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열 명의 감독이 프로야구 팀의 수장으로 앉는 행운을 누렸다. 감독 경력과 나이, 야구를 하면서 걸어온 길은 각양각색이자 천차만별이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있고 은퇴 이후 감독으로 뒤늦게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도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점이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지금 모두 각자 스프링캠프지에서 새 시즌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설 연휴도 반납한 채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살피고, 최선의 운영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2018년의 긴 레이스를 준비하는 10개 구단 사령탑들의 지형도를 살펴봤다.
# 기존 감독 6인, 재계약 감독 2인, 새 얼굴 2인
올해는 예년에 비해 감독 이동이 많지 않았다. 10개 구단 가운데 8팀이 지난해와 같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 가운데 KIA 김기태 감독과 롯데 조원우 감독은 임기가 끝난 뒤 3년 재계약을 했고, 다른 여섯 감독은 성적과 관계없이 그대로 자리를 유지했다. 절반 안팎의 감독이 한꺼번에 옷을 벗곤 했던 2~3년 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감독이 바뀐 팀은 LG와 한화 두 팀뿐이다.
새로 부임한 두 감독 모두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LG는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양상문 전 감독을 단장으로 임명하면서 류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류중일 감독. 사진= LG트윈스 홈페이지
말이 필요 없는 명감독이다. 삼성 시절 팀을 정규시즌 5연속 우승과 한국시리즈 4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2011~2014년)를 일궜다. 부임 첫 해부터 ‘우승 감독’이 됐고, 5년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재계약 마지막 해였던 2016년 삼성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모기업의 긴축 재정과 맞물리면서 류 감독이 물러났다. 1년간 야인 생활을 하다 LG의 러브콜을 받았다. 류 감독은 1987년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뒤 단 한 번도 삼성을 떠나본 적이 없는 원조 ‘푸른 피의 사나이’다. 30년 만에 서울 팀 LG에서 새 출발하는 류 감독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시즌 도중 김성근 전임 감독과 결별한 한화는 유일하게 감독 첫 해를 맞이하는 사령탑과 시즌을 출발한다. 두산에서 수석코치로 일하던 한용덕 신임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한국시리즈가 모두 끝날 때까지 발표를 미루고 기다렸다.
한 감독은 한화의 전신 빙그레에 배팅볼 투수로 입단했다가 연습생을 거쳐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한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다. 한화 소속으로 통산 120승을 올린 뒤 줄곧 한화에서 지도자로 일했다. 2012년 8월부터 한대화 전 감독의 대행을 맡아 28경기를 지휘한 적도 있다. 당시 한화가 김응용 전 삼성 사장을 감독으로 깜짝 영입하면서 현장을 떠나 프런트로 자리를 옮겼고, 2년 뒤 김성근 감독이 한화와 3년 계약을 맺자 처음으로 한화를 떠나 두산에 코치로 새 둥지를 틀었다. 결국 5년이라는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친정팀 감독 자리에 앉게 됐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 영입과 함께 영구 결번 스타 출신인 장종훈(35번), 송진우(21번) 코치를 불러 들였다. 레전드 파워로 새 출발하겠다는 각오다.
# 최고 몸값 류중일 21억원, 최고령 김경문 60세
LG 류중일 감독은 10개 구단에서 가장 몸값이 가장 높은 감독이다. 올해부터 3년간 총액 21억 원을 받는다. 그 다음으로 NC 김경문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 KIA 김기태 감독이 나란히 3년 20억 원에 사인했다.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은 2017년부터, 김기태 감독은 올해부터가 임기다.
몸값 20억 원을 넘어선 네 감독 가운데 세 명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 류중일 감독의 통합 5연패를 막은 장본인이다. 부임 첫 해인 2015년과 이듬해인 2016년 한국시리즈를 2연패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처음으로 통합 우승에 성공하면서 몸값이 훌쩍 뛰어 올랐다.
