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국제대회 현장에 등장한 컬러잉크 타투 작품. 사진=연합뉴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타투(문신)라고 하면 조직폭력배 등짝을 가득 덮은 호랑이, 용 등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따라서 타투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타투가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서신문화(예술문신) 안전관리를 위한 기반연구’에 따르면 그 시점은 2002년 전후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데이비드 베컴 등의 운동선수들이나 해외 영화배우들의 문신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면서 타투가 음지문화라는 편견이 많이 상쇄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2년을 기준으로 외국인이나 유학생을 중심으로 타투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하였으며, 홍대와 이태원에 타투 시술업소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해외스타들뿐 아니라 국내 운동선수 차두리나 박병호, 가수 권지용, 이상민 등 국내 셀럽들 중에도 몸에 타투를 새기며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일반인들 중에도 팔과 다리, 목 주변 등 다양한 신체부위에 커다란 그림부터 손목의 자그마한 레터링(문구)까지 자신만의 문신을 새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타투를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패션 트렌드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여름에 도심 번화가에 나가보면 반팔, 반바지 밖으로 형형색색의 타투를 한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피부에 문신을 세기는 이들을 일컬어 타투(Tatto)와 예술가(Artist)를 합쳐 타투이스트(Tattoist)라고 부르는 문화까지 생겨났다.
국내 유명 타투이스트 엠버가 서울 논현동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2018 나이키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29
지난 1992년 한 여성이 눈썹 반영구 문신 부작용 피해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대법원이 “보건위생상의 위험을 이유로 타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은 타투 시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타투이스트 등은 수 차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의료인이 아닌 자가 문신시술을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현행 보건범죄 단속법 관련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문신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고유 권한”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현행법에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의료법 제27조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과 보건범죄 단속법에 대한 사법부의 해석 등이 불법의 판단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법에 따라 연간 300여 명의 타투이스트들이 불법 시술로 적발, 처벌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26년 전의 대법원 판례와 11년 전 헌재 결정이 현시점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의사가 전문적으로 시술하는 타투샵은 전국적으로 10곳이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투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도 극소수다. 타투를 받으려하는 고객들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합법적인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타투를 받는 고객들 역시 병원의 안전성보다 미적 디자인의 측면을 먼저 고려해 병원보다 타투샵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법제화 해 양성화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을 통해 시술 교육시스템과 기구 및 재료 관리를 철저히 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앞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일정 자격을 갖추면 문신업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회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양성화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하반기 발표한 ‘일자리 로드맵’ 신직업 발굴 보고서에는 ‘타투이스트’를 언급하며, 합법화 등을 통해 유망직업으로 육성한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18·19대 국회에서도 ‘문신사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 회장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불법으로 규정되다보니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감염 피해나 10대들의 무분별한 시술 등 부작용이 더 발생하고 있다”며 “건전한 타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의 경우처럼 시술 주체를 자격화하고 기기와 색소 등 재료를 규제해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시술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회장은 “의사에게만 타투 시술 자격을 주는 것은 오히려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해난4월 열린 타투 종사자들의 합법화 추진 협의회 총회 모습. 출처=한국타투협회 페이스북
반영구 화장의 경우 시장이 더 컸다. 전업자가 10만 명, 겸직자까지 합치면 20~30만 명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지난 한 해 동안 이뤄진 반영구 화장은 600만 건으로 알려져 국내 경제 규모는 1조 8000억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한국타투협회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법제화된다면 타투 종사자수는 전업자 2만 명에 겸직자까지 포함하면 3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규모는 시술뿐 아니라 교육·유통·컨텐츠·행사 등을 포함해 연간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반영구 화장 시장은 전업시술자 15만 명에 겸직자 포함 3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봤다. 또한 경제 규모는 연간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하고 있는 윤 아무개 씨는 작은 타투 다섯 개를 했다. 윤 씨는 “평소 하고 싶어서 시도했다. 레터링도 있고, 작은 그림도 있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상 보이면 안 돼서 손목과 허리, 발목 등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래도 어린이집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학부모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더 유의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로 타투를 한 직원은 본 적이 없다.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 타투에 대해 제재도 없고 따로 확인하지도 않는데, 안 보이는 곳에 작게 한다면 사 측에서 확인할 수 있겠느냐”며 “만약 눈에 띄는 곳에 타투를 한 직원이 있다면 위에서 다른 직원에 비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 같긴 하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언더커버] 타투, 음지에서 양지로2-타투 새기는 중년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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