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보험료 180원의 유방암 보장 보험이 출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요신문DB
지난달 말에 출시된 A 보험사의 유방암 보장 보험은 20세 여성기준 월 보험료가 180원에 불과하다. 일 년 보험비가 1만 원이 채 안되지만 유방암 진단 확정시 500만 원(최초 1회), 유방절제수술 시 500만 원까지 제공한다. B 보험사가 출시한 스키보험은 2일 1800원, 7일 4700원 등으로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스키를 타던 중 사망하거나 후유장애를 입을 시 5000만 원까지 제공되며 골절 진단비 및 수술비, 깁스 치료비 등의 특약도 포함된다. 지난해 12월 말에 츨시된 C 보험사의 운전자보험의 한 달 보험료는 1530원으로 기존 보험의 10분의 1 수준이다.
대부분의 미니보험은 온라인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과 거의 유사하다. 기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B 사의 미니보험을 가입해보니 보험 보장 기간 선택, 개인정보 입력, 약관동의, 결제까지 거치는 데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양한 특약이 붙는 기존 보험과 달리 미니보험은 단 한 가지 항목만을 보장한다. 또 대부분이 순수 보장형으로 만기 환급금이 없다. C 사 관계자는 “인터넷으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부가보험료가 빠지고 성형비 등 중요하지 않은 특약들을 제외해 가격을 낮추었다”며 “기존 보험과 보장 내용이 차이가 있지만 법률 비용도 동일할 정도로 큰 차이는 없어 광고 없이도 한 달에 300건 정도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니보험은 획기적인 보험 상품이라기보다 새로운 마케팅 수단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미니보험 가입 과정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하면 기존 보험상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점점 치열해지는 온라인 보험 시장에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브랜드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금융소비자학과 학과장은 “고객들의 개인정보 확보 경로가 제한적인 보험사들 입장에서 미니보험은 새로운 개인정보 확보 경로가 될 수 있다”며 “보험 가입률이 97%로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서 보험사들은 미니보험을 틈새시장으로 여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들도 미니보험이 마케팅적 목적이 크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미니보험으로 고객을 유인하면 해당 보험사에 일단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에 업셀링(Up-selling)과 크로스셀링(Cross-selling)을 통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며 “우리 같은 중소형 보험사는 고객 기반이 워낙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미니보험을 통해 고객 풀을 만들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소액 간단보험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미니보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란 의견도 적지 않다. 1월 30일 금융위원회는 온라인 쇼핑몰의 간단보험 판매를 허용하는 ‘손해보험산업 혁신/발전방안’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기존 보험사 외에 다양한 금융전자업자들도 소액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앞의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미니보험이 존재했지만 사실 보험사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는데 최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추어 각 업체들에서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니보험을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A 보험사 관계자는 “우리같이 작은 온라인 보험사의 경우 수익이 없는 미니보험을 단순 고객 정보 확보 목적으로 운용할 여력이 없다”며 “20~30대의 보험료는 한 달 몇 백 원대로 손해를 볼 거 같지만 이 나이 대는 가입자 수는 많지만 발병률이 낮아 적자를 만들지는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