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김 전 기획관과 친분이 있는 한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과 자주 만났던 사이다. 김 전 기획관이 6~7년 전 사석에서 김석한(다스 소송비를 삼성으로부터 지급받은 변호사)이 다스 도와준 거처럼 생색내면서 삼성 사건 받아 가는데 일한 게 없다. (소송비를) 돌려받아야 하는데 안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 17일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관계자는 “재미 한인인 김석한 변호사는 한국과 관련한 대형 사건이 터지면 무료 변론을 미끼로 먼저 접근해 인맥을 쌓고 그 인맥을 통해 사건을 따내는 로비스트”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지난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때도 무료 변론을 자처해 화제가 됐었다. 소송비 대납 사건 당시 에이킨 검프 소속이었던 김 변호사가 지난 2015년 아널드앤포터라는 로펌으로 이직하자 삼성은 이곳으로 로비 대행사를 변경하기도 했다.
최근 이 전 대통령 측이 김 변호사에게 속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 관계자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관계자는 “소송비 대납이 되려면 다스하고 법무법인하고 얼마를 주기로 계약을 하고 그 돈을 대신 줘야 대납이다. 무료 변론을 해주기로 했으니 처음부터 대납해줄 소송비가 없었다”면서 “이미 기존에 로펌 2곳에서 사건을 맡고 있었는데 무료 변론이 아니었다면 김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할 이유가 없었다. 무료로 해준다니까 한 번 해보라고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다스는 당시 김경준 씨와 옵셔널벤처스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김경준 씨와 벌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림 루거(Lim Ruger·Lim, Ruger & Kim LLP) 로펌이 맡고 있었고, 옵셔널벤처스 측과의 소송은 그레고리 M.리 변호사가 맡고 있었다.
관계자는 “김백준 전 기획관이 사석에서 무료 변론이라고 했지만 조금은 소송비를 청구할 줄 알았는데 아예 청구를 안 하니까 이상하다고 했다”면서 “그때까진 소송비 대납 사실을 몰랐던 거다. 한 1억~2억이나 청구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소송비 대납 사실을) 알고 나선 너무 많이 청구했다고 김 변호사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지금 김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가 370만 불(약 40억 원)이라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면서 “1심에서 소송비로 38억 원이 들었는데 기존 변호사들도 2심에서는 2억 정도를 청구했더라. 재판이 대부분 1심에서 진행됐고 2심부터는 합의해보자고 해서 변호사가 한 게 없다. 김 변호사는 2심부터 재판에 참여했다. 무료 변론을 약속했지만 나중에 변호사비를 청구하더라도 다른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2억 정도 했어야지 40억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에이킨 검프와 지난 2007년 10월부터 3년간 자문 계약을 맺고 매달 12만 5000불을 자문료로 지급했다. 또 2010년에 57만 불을 지급한 게 있다. 우리 측이 파악한 바로는 삼성이 에이킨 검프 측에 전달한 돈은 이게 전부인데 총 500만 불 정도 된다. (김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2009년부터 따지면 자문료까지 합쳐도 삼성이 에이킨 검프 측에 지급한 돈이 300만 불이 조금 넘더라. 370만 불이라는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소명이 안 되는 돈은 57만 불인데 그 돈을 왜 삼성이 지급했는지는 우리도 모른다. 2007년부터 계약해 지급하고 있던 자문료까지 소송비 대납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삼성이 에이킨 검프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자문료 명목으로 사실상 다스 소송비를 대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컨설팅 대가 명목으로 보낸 돈은 다스가 부담해야 할 수임료를 대신 내준 것이라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57만 불이 다스 소송비 대납 명목이었냐는 질문에는 “그건 우리도 모르겠다. 57만 불이 더 가있는 것은 우리도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어찌됐든 소송비 대납이 있었기 때문에 김 전 기획관이 김 변호사에게 항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실을 인정했다. 관계자는 “당시 김 전 기획관과 김 변호사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김 전 기획관은 그렇게 많이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돈을 삼성에 돌려주라고 했지만 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 기획관이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넘어 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판단하기 나름”이라고 답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