김기태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김경문 감독은 우승 경험이 없는 대신, 가장 여러 차례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감독이다. 무엇보다 부임 당시 갓 창단했던 NC를 맡아 1군 무대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이후 5년 연속 팀을 가을 무대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두산 사령탑 시절이던 2008년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베이징올림픽 야구 전승 금메달을 지휘한 명감독이기도 하다.
그 다음 순위는 유일한 외국인 감독인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다. 지난해 SK와 2년 계약하면서 총액 160만 달러(약 17억 4000만 원)에 사인했다. 계약기간을 3년으로 환산하면 240만 달러 수준이라 1년 몸값 기준으로는 사실상 최고액이다.
올해 재계약한 롯데 조원우 감독과 새로 부임한 한화 한용덕 감독은 나란히 3년간 12억 원을 받는다. kt 김진욱 감독과 삼성 김한수 감독이 9억 원, 넥센 장정석 감독이 8억 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용덕, 김한수, 장정석 감독은 모두 프로 감독으로 첫 계약을 하면서 파격적으로 3년 임기를 보장 받았다. 구단의 믿음이 반영된 결과다.
나이로 보면 60대 감독이 1명, 50대 감독이 5명, 40대 감독이 4명으로 각각 나뉜다. 1958년생인 김경문 감독이 60세로 현역 최고령이다. 유일하게 감독 경력이 10년을 넘는 베테랑이다. 1960년생인 김진욱 감독(58세), 1963년생인 류중일 감독과 힐만 감독(이상 55세), 1965년생인 한용덕 감독(53세), 1967년생인 김태형 감독(51세)이 50대 감독 군을 형성하고 있다. 소장파인 40대 감독은 김기태 감독(1969년생·49세)과 조원우·김한수(1971년생·47세) 감독 순으로 이어진다. 장정석 감독(1973년생·45세)이 현역 최연소 감독이다.
# 감독들과 포지션의 상관관계
과거에는 투수와 포수 출신이 프로야구 감독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감독들은 아무래도 현역 시절 자신이 뛰었던 포지션에 따라 야구관이나 야구 색깔, 팀 운영방향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니 투수 출신 감독들이 마운드 운용을 원활하게 하리라 여겼고, 경기 전체 흐름을 읽고 작전을 내야 하는 포수 출신 감독들은 지략 대결에서 유리한 면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 사진 출처 = SK 와이번즈 홈페이지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구단들은 새 감독을 선임할 때, 선수 시절 포지션보다 팀이 원하는 역량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10개 구단 감독들의 현역 시절 포지션만 봐도 그렇다. 투수 출신 2명(김진욱, 한용덕), 포수 출신 2명(김경문, 김태형), 내야수 출신 4명(류중일, 김기태, 힐만, 김한수), 외야수 출신 2명(조원우, 장정석)으로 포지션이 고루 나뉜다. 투수와 포수 출신보다 야수 출신 감독의 수가 더 많다. 특히 40대 젊은 감독이 전원 야수 출신 감독이라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내야수 출신 감독 네 명 가운데서도 유격수 출신은 50대인 류중일 감독과 힐만 감독뿐이다. 명 타자였던 김기태 감독은 1루수와 외야수를 오갔고, 김한수 감독은 전성기를 3루에서 보냈다. 조원우 감독은 역대 가장 적은 감독을 배출한 외야수 출신이지만, 선수와 코치 시절 빈 틈 없는 플레이와 단단한 리더십을 인정 받아온 인물이다. 역시 외야수 출신인 장정석 감독은 구단 프런트 생활을 오래 한 덕분에 팀의 목적의식을 가장 잘 공유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를 받았다.
