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표지. 서울문화사 제공
2016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영국의 암(ARM)홀딩스를 33조원에 사들였다는 소식에 전 세계 기업인들은 깜짝 놀랐다. 세계 인수합병(M&A)시장의 가장 큰 뉴스였고 33조원은 일본 M&A 역사상 가장 큰 인수 금액이었다. 그때만 해도 암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칩 설계회사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손정의 회장이 이렇게 ‘통큰베팅’을 시도한 이유는 뭘까. 일본 유력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의 중견 기자인 스기모토 다카시는 손정의 회장이 암을 인수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엄청난 자금을 쏟아낸 손정의 회장의 베팅은 로봇이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로봇의 부품은 반도체이고 반도체 설계는 암이 도맡을 것이란 통찰력이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은 손정의 회장이 사사키의 백수(白壽) 기념파티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샤프의 전 상무였던 사사키는 손정의 회장에게 종자돈을 마련해준 평생의 은인이다. 책은 사사키가 눈빛부터 남달랐던 청년 손정의에게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려준다. ‘300년’ 왕국 탄생의 서막이다.
저자는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손정의다”며 “그도 인간인 이상 결코 혼자 힘으로 ‘천재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지는 않았다. ‘손정의 이야기’는 주인공 손정의를 둘러싸고, 그를 돕는 많은 강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거대한 군상극이다”고 강조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암을 인수한 뒤 통신에 치중한 과거 사업 모델을 버리고 종합 인터넷 기업이 되겠다는 야망을 ‘300년 왕국’이라는 비전에 담아낼 수 있었다. 손정의 회장에게 ‘300년 왕국’이란 허풍이 아니라, 300년 정도는 내다볼 수 있어야 번영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저자는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에서 소프트뱅크가 암을 인수한 내막, 그 속에 담긴 손 정의 회장의 비전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기자의 관점에서 소프트뱅크의 전·현직 간부를 수차례 인터뷰하고 주요 사건들을 심층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수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풀어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안목이 넓어진다. ‘손정의 일대기’를 읽고 나면,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