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준 기자=13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마포구의 한 타투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2018.2.13
“죽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대 남성 김 아무개 씨의 일성이다. 김 씨는 우연한 기회로 몇 년 전 눈썹 문신을 시술 받았다. 그는 “딸의 제안으로 눈썹 문신을 시술 받게 됐다. 처음엔 남자가 무슨 눈썹 문신이냐며 반대했지만 딸이 워낙 간곡하게 부탁해 속는 셈 치고 받아봤다”고 말했다.
처음엔 김 씨도 타투를 반기지 않았다. 김 씨는 “문신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 좋지 않았나. 조직폭력배의 전유물 같고. 더구나 눈썹 문신은 화장 같은 개념이라 꺼려졌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인상이 훨씬 또렷해 보였고 주변에서도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술 만족도가 높았던 셈이다.
또 다른 50대 남성 전 아무개 씨도 수년 전 반영구 눈썹 문신을 했다. “무속인이 눈썹 문신을 하면 돈이 잘 들어올 거란 얘기를 해줘서 고심 끝에 하게 됐다”면서 “반영구 눈썹 문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업은 훨씬 잘 되는 편”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실제 중년 남성들의 반영구 문신 시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한 반영구 시술 업체 관계자는 “요새는 남성들도 눈썹 문신을 많이 한다. 남성 손님이 50% 비율”이라며 “중년 손님들도 과거보다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부분의 남성들은 눈썹 뒷부분을 채우는 시술을 많이 받는다. 남성 눈썹의 생명은 ‘자연스러움’이다. 진하고 선명한 눈썹이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50대~60대 아버님들도 많이 찾는다. 보통 자녀분들이 직접 시술하시고 만족해 하셔서 모시고 온다”고 귀띔했다.
앞서의 김 씨는 단순한 미용 목적의 ‘눈썹 문신’을 넘어 본격적으로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문득 세상을 떠난 강아지 이름을 새기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몇 달을 고민한 끝에 팔뚝에 조그맣게 강아지 이름을 영어로 새겼다. 나에겐 정말 자식 이상의 존재였다.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타투를 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진작 살아있을 때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될 정도다. 허허”라고 웃었다.
조 아무개 씨도 7년 전 41세 때 처음 타투를 접했다. “41세 때 타투를 하게 됐다. 미대 출신 형이 타투이스트로 전업을 했는데 모델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조 씨는 레터링을 시술 받았다. 그는 “히브리어로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다’라는 뜻의 레터링을 왼쪽 등에 새겼다. 만족한다”고 말했다.
타투 연장 시술이나 커버업(기존 타투 위에 새로운 도안을 입히는 시술), 터치업(기존의 지저분하고 색이 많이 빠진 타투를 복원하는 시술) 시술을 받는 중년 세대도 많다. 이장훈 씨는 5년 전 45세 때 연장 시술을 받았다. 이 씨는 “20대 때 가슴에 타투를 새겼다. 친구들하고 오산까지 가서 시술 받았다. 그 땐 한번 했으니 또 하겠나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이도 있으니 잘 보일 일도 없겠다 싶어 연장 시술을 받았다. 호랑이, 게이샤, 대나무 등을 디자인 해 오른쪽 가슴부터 팔목까지 이어서 새겨 넣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매우 만족한다”면서 “요즘 제법 많은 내 또래 친구들이 타투를 한다. 미니 타투를 많이들 했다. TV 영향력이 매우 크다.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젊은 세대는 물론 최근 타투는 중년들에게도 인기다. 사진=픽사베이 이미지컷
또한 A 씨는 “해마다 패션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에 해외 사이트에서 도안을 선택한다. 취향은 다 다르겠지만 나는 라인워크 장르(명암없이 선으로만 그린 타투)를 좋아한다”면서 “타투이스트의 포트폴리오와 시술 경력 등을 고려해 업체를 선정한다”고 전했다.
7년 경력의 타투이스트 센코는 “40~50대의 경우, 커버업을 위해 오시는 분들이 40% 정도 된다”라며 “타투를 또 하나의 패션으로 받아들이고 찾는 중년 분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중년 부부의 ‘커플 타투’ 시술도 인기다. 한 타투이스트는 “중년 부부의 ‘커플 타투’가 젊은 세대 ‘커플 타투’보다 수요가 더 많다. 얼굴이나 자식들 이름, 서로의 생년월일이나 이름을 새긴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센코는 “과거엔 문신이 조직폭력배의 상징 같았다. 하지만 문신 도안이 다양해지고 자유로워지면서 패션화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모님 세대도 많이 개방적으로 바뀌었고 타투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타투협회 관계자는 “예전보다 중년층이 많이 늘었다. 생각보다 수요가 많다. 인식이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엔 젊은 시절 새긴 잘못된 타투를 바로 잡는다든지 ‘죽기 전에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많이들 찾는다“라며 ”중년 세대들도 수채화부터 복잡한 문양까지 다양하게 선호하는데, 특히 용·호랑이·장미 등 ‘옛날 스타일 타투’를 즐겨 찾는다. 또한 가족 얼굴이나 이름의 레터링을 많이들 하신다“고 덧붙였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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