했다.
역대 동계올림픽 여자 최다 메달리스트가 도전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남자 최다 메달리스트는 기록 경신이 좌절됐다. 현재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는 올레 에이나르 비에르달렌(노르웨이)이다. 그는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6회의 대회에 참가해 총 13개(금 8, 은 4, 동1)의 메달을 땄다.
20년 가까이 ‘바이애슬론의 왕’으로 군림해온 비에르달렌도 세월의 흐름은 막지 못했다. 1974년생으로 지난 1월 만 44세가 된 그는 후배들에게 노르웨이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그가 평창에 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벨라루스 대표팀의 코치로 합류해 평창 땅을 밟게 됐다. 그는 벨라루스 대표팀 소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다르야 돔라체바와 지난 2016년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의 남편이자 코치로 올림픽에 나서게 된 것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한국인 역대 최다 메달리스트는? 빅토르 안의 도전 8개서 ‘스톱’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대한민국은 지난 1948년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후 첫 메달을 따기까지는 44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대한민국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김윤만이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은메달을 따낸 이후 동계올림픽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한국이 가장 두각을 드러낸 종목은 단연 쇼트트랙이다. 한국은 그간 김기훈, 전이경부터 현재 심석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쇼트트랙 영웅들을 배출해왔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들은 전이경, 이호석, 박승희다. 이들은 각각 5개의 메달을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차지했다.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이는 전이경이다. 전이경은 1994년 릴레함메르에서 금메달 2개, 1998년 나가노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선수생활 이후에는 IOC 선수분과위원, 빙상연맹 이사 등 행정가로도 활약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싱가포르의 유일한 출전선수 샤이엔 고의 코치로 주목받고 있다. 박승희도 2010년과 2014년 2개 대회에 출전해 5개(금 2, 동 3)의 메달을 따냈다.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은퇴를 고민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선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나선다. 메달 추가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지 않지만 2개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편, 쇼트트랙 종목에서 역대 가장 많은 메달을 차지한 선수는 빅토르 안(러시아·금6, 동2)과 안톤 오노(미국·금2, 은2, 동4)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동률을 이루고 있는 기록을 빅토르 안이 깰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빅토르 안의 도전은 8개에서 멈추게 됐다. 러시아가 최악의 약물 스캔들에 휘말렸고, 이 여파로 그의 평창 출전도 무산됐기 때문이다. 빅토르 안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며 마지막 희망을 품었지만 CAS가 이를 기각하며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