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동연 양산시장이 지난 9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제공=양산시)
[일요신문] 3선 도전에 나선 나동연 양산시장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직위를 이용해 친인척을 챙치고 업무 추진비를 편법으로 지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다, 이 일로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당협위원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시장직 사퇴요구까지 일고 있다.
먼저 나동연 양산시장은 지난 9일 여신전문금융업법, 공직선거법, 업무상 횡령. 허위공문서작성 교사 등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됐다. 고발인은 더불어민주당 양산시장 후보로 나선 강태현 변호사다.
강 변호사의 고발은 앞서 그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나 시장이 ‘수의계약’을 악용해 친인척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특혜의혹과 6일 회견에서 공표한 나 시장의 업무 추진비 일부가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편법 지출됐다는 내용을 토대로 한다. 강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밝힌 모든 상황은 이미 자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제기된 의혹 가운데 업무 추진비 편법 지출은 사실로 판명될 경우 나 시장에게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지난 6일 강 변호사는 양산시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2017년 12월과 6월·7월의 ‘업무추진비 및 방위협의회 예산 집행현황’을 제시하며 나 시장이 업무상 횡령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나동연 양산시장 업무추진비 1억 7470만원 가운데 현재 이 자료에서만 12월 575만원, 7월 216만6000원, 6월 452만2400원 등 모두 1243만8400원의 불법자금이 조성됐다”며 “3개월 치가 1200여만원이 되는 것으로 미뤄, 연간 3~4천만원 이상의 자금이 일명 ‘카드깡’을 통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후 강 변호사는 9일 나 시장을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그러자 나동연 시장은 같은 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나 시장은 “진위 여부를 떠나 시정 운영의 책임자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의혹들에 대해서는 시 차원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어 곧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 시장의 해명이 나오자 강태현 변호사는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다시 반박했다. 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4건의 카드사용 575만원 내용을 공개한다. 정상문서와 비교만 해봐도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카드깡’을 했다면 그 문서상에 ‘카드깡’을 했다고 기재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는 곧, 허위공문서 작성이 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허위사실을 밝힐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신용카드 전표상 기재된 일자와 시간, 장소, 각 업무부서에서 작성한 행사 내용, 당일 시장의 동선이 기재된 일정표 및 주간 일정표 등을 대조하면 ‘카드깡’한 내용을 정상 문서로 위조한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나동연 시장과 강태현 변호사가 이처럼 치고받자 두 사람 사이의 관계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강태현 변호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나동연 시장의 당선에 크게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변호사는 2011년 초부터 2015년 중반까지 양산시 고문변호사를 맡았다.
두 사람의 사이는 틀어진 것은 강 변호사가 양산시 고문변호사를 그만두면서부터다. 둘 사이의 간격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욱 벌어졌다. 마치 강 변호사가 나 시장의 저격수로 돌변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나타난 셈이다.
강태현 변호사가 이처럼 강도 높은 공격에 나선 것을 두고서는 묵은 감정풀이도 하고 당내 경쟁자인 김일권 전 양산시의회 의장 등에 비해 낮은 인지도도 제고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동연 시장을 향한 공세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이교 민주당 양산을 지역위 부위원장은 나 시장이 최근 자유한국당 양산을 당협위원장에 선출되자 기자회견을 갖고 “이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과 2014년 2월 13일 신설된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 등을 위배한 것”이라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법체계를 더 이상 무시하지 말고 양산시장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이처럼 나동현 시장은 사방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나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갈수록 악화되자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면서 이제는 자유한국당 공천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