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송정역 전경. 이원철 기자
광주시는 지난 8일,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우선협상대상자인 서희건설 컨소시엄의 주관사인 서희건설에 개발사업 종료에 대한 의견 조회 공문을 보냈다. 광주시는 공문에서 “2013년 7월 24일 협약체결 이후 장기간 개발사업에 진척이 없어 시민 교통 불편이 극심한 상태”라고 사업종료 통보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서희건설 측이 ‘개발사업 진척 방안을 2월 1일까지 제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의견이 없는 점도 해지 사유로 들었다. 송정역 복합환승센터는 2010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시범역이다.
광주시는 개발사업 종료에 대한 의견을 12일까지 반드시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기한 안에 의견이 제시되지 않으면 협약 해지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12일까지 여지를 둔 최후통첩이지만 사실상 파트너십을 접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종 협약해지 시 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은 국토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지 7년 2개월, 서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에 선정된 지 4년 7개월 만에 ‘없던 일’이 되게 된다.
광주시의 이 같은 입장 변경은 서희건설의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데다 특히 국토해양부에서 주차장 등 여객편의시설 확충에 대한 자체 사업 의지를 전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준영 광주시 교통건설국장은 “호남선 KTX에 이어 수서발 고속열차인 SRT까지 개통되면서 지난해 송정역 이용객에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해 주차 부족에 따른 집단, 개별 민원이 끊이질 않아 고심 끝에 ‘더 이상은 안된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려 종료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 이전에 시행사 측에 이에 관해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희건설은 지지부진한 사업추진 책임을 시행사에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업 지연의 원인이 코레일의 무리한 토지매각 조건, 사업성 부족 등인데 이를 시행사 책임으로만 몰고 있다는 것이다.
또 KTX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 선도구역 선정, 지난해 6월 개발계획서 승인, 임대료 절충안 제시 등의 절차도 이뤄지고 있어 사업진척이 없다는 시의 주장도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코레일이 감정평가액으로 땅을 팔고도 추가 발생하는 주차수입도 30년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건 무리고, 코레일 환승주차장(391면, 1만 7000㎡)의 41%에 달하는 국·공유지에 대한 운영수입 보상까지 요구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코레일의 요구대로 환승주차장 임대료로 연간 6억 원의 임대료만 받을 경우 30년간 운영하고도 건립비용(320억 원)의 절반만 회수하는 적자구조여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국토부의 KTX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구역으로 최초 선정됐고 개발계획도 승인됐고, 임대료 절충안(연 9억 원)까지 제시됐다“며 ”이미 수십억 원이 사업에 들어갔는데 일방적으로 시가 사업 해지 방침을 통보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 방침도 밝혔다.
2010년 국토부가 선정한 복합환승센터 시범역은 전국에 모두 8개가 있다. 이 중 신세계가 뛰어든 동대구역만 유일하게 완공됐고, 롯데가 나선 울산역은 올 상반기 첫 삽을 뜰 예정이다. 나머지 5곳 중 광주송정역을 제외한 4곳은 모두 무산됐다. 익산역은 지방자치단체가 백기를 들었다. 민간사업자 측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송정 환승센터는 절박하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옥신각신 끝에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광주시는 협약해지 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개발 방식은 복합환승센터에서 주차타워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는 백지화를 통해 주차타워를 짓는다면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그만큼 주민 불편이 최소화되고, 코레일과 시행사 간의 얽힌 매듭과 줄다리기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송정역 일대 19만㎡에 환승과 판매, 업무, 자동차시설과 함께 7200㎡ 규모의 문화시설 건립에서 코레일 주도로 4만 3000㎡ 규모로 주차빌딩과 일부 편의시설만 들어서게 된다. 주차면도 1850면에서 1500면으로 350면가량 줄어든다. 사업비는 공사비 1600억 원을 포함해 당초 2000억 원 안팎에서 300억 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하지만 환승센터에서 주차타워로 변경될 경우 당장 투자액이 7분의 1로 줄어 당초 예상했던 1500∼3000개의 일자리 창출과 랜드마크인 1913 송정역시장 등과 연계한 문화시설 확충,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서희 측은 “지역건설사 시공참여 기회 상실과 세수감소도 우려된다”며 “이미 수십억 원이 투입된 마당에 협약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행정,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혀 후유증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있어 광주시장 선거전은 물론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새로운 이슈로 등장할 소지도 다분하다. 반면 시는 공공개발을 하게 되면 시가 재정적 부담을 덜고, 공사 기간도 대폭 짧아져 시민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당초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은 광주송정역 일대 1만 7000㎡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로 환승주차장, 환승터미널, 대규모 자동차매매단지, 기타 업무·문화·근린생활 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설 계획이었다. 광주시는 이 사업에 대한 추진기간을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로 정해 사업자공모를 했고 서희건설 컨소시엄(이하 서희건설)이 단독 응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이후, 사업을 2017년 12월까지 완료키로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협약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이 환승시설을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하고 건축높이에도 제한(45m)이 있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어 왔다. 특히, 사업부지 확보의 의무가 있는 서희건설이 사업부지 확보를 위해 코레일과 지속적으로 협의했지만 수년간 진척이 없자 광주시는 공유재산심의회 및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을 거쳐 직접 사업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사업부지 매입비 예산 100억 원을 확보했으나 환승주차장 임대료에 대한 서희건설과 코레일간 이견이 커 사업추진이 매우 어려운 상태다.
이원철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