일단 내년 시즌에도 이 감독들 가운데 대부분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열 명의 감독 가운데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은 힐만 감독밖에 없어서다. 힐만 감독은 2016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SK를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이끌면서 무난한 성과는 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SK가 외국인 사령탑인 힐만 감독에게 거액을 투자하면서 그저 ‘가을 야구’만을 바랐을 리는 없다. 힐만 감독의 KBO 리그 성공 여부는 올 시즌이 끝나야 진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재계약한 김기태·조원우 감독과 새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은 2020시즌이 끝나야 계약이 만료된다. 장기적인 플랜을 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김경문, 김태형, 김진욱, 김한수, 장정석 감독은 모두 계약상 2019시즌까지 팀을 이끌게 돼 있다. 감독들의 자리에 대거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면, 올 시즌이 아닌 내년 시즌 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계약서에 적힌 임기를 모두가 다 채운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능력 있는 감독이라 해도 언제 어떻게 자신의 의자를 빼앗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프로야구 감독은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리는 자리’라서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각 구단 스프링캠프 과제 ‘디펜딩 챔피언’ KIA 우승 전력 유지…불펜 다지기 총력 희망과 우려가 공존하는 스프링캠프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2월 1일에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데다 정규 시즌 개막일이 3월 24일로 역대 가장 빠르다. 최대한 집중도를 높여 효율적인 캠프를 치러야 한다. 구단별로 취약한 파트를 보완할 방법을 찾고, 주전 선수의 부상을 고려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규 시즌 우승팀 KIA는 외국인 선수 전원과 재계약하고 에이스 양현종을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지난해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시즌 유일한 불안 요소였던 불펜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메이저리거 출신인 서재응 코치를 영입하면서 마운드 강화에 한층 힘쓰고 있다. 부상으로 오랜 시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전 에이스 윤석민의 복귀도 기다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3연패에 실패한 두산은 부동의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의 이탈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새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프랭코프 콤비를 하루빨리 팀에 적응시키는 게 관건이다. 외야수 민병헌이 빠진 타선 한 자리도 효과적으로 메워야 한다. 공격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롯데는 주전 포수 자리가 문제다. 터줏대감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안방이 텅 비었다. 강민호의 그늘에 가려 있던 젊은 포수들을 하나하나 테스트해 봐야 할 시기다. NC 역시 장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 없이 시즌을 준비한다. KBO 리그 최초로 영입한 대만 국적의 외국인 선수 왕웨이중을 향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나성범과 박석민 박민우 같은 주축 야수들이 부상 없이 풀 시즌을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SK는 ‘돌아올 에이스’ 김광현의 몸 상태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년을 통째로 쉰 김광현은 시즌 개막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맞이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공격에선 홈런이 나오지 않는 날에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먼저다. 넥센은 구단주가 구속되고 1차 지명 신인이 학교 폭력에 연루되면서 안팎으로 시끄러운 겨울을 보냈다. 2년 만에 돌아온 전직 홈런왕 박병호에게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릴 희망을 찾는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마운드에선 한현희와 조상우가 각각 3년과 2년 만에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힘을 보탠다. 삼성은 주축 전력에 변화가 많다. 부동의 중심타자 이승엽이 은퇴했고, 새 주전 포수 강민호를 맞아들였다. 부상에 발목을 잡혔던 외국인 투수들도 모두 교체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장필준과 심창민의 소방수 경쟁도 막을 올린다. 최하위 탈출을 꿈꾸는 kt는 국내 선발진을 찾는 게 급선무다. KBO 리그 진출 8년 만에 유니폼을 갈아입은 니퍼트에게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FA로 영입한 황재균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지도 관심거리다. 신임 사령탑을 맞이한 LG와 한화는 ‘새판 짜기’에 나선다. 삼성에서 통합 4연패를 일군 류중일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은 뒤 ‘김현수’라는 취임 선물을 받았다. FA(프리에이전트)로 영입한 김현수와 베테랑 박용택 그리고 새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중심으로 타선을 재구성한다. 한화는 팀 레전드 출신인 한용덕 신임 감독이 부임하면서 선수단 전체에 활기에 넘친다. 확정된 주전 선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캠프가 젊은 선수들에겐 새로운 기회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