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엄중한 경계를 펼쳤다. 선고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으로 향하는 통로는 두 곳만 빼놓고 모두 임시 통제됐다. 경찰은 의경 1개 중대 8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법원도 인력을 늘려 통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법원 밖은 전보다 다소 평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천막을 꾸리고 태블릿PC의 진위 파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그 인원은 많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 핵심인 최순실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준필 기자
417호 법정으로 향하는 로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찾아 혹시라도 방청이 가능할지 기대했다. 오전 8시에 법원에 도착했다는 한 지지자는 “특정 단체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개인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러 왔다”며 “정황만으로 의혹을 키우고 죄를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법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선고를 기다리는 인원은 취재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롯데그룹 관계자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뉘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등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 씨는 오후 1시 45분쯤 구치소 버스를 타고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구치소 차량은 철저한 통제 하에 법원 지하주차장으로 향했고 최 씨는 지하에서 법정으로 직행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최 씨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위주로 “법원은 왜 최순실을 감춰주냐”며 잠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도 1시 50분경 경호를 받으며 법원으로 들어섰다.
선고는 예상됐던 시간을 훌쩍 넘긴 4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선고공판이 길어지자 최 씨는 공판 시작 두 시간여가 흐른 시점에 신체적 고통을 호소해, 이경재 변호사가 휴식을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이 25년이라는 강도 높은 구형을 내린 최 씨는 어느 정도 중형이 예고됐다. 이 때문인지 최순실 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 심경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사실을 밝혀야 하는 재판부의 판결에는 도덕성을 평가하는 듯한 부분이 있다. 현 재판부의 오도된 인식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방청객들은 자리를 떠나며 “사실이 아니라 정황만으로 판단하는 사법부가 문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K스포츠와 뭐가 다르냐” 등 반응을 보였다. 몇몇 방청객은 울먹이며 법정을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롯데그룹이다. 무거운 얼굴로 법원을 찾은 신동빈 회장은 들어섰던 문으로 다시 나오지 못하고 법정구속됐다. 롯데 관계자들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선고공판 중에도 법정 밖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던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선고가 나오자 속속 자리를 떠났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