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외대 졸업식의 한국인 학생들. 왼쪽 아래 한복을 차려입은 이가 강주은 양이다.
졸업식장에 유일하게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에 모두 눈이 갑니다. 화사하고 아름답습니다. 박수도 많이 받고 같이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학생은 제가 아는 분의 딸입니다. 아빠는 한국에서 경찰공무원으로 평생 일하다 얼마 전 정년퇴직했습니다. 졸업식장에 아빠가 왔습니다. 주은 양이 이렇게 졸업하기까지는 힘든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부산외대 미얀마어과를 2년 다니다 힘든 결정을 해야만 했지요. 또 아는 사람 하나 없으며 낯설고 무더운 도시에 혼자 방을 얻어 4년을 살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뿐인 딸을 이곳에 보내기까지 부모님의 결정도 쉽진 않았을 것입니다. 주은 양은 “처음엔 원망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립심도 생기고, 다양한 나라의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가난한 현장의 봉사를 통해 더 성숙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젠 부모님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이 나라로 유학 오는 학생들은 부모님의 권유나 여행을 하다 미얀마의 매력에 끌리어 온 경우가 많습니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려고 입학하기도 합니다. 이 나라는 아직은 외국학생이 지내기엔 불편한 게 많습니다. 교통요금과 병원비도 다르고 비자, 거주신고 등도 그렇고. 그럼에도 주은 양은 “미얀마는 기회의 땅이고 처음 여기 온 4년 전에 비해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어요. 한국의 대학생활보다 값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돌아가지 않고 이 나라에서 취업할 계획입니다. 요즘은 아이들 피아노 레슨과 교회 반주자로 봉사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혼자 바고나 인레호수로 여행을 다닌 기억을 뿌듯하게 느낀다고 합니다. 여행은 독립심을 키워주었습니다. 주은 양의 졸업을 축하해주고 헤어지며 한 가지 물어봅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해. “세상이 너무 빡빡해지고 힘들어요. 그래도 저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어요.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저에게도 좋은 영향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뭉섬리안은 한국 유학을 떠난다.
한편 양곤 국제공항 출국장에 미얀마를 떠나는 뭉섬리안이 있습니다. 저와는 2년 가까이 함께 한 직원입니다. 입사할 때 언젠가는 꼭 한국에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그 약속을 서로 지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재정능력증명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서로 노력해 비자를 해결했습니다. 뭉섬리안은 여기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해서 한국 가서 그 분야를 더 공부하길 원합니다. 성실하고 과묵한 청년입니다. 고향은 인도 국경지역입니다. 버스 타고 한번 같이 갔다가 너무 멀어 혼이 났습니다. 저와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정이 들어서 정말 보내기가 싫습니다. 추억도 많습니다. 정말 갈 거냐고 제가 가끔 묻곤 합니다. 아무 대답을 못합니다. 우리에겐 모두 청년시절이 있습니다. 그 시절을 잘 보내야만 합니다. 졸업과 입학. 두 청년이 젊은 날을 잘 보내길 진심으로 바라며 양곤을 떠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