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낸시랭이 발표한 공식입장의 일부다. 이는 지난 6일 ‘법무부·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선정해 법무부와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한 12건에 장자연 사건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 억울한 피해를 입거나 부실 수사로 의혹을 남긴 사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과거사위원회는 12건의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을 발표했다.
낸시랭은 ‘언론이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남편 전주주 관련 의혹을 표적 기사로 내보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요신문DB
과거사위원회는 이를 위해 다양한 사건들을 후보군에 올려 검토했고 장자연 사건 등 8건의 사건이 추가 검토 대상에 포함했다. 이 사실은 상당한 화제가 됐다. 심지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자연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 즉각 착수를 촉구했을 정도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장자연 사건’은 1차 대상 사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장자연 사건이 추가 검토 대상으로 선정됐을 당시 “1차 사건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지만 늦어도 2차 사건에는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12건의 사건은 1차 사전조사 대상 사건일 뿐이므로 장자연 사건은 2차 대상 사건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게다가 1차 대상 사건은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사건’을 위주로 선정됐다. 장자연 사건은 ‘부실 수사로 의혹을 남긴 사건’에 해당된다.
앞서의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애초 장자연 사건은 재수사 대상으로 포함될 사안이 아니었지만 관련 보도 이후 뜨거운 여론으로 인해 재조사 사건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변수는 여론인데 그 이후 여론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변수가 또 하나 등장했다.
연예계에선 낸시랭 전준주 부부의 행보가 오히려 과거사 위원회의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사위원회에서 장자연 사건을 추가검토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화제가 촉발된 뒤 낸시랭과 전준주 부부의 결혼이 알려졌다. 그리고 전 씨가 과거 장자연 친필 편지 위조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자연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더욱 증폭됐다.
기본적으로 장자연 사건과 장자연 친필 편지 위조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다. 재수사 얘기가 나오는 사안은 ‘장자연 리스트’를 중심으로 한 장자연 사건일 뿐 친필 편지 위조 사건은 이미 일단락됐다.
전준주 씨는 왕첸첸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언론사를 통해 장자연 친필 편지를 공개했다. 장자연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9년 경찰은 이에 대해 “왕첸첸은 고인과 일면식도 없다. 신문을 보고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다고 추측한 내용이라고 본인이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사법처벌은 따르지 않았고 대신 “유족 의사에 따라 사자명예훼손으로 처벌가능하다”고만 밝혔다.
2011년 그가 또 다른 언론사를 통해 장자연 친필 편지를 공개했고 이번에는 국과수 필적감정까지 이뤄졌지만 결국 위조로 판명됐다. 이로 인해 전 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8개월의 사법처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장자연의 죽음과 고인이 남긴 리스트로 시작된 장자연 사건은 과거사위원회에서 재수사 대상으로 검토할 만큼 의혹이 남아 있는 사건인데 반해 장자연 편지 공개 사건은 이미 당사자인 전 씨가 사법처벌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낸시랭과의 결혼을 발표한 뒤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2017년 연말에 기자회견을 자청한 전 씨가 또 한 번 미공개 장자연 친필 편지를 공개한 부분이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전 씨는 기자회견에서도 어떻게 고 장자연과 친분을 맺어 편지를 주고받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문제는 낸시랭 전준주 부부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오히려 장자연 사건에 대한 관심도를 급감시키고 있다는 부분이다. 장자연 사건에 잘 알고 있는 한 연예관계자는 “지금 낸시랭 전준주 부부가 장자연 사건에 대해 검찰 재수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전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오히려 장자연 사건 재수사에 대한 관심까지 떨어트리고 있다”며 “자꾸 본인을 둘러싼 의혹과 장자연 사건을 연관 짓고 있는 게 문제다. 이들로 인해 장자연 사건 재수사 요구 여론까지 희석될까봐 오히려 걱정”이라고 얘기했다.
낸시랭의 주장은 특정 언론과 TV방송매체가 장자연 사건 재수사 방해를 위해 사기 피소와 사실혼 주장 여성 논란 등 전 씨 관련 각종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낸시랭은 이를 아예 ‘표적 기사’라고 지칭했다. 이처럼 낸시랭은 장자연 사건 재수사와 남편 전 씨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을 하나로 묶어서 설명하는 논리를 늘어놓고 있다.
물론 전 씨를 둘러싼 각종 사건이 무혐의 내지는 무죄로 밝혀지고 각종 논란도 전 씨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추가 공개 장자연 친필 편지가 다시 주목받으며 장자연 재수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반대의 경우, 전 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자칫 과거사위원회까지 나서 재검토에 들어간 장자연 재수사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