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브라질에서 살아온 오십대 한국여성을 만나 이런 얘기를 들었다. 그 나라는 한번 빈민층이 되면 도저히 위로 올라갈 수가 없다. 공교육이 붕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가 되어 상류층으로 가려면 사립학교를 가고 좋은 대학을 나와 일류 직장을 가져야 하는데 교육비 때문에 서민자식은 꿈도 꾸지 못한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열다섯 살만 되면 사회로 나와 밑바닥 일을 하고 여자아이들도 그 나이부터 아이들을 낳는다. 낙태가 금지되어 빈민층이 한없이 확대된다. 교육을 받지 못한 빈민층은 정신이 깨어있지 않다.
부정부패가 심하다. 뇌물을 먹이지 않으면 어떤 일도 안 되고 정치인들은 국민세금으로 전용기까지 타고 다닌다. 심지어 그 넓은 땅에 절실한 철도도 제대로 놓지 않았다. 이권 때문이다. 국민들이 차를 가지고 싶어 하니까 외국의 자동차업체들에게 10년 이상의 할부로 차를 팔게 했다. 구입할 때 불입금조차 내지 않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차를 사서 타고 다니게 됐다. 그게 상파울루나 리우데자네이루 교통체증의 원인이다. 차를 외상으로 대량 들여오면서 외국의 업계로부터 뒷돈 받아먹고 서민들은 빚더미 위에 올랐다.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다.
그런 나라가 왜 망하지 않느냐고 나는 물었다. 그곳에 사는 여인은 브라질은 망할래야 망할 수 없는 나라라고 했다. 기름진 넓은 국토는 농작물이 일 년에 몇 모작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지하도 석유부터 시작에서 온갖 광물과 보석들이 다 묻혀 있다고 했다. 과일나무 가로수에서 그냥 열매를 따 먹으면 될 정도로 풍요한 나라라고 했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없고 못살래야 못살 수 없는 나라에 빈민이 많은 건 부패와 정경유착 때문이라고 했다. 그 나라도 세계적 인터넷망 때문에 변한다고 했다.
얼마 전 그녀가 주유소에 들렀을 때 기름을 넣어주던 청년이 ‘너희 한국도 정치인이 여기같이 썩었니?’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여기 살아보면 한국이 대단한 나라인걸 알게 됩니다. 맨날 그곳에 사는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요”라고 했다. 나는 그녀를 통해 대한민국을 보았다. 교체되는 정권을 통해 부정부패가 청산되고 있다. 재벌의 교만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다. 시민의식이 깨어있고 첨단기술로 세계를 지배한다. 아프면 값싸게 치료받고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사회저변의 보호망도 튼튼하다. 왜 잘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지 한 단계 오르면 헬조선이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
엄상익 변호사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